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갯벌로"... 안희정의 선언, 먹힐까

숨막힌 땅 되살리는 생태 프로젝트... "지역 주민, 논의 과정 참여해야"

등록 2015.01.30 18:18수정 2015.01.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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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증도는 간척을 포기하고 갯벌을 살려내면서 전국 최초로 갯벌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다. 증도 갯벌에서 갯벌 체험을 하는 아이들 모습. ⓒ


해양 생물의 보고이자, 바다 생태계의 근원인 갯벌.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과 더불어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좁은 국토로 식량 생산이 시급했던 보릿고개 시절, 갯벌을 메워 땅으로 전환하는 간척 사업은 그야말로 국토 대 '개조'였다.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충청남도(아래 충남) 천수만은 1979년 간척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명성이 과거가 돼 버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천수만의 수질 등급은 6등급까지 하향됐고, 축산 분뇨가 유입되면서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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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지가 만들어지고 해수유통이 막히면서 천수만 상류에서 흘러든 축산 분뇨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낳고 있다. ⓒ 김종술


간척, 보릿고개 시절 먹고 살기 위해 

사실 우리나라의 간척사업의 역사는 꽤 길다. 1248년 고려가 몽고와 항전을 벌이던 청전강 하구의 갈대섬에 제방을 축조해 농지를 조성해 군량미를 조달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1961년 경제 개발 계획에 따른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시작된 간척 사업은 시화, 화웅, 서산에서 호남의 영산강까지 현재 총 13만 5100ha의 면적으로, 국내 경지 면적의 9%에 이른다. 여의도의 면적의 150배가량의 간척지가 생겨나면서, 대한민국의 지도는 바뀌어 갔다.

식량 자급을 높여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기 위해 수조 원의 돈을 투입한 간척 사업. 과연 애초의 요구와 목적대로 활용되고 있을까? 충남에는 국가 관리 20개, 지방 관리 250개, 미지정 민간 관리 9개 등 총 279개의 방조제가 있다. 방조제 길이만 177km에 이른다.

갯벌을 없애고 간척지를 조성했지만, 농업 용지로도 산업용지로도 제 구실을 못하는 데다 육상 오염 물질이 유입되면서 환경 피해까지 가속화하고 있다. 홍성 보령을 일컫는 홍보지구는 8100ha 갯벌을 막아 방조제와 양수장, 배수갑문 등을 만들어 농업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26년간 4833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간척지다.

파괴된 생태계, 축산 분뇨 가득

이곳은 완공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상류에 축산 단지가 많아 농업 용수 공급을 못 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현재는 수질 개선 사업을 하고 있는데, 과연 하천 정화 사업에 돈을 들여야 하는지도 의문이 들 정도다.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농업 용수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농사는 물론 방조제 안쪽 8100ha의 갯벌에 살던 수산 생물마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방조제가 건립되기 전에는 황금 어장으로 다양한 종류의 어류들이 잡혀 어민들은 풍족했고, 주변 상인들의 장사도 잘됐다. 건립 후 바다를 주 수입원으로 삼았던 주민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졌다. 지역 상인들과 일부 주민은 이곳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을 방법으로 수문 개방을 꿈꾸고 있다.  

축산 분뇨로 가득한 천수만이 심각한 오염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해 10월 충남 안희정 도지사는 '연안 및 하구생태계복원사업(역(逆)간척사업)'의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간척지를 원래의 갯벌 형태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안 지사는 그동안 간척 사업을 해양 수질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1~2곳은 역간척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역간척 사업 대상 부지로는 서산 간월호·부남호(AB지구) 등이 검토 대상지다. 이 중 오염도가 심한 지역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연안 갯벌의 육지화나 농업 용수 확보 등을 위해 건설한 방조제에 수문을 달아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방조제를 허물지 않는 상태에서 해수를 유통해 양식장이나 습지 등 조성 생태계를 간척 사업 이전으로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시범 사례도 있다.

복원 첫 삽, 지역민의 벽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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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 소포리 갯벌은 지난 1977년 대흥포방조제 공사로 112만㎡(34만평)의 간척지가 만들어졌다. 2009년 주민들의 주도로 역간척을 추진했지만 지역주민의 벽을 넘지 못 했다. ⓒ 정영희


2009년 우리나라도 역간척 사업 시도의 첫 사례지가 있다. 전라남도 진도군 소포리 갯벌이 지난 1977년 높이 6m, 길이 580m 대흥포방조제 공사로 생긴 112만 제곱 미터(34만 평)의 농지를 32년 만에 허무는 역 간척 사업을 추진하다 당시 간척 사업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무산된 뼈아픈 사례가 그것이다.

지난 19일 충남발전연구원 강현수 원장, 정봉희 팀장,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와 충남 홍보협력관 등과 동행해 2009년 역간척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전남 진도군 소포리를 찾아 역간척 추진에 앞장섰던 김병철 전 이장과 당시 간척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을 만나봤다.

김병철 전 이장은 "보릿고개를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농지 간척은 그 후 무분별한 농약 사용으로 수질오염으로 이어졌다. 건강까지 악화되는 지경에 이르고 나서야 간척 사업의 후유증을 알게 됐다. 이후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했지만, 외국 농산물은 밀려오고 벼 농사 지어 봐야 남는 것도 없던 시기에 환경도 되살리고, 수익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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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소포리 갯벌은 1977년 대흥포방조제 공사로 112만㎡(34만평)의 간척지가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2009년 역간척을 추진했지만 지역주민의 벽을 넘지 못했다. ⓒ 충남발전연구원


이어 그는 "고심 끝에 생태 관광과 문화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135가구 주민 340명 대부분이 논을 갯벌로 전환하는 역간척에 찬성해 역간척을 추진하게 됐다"며 "간척 후 변화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등 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역간척에 반대한 주민도 만나 봤다. 여든이 넘은 한 어르신은 "손바닥만 한 논 한 배미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던 시절에 지게와 리어카로 끼니까지 굶어가며 고생하면서 피와 땀으로 만든 농지 때문에 쌀밥을 먹고 살 수가 있었다. 그런데 (농지) 대금을 일시불로 준다는 것도 아니고, 신탁해서 준다는 데 마땅치가 않았다"며 "한 맺힌 그 땅을 역간척 해서 나오는 수익을 보상으로 준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전문가 "설득과 협의 더불어 충분한 보상 뒷받침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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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 원장과 허재영 교수가 진도군 소포리 대흥포방조제에서 갯벌을 바라보며 역간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충남발전연구원


충남발전연구원 강현수 원장은 "역 간척은 지난 개발 시대와 다른 미래의 시대적 흐름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충남은 역간척을 통한 생태 복원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중앙 정부는 물론 충남도와 시·군 등이 함께 새로운 지속 가능한 해양 발전의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갯벌의 가치를 담은 시범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재영 교수는 "과거 어촌이었던 지역이 간척 사업으로 농촌으로 변화된 지역의 경우, 연안 복원(역 간척)의 타당성과 필요성에도  농지에 대한 고집을 포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연안 복원을 계획하는 경우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농지를 갯벌로 복원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역 주민의 이해 관계를 잘 파악해 상실감을 벌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지의 생산성보다 복원된 갯벌의 생산성이 현저하게 크다는 점은 지역 주민들에게 대체로 이해되고 있으며, 그러므로 충분한 토의와 설득이 진행된다면 현재의 농업 위주의 산업에서 염전 등을 포함한 어업으로의 전환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복원 사업의 추진 주체는 지역 주민을 포함해야 하며, 가급적 다수의 지역주민이 의사결정과 논의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추진 주체의 운영은 민주적이어야 하며, 논의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안 복원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 지원금, 시민사회의 참여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으며, 또한 농지로부터 복원된 갯벌은 바다로 환원되는 것이므로 이에 합당한 재정적 뒷받침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선진 사례, 하루 10만 명 찾는 독일 랑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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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랑어욱은 35종류의 철새들의 서식지로 바다 생태계가 잘 유지된 세계적인 갯벌로도 유명하다. 갯벌 해설가가 체험객들에게 갯벌 생물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CMB다큐멘터리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독일에 역간척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섬, 랑어욱은 여름이면 하루 1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독일 내에서도 가장 부유한 마을로 꼽힌다. 자연 생태를 상품화한 랑어욱은 자동차 출입 금지 지역으로, 자전거를 이용해야만 하는 친환경 생태 지역이다.

이 지역의 갯벌은 35종류의 철새들의 서식지로, 바다 생태계가 잘 유지된 세계적 갯벌로도 유명하다. 랑어욱은 1923년 경에 이뤄진 간척 사업으로 몇 년 전만 해도 삭막한 간척지였다. 못 쓰는 땅을 활용하기 위해 시작된 간척 사업으로 소를 키우려던 계획을 되돌려 1986년 간척 사업을 중단하면서 금지 법안까지 만들었다.

더불어 갯벌을 살리자는 바람이 불면서 역간척 프로젝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간척지를 없애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각종 철새들이 찾게 되기까지는 10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역간척으로 생태가 복원되면서 주민들은 경제적인 생활 뿐 아니라 삶도 윤택하게 변했다고 한다. 자동차가 없어서 소음 없고, 공기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간척을 선택하는 대신 갯벌을 보존한 지역도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가 대표적인 곳이다. 증도는 간척을 포기하고 갯벌을 살려내면서 전국 최초로 갯벌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생태계가 보존돼 있다. 김 양식, 다양한 갯벌 생물을 이용한 경제 효과 뿐 아니라 관광 수입도 높다고 한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후 연 3만 명 넘게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갯벌 체험 관광은 늘어났고, 더불어 증도의 경제도 살아났다고 한다. 갯벌 자원의 체계적 보존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 국립공원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 넘어야 할 높은 벽,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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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습지로 국내외에 유명한 순천만은 연간 탐방객이 3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순천만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1일 관광객 수를 조절해야 할 정도라고 할 정도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 충남발전연구원


역간척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민과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토지 보상 문제와 물 이용 측면의 문제 등 주민과 이용자와 관계자, 사용자 등 여러 측면에서 다소 많은 갈등과 문제가 야기 될 수 있다.

일차적으로 이 사업의 성패는 주민 합의,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만 시작될 것이다. 낡은 시대의 요구에서 새로운 경제 패러 다임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역 간척 프로젝트. 미래 세대에게 경제적 희망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안겨줄 수 있는 해법이 되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충남도가 추진 계획을 세운 역 간척 사업 또한 바다의 생태 환경 복원을 추진한 모범 사례로서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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