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추락 속 친박-비박 정면충돌

여당 원내대표 경선... '이주영·홍문종-유승민·원유철' 계파 대결 강화

등록 2015.01.28 21:32수정 2015.01.28 21:32
12
원고료로 응원
새누리당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새누리당은 닷새 뒤인 내달 2일 차기 총선 성적표를 좌우할 수 있는 원내사령탑을 선출한다. 무엇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향후 당청관계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친박 대 비박의 대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영 의원(4선·경남 창원마산합포)과 유승민 의원(3선·대구 동구을)의 양강구도로 짜인 판 자체가 관전 포인트를 친박 대 비박으로 보게 한다.

이 의원은 '범박(凡朴)' 혹은 '신박(新朴)'으로 꼽힌다. 2012년 대선 당시 캠프 특보단장·대선기획단장 등을 지내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세월호 참사를 수습한 그를 떠나보내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05년 당시 박근혜 당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원조 친박'이지만 현재 비박으로 분류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멀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 중 벌어진 '보도자료 변경 논란'에 "청와대 얼라(어린아이들)들이 하는 거냐"라고 호통친 것도 그만의 '쓴소리 스타일'을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이었을까. 그는 '수첩파동' 당시 김무성 대표와 함께 정윤회 문건 유출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두 의원의 '짝짓기'로 친박 대 비박 대결 성격은 더욱 짙어졌다. 이주영 의원은 28일 홍문종 의원(경기 의정부을)을 정책위의장으로 택했다. 러닝메이트로 친박 주류를 택한 것이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비박 중진인 원유철 의원(경기 평택갑)을 택했다. 각각 PK, TK 출신인 두 후보가 자신의 지역색을 보완하기 위해 수도권 중진을 자신의 짝으로 택한 것이지만 자신의 방향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 때리기'냐 '당청일체론'이냐... 선택의 순간 다가왔다

a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선 결과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당청관계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 2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내대표로서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이 되겠다"라며 "쓴소리가 필요하지만 쓴소리보다 더 강한 것이 바로 '옳은 소리'"라고 강조했다. 당청이 똘똘 뭉쳐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유 의원은 지난 2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을 정치의 중심에,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고 과감하게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수직적 당청관계에서 탈피, 수평적 당청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당청 간 소통에) 평소 문제가 없었다고 보긴 힘들다"라며 "당과 청와대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해야지 그냥 이렇게 청와대나 정부가 던져주는 입법·예산에 대해 당이 거수기 역할 하는 건 서로에게 다 좋지 못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심(박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로 향해 있느냐도 관건이다. 박심은 이번 경선에서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 들어 세 차례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심은 주요 변수 중 하나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 후보와 러닝메이트였던 진영 당시 정책위의장 후보 지역구를 방문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집권 1년차인 2013년 원내대표 경선 때는 친박 주류인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가 아예 후보로 나섰다. 새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완구 전 원내대표는 합의 추대됐다. 경쟁자였던 남경필·이주영 의원이 각각 경기지사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차출됐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원내대표 경선이 박심의 영향을 크게 받은 셈이다.

그러나 박심이 곧 '승리 보증수표'는 아니었다. 2012년 원내대표 경선 때는 결선투표까지 갔다. 겨우 6표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2013년 원내대표 경선 당시 승패를 가른 표 차 역시 고작 8표 차였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갈수록 약화되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2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9.7%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선을 고작 1년 여 앞둔 여당으로서는 '청와대 때리기'를 통해서라도 독자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다만, 점차 닥쳐오는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권 내 단결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선 결과에 따라 '박심'이 집권 3년차까지 유효할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두 의원은 양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 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 당시 "저를 '친박', '범박'으로 이렇게 말하는데 오리지널 친박으로는 안 보는 것 아닌가"라며 "오히려 유승민 의원이 친박이라 말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자신을 계파구도로 평가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유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 "대통령께서 원내대표 경선에 절대 개입하지 않으시리라고 확신한다"라면서 "일부 친박 핵심을 자처하는 분들이 청와대를 팔면서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하는 징후가 있는데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친박·비박 갈등 고조 예상... 청와대의 복안은 무엇?

a

원내대표 선거 출마 선언한 유승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7일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차기 원내대표직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당헌 제8조가 정한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가장 충실한 원내대표가 되겠다"면서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누구보다 사심없이 바라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 남소연


친박·비박 간 신경전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변수다. 경선 결과와 관계 없이 당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 간 힘 겨루기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특히 비박은 '수첩파동'을 계기로 더욱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김무성 당대표는 최근 사안마다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의 세원 발굴 입법 발의 방침을 두고 "증세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하는 것은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또 "국민 이해나 공감이 전혀 없는 설익은 정책 발표나 정책담당자의 발언은 국민에 큰 혼란을 주고 불필요한 논란을 지필 수 있다"라고도 경고했다.

그는 전날(27일) 열린 당 전국여성지방의원협의회 총회에서도 일부 친박 주류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김 대표는 "민주정치는 소신껏 말하라고 만들어놓은 건데 '잘하라'고 몇 마디 한 것 가지고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한다는 이런 소아병적 생각 때문에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각을 세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 지도부의 '쓴소리 행보'는 더욱 강화될 소지가 크다. 더불어 당 지도부의 일각을 차지하는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등 친박과도 공공연히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후속 인사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청와대는 이번 주 중 미처 완료하지 못한 특보단 및 개각 인사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의 후속 인사 발표는 원내대표 경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박 인사를 위주로 한 인사를 발표할 경우 당내 경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실제로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정무특보단 후보군으로 이경재·이성헌·현기환 전 의원과 김태환·윤상현 의원 등 주로 친박 인사들만 거론돼 왔다.
#유승민 #이주영 #친박 #박근혜 #원내대표 경선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4. 4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