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서북청년단 재건위', 학생 반발로 쫓겨나

SNS에서 "고대는 종북좌익세력 소굴" 주장... 학생들 "제정신인가"

등록 2015.01.26 14:12수정 2015.01.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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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가 페이스북 페이지 상단에 내건 이미지. 인공기 위에 고려대를 상징하는 호랑이 마크를 합성했다. 이들은 고려대가 붉게 물들고 았다고 주장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 페이스북 갈무리


"고려대학교가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4·19 폭동 추모하는 4·18 달리기 금지하라!"
"학내 간첩 및 종북세력 축출하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소셜네트워크 커뮤니티인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아래 고대대나무숲)에 극우반공단체를 표방한 '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라는 이름의 계정이 나타났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쫓겨났다. 서북청년단은 해방 후 좌익단체에 백색테러를 일삼은 단체다.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이 계정의 다소 황당한 주장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자유민주주의 위해 일어서야 할 때" vs. "자유민주주의 공부나 하고 오라"

지난 23일 학생들의 익명 사연을 소개해주는 페이스북 페이지인 고대대나무숲에 엉뚱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 고대대나무숲이 올린 "아직 못 잊었다"라는 한 줄 사연 아래 '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종북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다 죽어간 호국영령들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댓글을 남긴 것.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학생들은 해당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라" "왜 고려대 이름으로 이런 걸 하느냐"라며 나무랐다. 그러자 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계정은 "지금 대한민국과 고려대학교가 붉게 물들고 있다"라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일어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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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에 학생들이 보인 반응 극우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을 계승하겠다는 이들을 향한 학생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결국 이들이 남긴 댓글은 '대나무숲' 운영자로부터 삭제됐고, 해당 계정 역시 차단됐다. ⓒ 페이스북 갈무리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더 싸늘해졌다. 이들의 댓글 아래에는 "자유주의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그리고 파시즘이 뭔지 공부하고 오라, 그러면 네 행동이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 거다"라는 충고와 "종북하고 호국영령하고 시대가 다른데, 이거 만든 사람은 최소 2개 이상의 평행우주에서 사시는 분"이라는 조롱 섞인 댓글이 이어졌다.

이날 '고려대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댓글은 올라온 지 30분도 채 안 돼 대나무숲 운영자로부터 삭제됐다. 해당 계정 또한 차단됐다. 한 학생은 페이스북에 고려대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페이지를 신고하기도 했다. 문제의 이 '고려대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계정이 고려대 학생들이 운영하는 페이지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4·19 혁명은 공산분자들의 폭동... 추모행사 금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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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요구사항 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가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요구사항. 이들은 4.19혁명을 두고 공산분자들의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 페이스북 갈무리


현재 삭제된 고려대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페이지에서 이들은 스스로를 "종북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과 고려대학교를 지키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대학생 연대"라고 소개해놨다. 페이지 상단에는 인공기에 고려대학교의 상징인 호랑이 마크를 합성한 사진을 내걸었다.

또한 이 계정은 '우리의 요구'라는 글에서 "예로부터 고려대학교는 종북좌익세력의 소굴로 이름나 있었다"라면서 "고려대학교 권위에 기대어 학생과 시민들에게 반정부 선동을 자행해온 이들을 교정과 자유대한민국에서 영구히 축출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페이지는 총학생회에 정부 비판 및 좌파를 돕는 성명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계정은 "좌익운동권 총학생회는 물론 비운동권을 표방해 학우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고대 공감대(지난해 총학생회)마저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안보 활동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는 등 반정부 종북 세력들의 주장에 놀아난 바 있다"라면서 "이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대내외적인 압력이 있다 해도 애국의 길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 밖에도 이 계정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1960년 4월 18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의거를 기리며 매년 열리는 마라톤 행사인 '4·18 구국대장정'을 금지할 것도 요구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한미 동맹을 이간하려했던 공산 혁명 분자들의 4·19 폭동을 미화한다"라는 이유다.

'고려대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지난해 세월호 희생자 추모 리본을 강제로 철거하려고 해 논란이 됐던 '서북청년단'과는 별개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정함철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장은 2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대학까지 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는 처음 들어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재건총회'를 열고 '종북 좌익 세력의 반역성 규탄 및 실력 저지 활동'과 '애국심 고취를 위한 홍보사업' 등을 하겠다고 밝힌 서북청년단은 오는 1월 31일 자정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고려대학교 #서북청년단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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