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도 따고, 열매도 얻고... 버릴 게 없는 '깨'

[짱짱의 농사일기 17] '잎들깨'와 '들깨'는 다르다

등록 2015.01.20 13:57수정 2015.01.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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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목적에 따라서 들깨는 품종이 다르다. ⓒ 오창균


"들깨를 심었는데, 깻잎만 많이 달리고 열매는 몇 개 안 생겼어요."
"5월에 심었으면 잎들깨를 심었네요."


텃밭농사 교육을 다녀보면 많이 혼동하는 것이 들깨다. 들깨는 깻잎을 목적으로 하는 잎들깨와 씨앗을 목적으로 하는 들깨로 구분된다. 둘 다 깻잎과 씨앗이 열리지만 품종에 따라서 잎이 다수확이 되거나 씨앗이 다수확이 되는 품종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한 종자에서 잎도 얻고 들깨 씨앗도 얻었다고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은 말한다. 육종(育種)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품종으로 개량되었다.

다양하게 활용되는 들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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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을 전후로 꽃이 피고 씨앗이 영근다 ⓒ 오창균


깻잎을 목적으로 하는 잎들깨의 파종 시기는 4월 중순에서 5월 중이다. 모종으로 옮겨 심는 것은 5월부터 6월에 걸쳐서 여유 있게 할 수 있으며,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깻잎을 목적으로 하므로 커지는 잎부터 수확하면 새잎이 자라나며 계속해서 수확할 수 있다. 2~3포기만 키워도 4인 가족이 자급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 깻잎 김치나 장아찌를 담겠다면 조금 더 심어준다.

특유의 냄새(향)를 풍겨서 싫어하는 곤충들을 쫓아내는 역할도 하므로, 텃밭에서는 바깥 자리나 비어있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기에도 적합한 작물이다.

씨앗을 목적으로 하는 들깨는 잎들깨와 달리, 파종 시기를 잘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생육이 불량하고 수확량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파종 시기는 지역과 품종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6월 중순경이며, 북부지역은 좀 더 이른 5월 중순경에 하는 것이 생육과 수확량에서 유리하다고 농업진흥청 자료에 나와 있다.


들깨는 뒷그루(작물 수확 후에 다음 작물을 심는 것)로 적합한 작물이다. 마늘이나 양파를 수확하는 6월 경에 파종하거나, 감자를 수확 후 7월 초에 모종으로 옮겨 심을 수 있다. 씨앗을 파종하는 때가 여름철이므로 겉흙이 건조해지면 싹이 잘 안 나올 수도 있다.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차광망이나 신문지를 흙 위에 덮어주면 보습을 유지할 수 있어 싹이 잘 나온다. 또한, 새 피해도 막을 수 있다.

싹이 나오기 시작하면 덮개를 걷어줘야 한다. 너무 늦게 걷으면 웃자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본 잎이 나올 때까지는 가뭄을 타지 않도록 충분히 물을 준다.

생육 과정이 참깨와 많이 다른 들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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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사이로 뒤집어서 말리고 두세번에 걸쳐 털어낸다 ⓒ 오창균


파종 후 3~4주 지나면 한 뼘 정도 자란다. 본 잎이 4~6장 생기면 키워낼 모종 3대를 남기고 나머지는 솎아낸다. 솎아낸 모종은 다른 자리에 옮겨 심을 수 있다. 모종으로 심는 시기는 장마철과 겹치므로 비 소식이 있는 하루 이틀 전에 밭에 정식(모종을 옮겨 심는 것)하면 생육에 도움이 된다.

들깨는 한 대를 심는 참깨와 달리 세 대의 모종을 한 자리에 심어줘도 잘 자라며, 수확량에서도 유리하다. 뿌리는 깊이 내리도록 줄기의 맨 아랫부분을 1~2cm 정도 흙에 묻히도록 심어준다. 깊이 심으면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웃자란 모종은 고구마 모종을 심는 것처럼 옆으로 길게 뉘어서 심는다. 많은 뿌리가 활착되어 쓰러지는 것을 막아준다. 들깨는 웃자람과 도복(작물이 쓰러지는 것)피해를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뿌리가 활착한 뒤에는 물을 주지 않아도 될 만큼 척박한 흙과 가뭄에도 들깨는 잘 자란다.

들깨는 씨앗이 맺히는 꼬투리가 많이 달려야 수확량이 많다. 곁순을 모두 잘라내는 참깨와 달리 곁순은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줄기의 새순을 잘라주는 솎아내기를 해서 곁순을 더 늘리기도 한다. 새순 솎아내기는 맨 윗 줄기에서 나오는 작은 잎을 따주는 것으로, 꽃이 피는 꼬투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해야 한다.

재식거리를 유지하며, 잎은 나중에 솎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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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는 옆으로 잎줄기가 자라므로 이랑 사이의 간격을 1m 이상 충분하게 줘야 잘 자란다 ⓒ 오창균


들깨농사에서 중요한 것은 일정한 재식거리(작물 간의 간격)를 맞춰주는 것이다. 너무 밀식(작물간의 간격이 너무 좁은 것)이 되면 광합성 다툼을 하느라 웃자라거나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병충해에도 약해질 수 있다. 작물간의 간격은 50~60cm를 유지해준다. 더 중요한 것은 이랑(작물의 심어진 높은 두둑과 낮은 고랑)과 이랑 사이의 간격에 1m 정도 여유를 줘야 여름철 다습한 기후에도 통풍이 잘되어 튼튼하게 잘 자란다.

9월 중순을 전후로, 꼬투리에서 눈꽃처럼 작고 하얀 꽃이 일제히 피기 시작하면 벌들이 부지런히 다녀간다. 몇 그루 안 되어도 도시의 옥상 텃밭까지 벌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벌이 많이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들깨(참깨도 마찬가지)를 많이 심으면 벌의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벌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잎들깨는 씨앗이 목적이 아니라서 깻잎을 계속해서 수확해야 하지만, 들깨는 씨앗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깻잎을 솎아내야 할지 말지 헷갈린다. 그러나 목적이 분명하므로 깻잎을 따지 않는 것이 좋다. 들깨는 일조량에 따라서 생육과 수확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광합성을 하는 깻잎을 남겨두는 것이 맞다.

들깨의 수확 시기는 꽃이 지고 꼬투리가 점차 갈색으로 절반 이상 익으며, 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할 때다. 이때는 깻잎의 광합성 작용이 약해지고 양분을 씨앗으로 보내야 하므로 깻잎을 솎아내듯 따주는 것이 좋다. 들깨의 잎은 장아찌를 담는 것으로 사용한다. 꼬투리가 다 익으면 깨가 쏟아지므로 늦지 않도록 수확해야 한다.

넓게 포장을 깔아놓고 깻단을 펼쳐서 말려주고, 며칠 사이로 뒤집어가면서 말린다. 도리깨나 작대기로 두들겨서 깨를 털어낸다. 두세 번에 걸쳐서 털어주면 남기지 않고 털어낼 수 있다.

그물처럼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 있는 '들깨망' 포장을 깔아놓고 털어내면 깨는 구멍 사이로 빠지고 꺼풀은 그물에 걸러져서 쉽게 깨를 분리할 수 있다. 들깨는 햇볕에 말린 후에 밀폐되는 용기에 담아서 보관해야 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고소한 들깨향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들깨 #깻잎 #이랑 #광합성 #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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