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간 못 찾은 <돈키호테> 작가 유골, 이번엔 찾을까

[해외리포트] 세르반테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관 발굴

등록 2015.01.30 16:31수정 2015.01.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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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대표 문학이자 세계적 문학 <돈키호테>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이하 세르반테스)(1547~1616)의 무덤이 여전히 미스터리의 상태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지난 24일(현지시각) 토요일, 세르반테스의 유해 발굴팀이 마드리드의 한 수녀원에서 그의 관으로 추정되는 흔적과 함께 유골 조각들을 발견하면서 스페인 사람들과 언론들은 그 결과 여부에 주목했다.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지 이미 40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그의 죽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로 이어지는 그의 세계적 명성을 생각하면 400년만의 유골 찾기가 웬 뒷북인가 싶을 수도 있다. 사실상 그의 명성에 비해 당대 그의 삶은 그렇게 순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군인으로 레판토 해전에 참여했던 그는 총상을 입어 왼팔 불구로 살아야 했으며, 포로생활과 옥살이도 연이어 해야 했다. 그야말로 고단한 삶이었다. 이후 <돈키호테>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모든 판권이 출판사에 넘어가면서 그는 실질적인 부를 누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50여년 전부터 시작된 세르반테스 흔적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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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돈키호테를 집필한 세르반테스 동상 ⓒ 홍은


그의 사망 이후 흔적 찾기에 대한 퍼즐의 시작은 150여년 전, 세르반테스의 사망 이후 250여년이 지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5년 <돈키호테>의 새로운 출판을 계획하면서 세르반테스가 말년에 머물던 지역을 문화지구로 재조명하고, 세르반테스를 기리는 영구 단체를 만들어야한다는 필요성이 새롭게 대두되었다.

이 당시 스페인 왕립 학술원(레알 아카데미)의 학술원장이었던 모리노 로카는 그동안의 연구를 기반으로 밝혀진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필요성을 느꼈고 1870년 3월, '세르반테스가 트리니티(삼위일체) 수녀원에 그의 유언에 의해 마지막으로 안치되었고, 그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는 없으나, 확실한 것은 이후 다른 곳으로 이장된 적은 없다'는 사실을 4회에 걸쳐 발표했다.

이 기록은 세르반테스의 무덤의 위치를 증명하는 공식적인 첫 증거자료가 되었다. 그리고 이 증거자료는 지난 2014년 4월 28일,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르반테스 유해 발굴 작업의 기본 자료가 됐다. 트리니티 수녀원에선 현재까지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동안 진행된 1차 발굴 작업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런데 1월, 2차 작업이 들어간 지 2주 만인 지난 24일 세르반테스의 관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심하게 상한 오래된 나무 관 조각에 새겨진 'M.C'라는 이니셜은 모두를 흥분시켰다. 징으로 박은 이 이니셜이 'Miguel de Cervantes'의 약자일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관과 함께 발견된 유골 조각들이 세르반테스의 유골 조각 아닐까, 라는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이틀 뒤인 26일, 연구팀은 발견된 유골조각이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부터 남녀 여러 사람의 유골이 섞인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 안에 세르반테스의 유골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고 보다 전문적인 확인 작업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400년 동안 고독을 참았을 세르반테스의 영혼

발굴 초기부터 세르반테스의 후손이 없는 터라 유골이 발견된다고 해도 확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전쟁 중에 입은 왼팔 총상과 치아 등의 근거를 통해 확인 작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쉽지는 않은 상태다.

그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이니셜이 새겨진 관에 대해서는, 세르반테스가 안치되었던 초기 관이 아닌, 이후 공간 확보를 위해 다른 유골들과 함께 매장하면서 다시 큰 관에 옮겨 새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유골 발굴 프로젝트 시작 당시, 4세기가 지난 이후 유골 발굴에 나선 의의를 묻는 언론들의 질문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역사학자 페르난도 프라도는 이렇게 답했다.

"왜냐하면 그는 세계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류는 그에게 큰 빚을 안고 있다. 오늘날 21세기의 기술로 그의 유골을 찾아 그의 무덤을 만들고 묘비를 세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는 이번 발굴을 기대감 속에 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데 400년이나 지난 지금 그 유골을 찾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의 책이 세상을 여행하며 그 명성을 누리고 있을 때 약 400년간 아무도 찾지 않는 어딘가에서 고독을 참고 있을 세르반테스를 한 번쯤은 기억해 볼 일이다. 과연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 아직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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