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만큼 고운 사람들이 모인 '다다인'

양산시외국인노동자의집이 설립한 천연염색 공방

등록 2015.01.23 14:25수정 2015.01.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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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여성과 사회 취약계층, 천연염색 전문가가 합심해 만든 예비사회적기업 '천연염색공방 다다인'(공방장 이영화)이 지난 10일 하북면 통도사 산문 앞에 판매장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다문화, 다양한 사람이 모인 곳'이라는 뜻의 '다다인'은 지난 2012년 11월 사회적기업 신청을 해 2013년 6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들이 첫 자리를 잡은 곳은 상북면 신전마을. 이곳에서 지난 2년간 공방을 운영하다 공방을 찾는 이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판매장까지 확장하게 됐다.

하북면에 판매장 세우고 올해 중국 진출 목표

양산시 하북면에 있는 '다다인' 판매장 ⓒ 김민희


"처음에는 아무래도 다다인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힘이 들었어요. 저희에 대해 아는 분들이 있어야 구매도 하고 입소문도 날 텐데 그렇지 못했던 때도 있었죠. 알음알음으로 저희 제품을 팔고, 제품에 만족한 분들이 '다다인 제품은 100% 수제 천연염색'이라고 입소문을 내주시면서 자리를 잡아갔어요. 공방에 천연염색 구경하러, 제품을 사러 등 여러 목적으로 방문이 이어졌고, 이제 이곳보다 넓은 데로 가라며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공방을 연 2년 동안 1억5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문화 여성 3명, 취약계층 3명, 자체 고용한 2명 등 8명이 만드는 천연염색 제품이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가 된 것이다.

야무진 이들의 손에서 태어난 질 좋은 천연염색 제품은 이불, 옷, 모자, 액세서리, 신발 등 그 종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특히 다다인은 예비사회적기업 인증과 함께 전국 천연염색 전시회부터 중국 국제박람회장에도 출품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중국시장에 저희 제품을 전파할 생각이에요. 중국에서 온 다문화 여성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능력을 활용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다다인 이름을 알릴 생각입니다."

이영화 공방장이 다다인을 취약계층이 이끌어가는 공방으로 만든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지난 1997년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겪는 차별과 어려움 등을 알게 됐다. 이후 그들을 외면할 수 없어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사무국장을 맡았고, 2008년에는 양산시다문화센터를 위탁받아 결혼이주여성 인권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양산시 상북면 다다인 공방에서 만들어진 염색 천을 말리고 있다. ⓒ 김민희


취약계층이 기술 배워... 자립 돕는 것이 목적

"다문화 여성들이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에요. 기껏해야 공장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정도죠. 언어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으니 일자리에서 차별도 많이 겪고요. 그래서 이들에게 더욱 전문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전공을 살려 천연염색 공방을 만들게 됐고요."

이 공방장의 의도처럼 다다인에서 지금 일하는 이들은 개인의 능력과 성향에 따라 그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중 다다인 시작 때부터 함께해오며 지금은 천연염색 팀장을 맡고 있는 차 샤오젠(34, 중국)씨는 이 공방장이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천연염색 기술을 가지고 있다.

샤오젠씨는 "무엇보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좋고 아이 키우는 주부를 위한 배려까지 해줘 고맙다"며 "이곳에서 천연염색을 배우고 있고 앞으로 꾸준히 배워 나중에는 제 개인 천연염색 공방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재봉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이지홍(45, 중국)씨는 "손에 물이 묻으면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 처음에 천연염색을 배우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는데 나중에 염색된 천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을 배우게 돼 행복했다"며 "아직 서툴지만 열심히 배워서 꼭 저만의 공장을 가지고 다른 이주여성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웃었다.

사진 왼쪽부터 이지홍 씨, 이영화 공방장, 차 샤오젠 씨. ⓒ 김민희


이 공방장은 "나중에 이 친구들이 기술을 완벽히 터득해 자립하게 되면 이들 밑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고 다다인에는 새로운 이들이 배우기 위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 게재됐습니다.
#양산 #다다인 #천연염색 #공방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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