정의롭지 못한 에너지 핵... 어떻게 벗어날까

[서평] 방사능 먹거리부터 핵발전소 위험까지... 필수 탈핵 입문서 <탈바꿈>

등록 2015.01.09 11:54수정 2015.01.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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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과 외식 겸 다종다양한 해산물 구경삼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종종 가곤 한다. 싱싱한 생선과 수산물을 고르다 보면 머리 위로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는다', '모든 수산물에 방사능 검사를 한다'는 굵은 글씨의 현수막이 보인다. 육고기보다 물고기를 즐겨 먹는 집안인지라 늘 신경 쓰고 조심하게 된다. 근래 환율 부담이 나아져 일본 북해도(홋카이도)로 겨울 여행을 떠나려고 하니, 온 가족이 단체로 암 걸릴 일 있냐며 주변에서 말린다. 

금단의 열매, 핵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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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바꿈> 표지. ⓒ 오마이북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현실 속에서 후유증과 걱정을 남기고 있다. 과거 1986년에 일어난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사고가 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체르노빌 반경 300km 정도의 지역은 아직도 안전하지 못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원자로 1개가 폭발한 체르노빌 지역도 이런데, 후쿠시마는 원자로 3개와 핵연료가 저장된 핵연료 수조 2개가 폭발했다니, 그 폐해가 어떻게 얼마나 갈지 걱정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지인들의 일본 여행 만류는 괜한 말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로 개발된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며 만들기 시작한 원자력 발전소는 유용한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태생적으로 대형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인간에게 '금단의 열매'가 돼버린 위험한 핵에서 벗어나길 모색하는 책 <탈바꿈>은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을 뜻한다.

'일본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 달라져 버린 지구의 삶', '방사능 먹거리부터 핵발전의 위험까지', '한걸음의 실천으로 핵 없는 미래를'... 책의 파트는 이렇게 3가지 분야로 나뉘어 있다. 총 23개나 되는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세계 5위의 원전 대국 국민으로서 어느 하나 사소하게 읽히지 않았다.

이 책은 단순히 방사능의 위험성을 환기하고 핵발전소 운영을 반대하는 것뿐 아니라 에너지의 전환(탈핵), 생각의 전환, 삶의 전환을 말하는 책이다. 읽기 쉽고 보기 편하게 나온 입문서답게 평소 핵발전소 관련 TV 뉴스를 보거나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과 궁금증을 풀게 해주었다.


핵발전소가 없으면 전기가 부족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세계 8위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보다도 전기를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일반 시민이 쓰는 전기보다 산업용 전력 소비량이 훨씬 많아서다 (GDP 대비 세계 4위). 한국의 1인당 주택용 전력 소비량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 본문 중

우리나라는 수출 경쟁력을 위해 산업용 전기를 원가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어 과잉 소비를 부추기고, 다른 에너지의 전기화를 촉진하고 있다. 또한 누진제를 적용하는 주택용과 달리 산업용 전기는 많이 사용할수록 요금이 내려가게 설계돼 있다 보니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사업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전기의 효율적 이용과 절약을 위해서는 원가를 반영해 산업용 전기 요금을 올리고, 산업계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기술을 투자해야 한다. 현재 핵발전에 투입되는 재정, 행정, 기술 지원을 에너지 효율화와 절약, 재생 에너지 기술 향상에 쓴다면 에너지 전환 즉 탈핵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화력 발전소도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화석연료 고갈, 대기 오염, 지구 온난화, 안전성,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인류의 미래 에너지는 핵이 아니라 바람, 태양열, 태양광, 지열, 바이오가스 등의 재생 에너지다. 태양열,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처럼 친환경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생 에너지 비율은 0.7%로 일본 4.2%와도 차이가 많이 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재생에너지를 위한 투자는 2011년 1조 34억 원에서 2014년 8027억 원으로 오히려 줄고 있다. 현재 가동을 중단한 8기를 포함 17기의 원전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경우 2022년까지 생태 전기, 재생에너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독일 내의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며 '원전 제로'를 선언했다. '태양열·수력·풍력 등 녹색 에너지로 대체하면 전기 요금이 비싸지고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있는 독일의 모범 사례가 책 속에 상세히 소개됐다. 독일 시민의 탈핵 운동을 촉발한 것도 결국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핵발전소는 경제적이고 친환경이라는데...

우리나라 정부와 핵발전소 찬성자들이 주로 드는 이유는 '경제성'이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핵발전 에너지 생산 비용이 효율적이고 값이 싸며 친환경으로 청정하기까지 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엔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에 향후 원전 가동 중단 시 폐쇄, 해체 비용 및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비용 등 '미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고준위 방사능 핵폐기물은 누출사고의 큰 위험까지 떠안으며 10만 년 동안 보관해야 된다. 이것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다음 세대가 짊어질 이 비용까지 생각하면 핵에너지는 결코 경제적인 에너지가 아니다. - 본문 중

핵분열로 전기를 만드는 데 기본 재료가 되는 물질이 우라늄이다. 우라늄은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화력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 그렇다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청정 에너지'는 아니다. 핵발전은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대신 우라늄의 채굴부터 다 쓴 발전소 영구 폐쇄와 핵폐기물 처분까지 전 과정에서 방사능을 내뿜는다. 무색무취의 방사능은 온실 가스보다 더 직접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를 파괴한다.

핵발전은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우라늄 채굴 지역에서는 대대손손 그 땅에서 살아온 주민이 강제로 쫓겨나고 암으로 고통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듯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바닷가 인근 주민도 경작지와 어장을 잃고, 방사능 오염에 위협당하고 있다. 또 그런 희생 속에 만들어진 전기는 대형 초고압 송전탑을 통해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대도시와 큰 공장으로 보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산림을 비롯한 논밭이 훼손되고,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강한 전자파의 위협에 노출된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대도시 사람들은 해당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환경 파괴, 주민들의 희생을 잘 알지 못한다. 밀양 주민을 괴롭히는 송전탑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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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핵발전소, 탈핵 등에 대한 인포그래픽이 일목요연하게 잘 나와 있다. ⓒ 오마이북


정부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수산물에서 검출된 방사능은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며 시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준치라는 수치는 국가의 상업적 관리 기준이지 의학적 기준이 아니다. 방사능은 적은 양이면 낮은 확률로, 많은 양이면 높은 확률로 암을 발생시킨다 - 본문 중

후쿠시마에서 시작된 방사능 오염은 일본 땅의 약 70% 이상을 오염시켰고, 그 확산 범위는 태평양을 넘었으며,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동해안에도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산 뿐 아니라 우리나라 땅과 바다에서 생산된 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국민 사이에 큰 근심거리가 되었다. '내부 피폭', 즉 음식물을 통해 가장 많은 방사능이 흡수된다고 한다.

한국은 생선 소비량이 높은 나라에 속하고 국물 요리를 즐기며 내장까지 먹는 식습관이 있기 때문에 피폭(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역시 높다. 일본산 식품은 두말할 것 없이 피해야겠지만 방사능 오염도가 높은 국내산 식품도 책에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놀랍게도 건강에 좋다는 표고버섯과 녹차다.

버섯은 칼슘을 많이 흡수하는데, 비슷한 성분인 세슘을 칼슘으로 오인하면서 방사능이 쉽게 흡착될 수 있다고. 식약처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사능이 검출된 녹차의 원산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부터 방사능 오염도가 높은 블루베리 등의 베리류, 베리를 넣은 잼, 여러 생선을 갈아 만든 어묵 등이 더욱 주의를 요하는 식품이다.

방사성 물질은 어떠한 화학 처리를 통해서도 없앨 수 없으며,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이다. 사람의 몸에 이 물질들이 들어오면 요오드는 유사 요오드로 인식해 주로 갑상선에 축적해 갑상선암을 일으킨다. 세슘은 유사 칼륨으로 받아들여 칼륨을 필요로 하는 모든 장기에 축적해 불임, 폐암 등을 유발한다. 스트론튬은 스트론튬 90은 세슘보다 훨씬 더 위험한 방사능 물질로 인체에서 유사 칼슘으로 인식되어 뼈에 축적되고 백혈병과 골수암의 원인이 된다.

영·유아기와 성장기의 아이들은 세포 분열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 물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어른에 비해 20배나 방사능에 쉽게 손상된다고 한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대상도 어린 아이였다. 책에서는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방사능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생활협동조합(생협)의 식품을 이용할 것을 추천하고 있어 나도 동네에 있는 생협을 찾아보았다.  

보다 안전한 대체 에너지,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은 국가의 의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가까이에서 보아 오면서도 정부는 여전히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23기의 원전을 가동 중으로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한 나라다. 그럼에도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3~2017년)에 따라 5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 예정이다. 2024년까지 6기의 원전을 더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보듯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핵발전소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 본문 중

지진 발생 지역인 데다 2007년 30년 수명을 꽉 채우고도 아직도 힘겹게 가동되고 있는 고리 1호기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면, 고리 원전에서 불과 20~30km 반경에 있는 부산과 울산 지역은 후쿠시마에 비견될 만한 재앙의 땅이 될 것이다. 무려 6기의 원전이 집중돼 있는 데다 많은 고장으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로부터 '누더기 원전 그만 캠페인(Stop Risky Nukes!)'을 벌이게 한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도 마찬가지다.

사고 후 4년이 넘게 지난 지금, 후쿠시마 원전은 다시 한 번 핵발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기술임을 보다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다. 현재 100조 원이 넘게 들어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복구 작업이 앞으로도 수십 년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희망 사항'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원자력은 유용한 에너지원이지만 동시에 어떤 에너지원보다도 위험해질 수 있는 자원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 단계적 핵 발전소 줄이기뿐이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이미 그 길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못 갈 이유가 없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와 국가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안전한 대체 에너지,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탈바꿈 :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탈바꿈 프로젝트 씀, 오마이북 펴냄, 2014년 11월, 1만 6000원

탈바꿈 -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탈바꿈프로젝트 엮음, 히로세 다카시 외 지음,
오마이북, 2014


#탈바꿈 #핵발전소 #후쿠시마 원전사고 #재생 에너지 #우라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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