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로 기술된 두 장면...MB는 읽기나 했나

[분석] 이명박 자서전 vs 노무현 자서전, 이렇게 다르다

등록 2015.01.31 16:16수정 2015.01.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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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국민의 공감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출간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의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집필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두우 홍보수석은 회고록에 대해 "역대 대통령 회고록 중 정책위주의 회고록은 최초일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현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측근비리 등으로 정권의 도덕성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발언이라고 야당은 비판했다. - <한겨레> 2011년 10월 1일자 1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대통령의 시간>을 두 번 읽었다. 약 8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흥미진진하다는 표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다. 두 차례 읽고 난 뒤의 소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려 노력하다가 위 기사를 찾았다. 이 보다 더 이 자서전의 성격을 규정지을 만한 한줄평이 있겠는가.

<대통령의 시간>은 2008~2013년 재임 기간 동안을 기록하고 있다. 책의 후기에서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의도하지 않더라도 내가 한 일들이 미화되거나 과장되어 기억될 위험이 있다"며 무엇보다 '자화자찬'을 경계했다고 밝혔다. 또 "사실에 근거할 것, 솔직할 것, 그럼으로써 후대에 실질적인 참고가 될 것"이 회고록의 집필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대통령의 시간>에서 빠진 두 달,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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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돌직구, "십중팔구 거짓말"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을 언급하며 jtbc 손석희 앵커가 조지 오웰의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인용하고 있다. ⓒ jtbc갈무리


책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자 이 전 대통령의 집필의도와 원칙과는 정반대의 비판이 거세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MB의 자화자찬'이라고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자중이 최소한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비판했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자화자찬 회고록을 낼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참회록을 내야 한다"고 혹평하며 "누가 만일에 출판정지가처분 소송이라도 제기한다면 얼마나 큰 망신이겠나"라고 출판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JTBC 손석희 앵커는 1월 29일자 앵커 브리핑 코너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며 "진솔한 회고록을 낼 수 없는, 어쩌면 내서도 안 되는…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은 르네 마그리트는 이미지, 즉 허상에 속지 말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시간>에 대한 즉각적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청와대부터 나섰다. '세종시' 부분과 관련해 왜곡된 내용이 기술됐다는 반박이다. 이 뿐 아니라, 800여 페이지 전체를 관통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더욱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수 차례 <대통령의 시간>에 소환돼 비판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존재함에도 <대통령의 시간>에는 도의적 책임이나 사실 관계에 대한 해명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시간이 마치 4년 10개월인 듯하다. 2009년 4월과 5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그 두 달간의 시간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회고록에 소환되는 노 전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후임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능한 대통령'으로 묘사된다.

'다시 노무현'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인가. 그가 '노무현 때문'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 기술된 사안이기도 하다. 같은 사안에 대한 다른 시각, 비교해 본다.

[같은 사안, 다른 시각①] 2008년 쇠고기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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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의 주장, "노무현이 약속 안 지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이 공개되자 사실 논란이 일고 있다.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는 내용을 보도한 <동아일보> 1월 30일자 5면 ⓒ 동아일보pdf


[운명이다, 258~259p] 나는 이 네 가지 문제(영화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건강보험약가 제도 현행 유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적용 유예)와 관련하여 국익을 해치는 어떤 부당한 양보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이 문제들과 관련하여 양국 통상 담당자들 사이에는 많은 말과 문서가 오갔다... (중략) 소고기는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만 통관을 허용하는 쪽으로 이미 합의가 되어 있었다. 고인이 된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외교부와 재정경제부의 모진 공격을 받으면서도 끝내 이 빗장을 열지 않았다… 지금도 오해하는 분이 있다면 내 말을 믿고 오해를 푸시기 바란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던 대한민국은 '굴욕 외교'를 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대통령의 시간, 229p] "그래서 미국은 보커스 의원을 설득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우리 측의 쇠고기 수입 조건 규제 완화 약속을 구체적으로 받아내겠다는 것입니까?" 김(종훈) 본부장이 대답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와 통화하면서 이면 합의를 했습니다. 그걸로 담화 발표까지 했습니다. 2007년 9월 APEC을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또 한번 구두로 합의했습니다. 그 내용과 문서가 유출됐답니다. 특정위험부위(SRM)를 제외하고는 월령 제한 없이 전부 수입하겠다는 내용이라 합니다. 보커스는 한국 정부가 그 합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목은 2장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편 부터다. 1장 '나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다'는 대통령이 되기 전 일 중심이다. 2장 첫 소제목이 인상적이다. '노 대통령의 거절'이다. 대통령의 시간을 열면서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부터 소환시켰다.

2008년 2월 18일 당선인 신분으로 노 대통령과 마주 앉아서 대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에게 '한미 쇠고기 협상을 노 대통령 재임 중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의 취임 불과 일주일 전일이다. 노 대통령이 '조언'을 주면서 요청에 응하지 않자 이렇게 기술했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찾아갔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몇 차례에 걸쳐서 타결을 약속한 일이었다. 그 일을 마무리 짓지 않은 채 퇴임하겠다니, 넘겨받은 이 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가슴이 답답했다. – 대통령의 시간, 106p

105쪽부터 시작된 '쇠고기 협상' 관련 기술은 130쪽까지 이어진다. 관련 내용이 기술된 25쪽 중에서 노 전 대통령은 '약속을 무수히 어긴' 사람으로 묘사된다.

- OIE 권고를 존중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으로 우리 협상 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 111p
- (2007년 9월 APEC 당시)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쇠고기 문제는 약속한 대로 임기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 - 112p
- 결국 나는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서는 큰 딜레마를 안고 대통령에 취임해야 했다… 전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약속한 상황이라 협상의 여지도 크지 않았다. - 113p

집권 첫 해 발생한 '광우병 사태'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첫 페이지부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서 '노무현의 이면 합의'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주장과 기술은 누굴 위한 것인가.

권력의 정점이었던 자신의 집권기간 동안 바로잡지 못한 역사를 '회고록'이라는 일방적 기술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쇠고기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나.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이면 합의'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기술된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은 31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좀 많이 나간 것 같다"고 사실상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사실 확인부터 먼저 할 필요가 있다.

[같은 사안, 다른 시각②] 2008년 경제위기 극복

[운명이다, 208~209p] 잘했다고 자랑할 염치는 없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대로 말하고 싶다. 참여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중략) 대한민국 1인당 국민총소득은 1995년 1만 달러를 넘었지만 IMF사태가 나면서 1998년에는 7,355달러로 추락했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내가 민주정부 10년 동안 그것을 세 배로 올려놓았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 외환보유고는 36억 달러에 불과했다. 텅빈 금고를 넘겨받은 김대중 대통령이 IMF 채무를 조기 상환하고 1,234억 달러를 채워 내게 넘겨주었다. 나는 그것을 두 배가 넘는 2,620억 달러를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겨주었다. 세계 5위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를 성공적으로 넘을 수 있었다.

[대통령의 시간, 155p]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불과 6년 만에 한층 높아진 국격에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책을 쓰는 이 순간에도 세계경제가 호황이던 노무현 정부 때의 경제성장률과 단순 비교하며 우리 정부의 경제 성과를 폄훼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편으로는 씁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는 곧 우리 국민들이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시간>에서 이 전 대통령은 50쪽에 걸쳐서 '날벼락 같은 세계 금융위기'를 다뤘다. 전대 미문의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자부심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자부심은 퇴임 직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2013년 2월 5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맞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한 대통령이라는 자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세상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노무현 정부 때의 경제성장률'을 가지고 와 언급한 대목이다. 노 정부 때는 '세계경제가 호황'이었기 때문에 좋았던 것이라는 주장은 노 정부에 대한 폄훼가 아닌가. 노 대통령의 언급처럼, 참여정부는 수치상으로는 경제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5년 동안 나라를 이끈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치적뿐 아니라 타인의 성과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전임에 대한 사사건건 '소환해 모욕주기'는 부동산 분야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된다.

[운명이다, 221~222p] 물론 정책 오류도 있었다. 나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유동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당연히 비판받아야 할 일이고 실제 비판을 받았다. 2005년과 2006년에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부동산 가격 폭등이) 너무나 걱정이 되어서 몇 차례나 경제보좌관과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묻고 확인했다. 그때마다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것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대통령의 시간, 664p] 2010년 7월 28일 청와대 본관 소회의실, 경제 관련 장관 및 청와대 수석들이 모여 부동산 문제를 논의하는 중이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말했다. 정 장관은 전임 정부 때 천정부지로 올랐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중략) 나는 정 장관을 불러 이렇게 당부했다. "그건 사실 (전임 정부 때) 가격이 비정상으로 올랐다 떨어지는 것 아니에요? 고소득층의 비싼 대형 아파트, 그것도 매매가 별로 없는 가운데 가격이 떨어진 거죠? 그걸 가지고 우리가 부동산정책을 다시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데요?"

'유체이탈'로 기술된 남북 비밀회담과 자원 외교

'세종시' 관련해 청와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MB측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책이 아직 나오지 않아 원본을 다 볼 수 없었을 텐데 상당 부분 정확히 안 보신 것 같다"고 언론에서 주장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시간>을 읽어보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당혹스러운 두 장면이 등장한다. 이 두 장면을 읽노라면 '과연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되는 이 회고록을 읽기나 한 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통일은 도둑같이 온다> 장에서 남북 비밀회담 내용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354쪽부터 십여쪽에 걸쳐 기술된 비밀회담 관련 내용은 향후 남북 관계에도 큰 짐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원자바오 전 총리가 '남북정상회담'을 권유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이어 북한측 주장, '이명박 정부가 돈봉투를 주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구걸했다'는 내용을 전하며 이 전 대통령은 당혹스러운 기술을 한다.

(북한이 주장한 돈봉투 구걸외교를 언급하며) 비공개 회담을 폭로하는 것은 국제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 360p

앞서 십여쪽에 걸쳐 남북 비밀회담 내용을 공개한 사람은 누구인가. 심지어 원자바오의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비밀리에 정상회담이 추진됐음을 전한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폭로하는 것은 괜찮고, 북한이 폭로하면 국제 관례에 어긋난다는 말인가.

이런 장면은 또 있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노무현 정부와 관련된 내용이다. 8장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하여> 중 '자원외교'를 기술한 대목을 보자.

에너지 자원 자주개발률도 크게 상승했다. 석유, 가스의 경우 2008년 5.7%에서 2011년 13.7%로 상승했으며, 유연탄, 우라늄, 철, 동,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 광물 자주개발률은 2007년 18.5%에서 2011년 29%로 증가했다. - 533p

이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기와 비교하여 자원 자주개발률이 증가했음을 보이며 자원외교의 성과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기술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읽기나 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2014년 12월 현재, 야당은 우리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실적에 대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자원 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 - 533p

앞서 에너지 자원과 광물의 자주개발률은 직전 정부인 노무현 정부의 수치와 비교해서 성과를 자랑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자원외교 실적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10년에서 30년에 걸쳐 그 성과가 나타난다'며 우물에서 숭늉을 찾지 말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유리할 때는 전임 정부 수치와 비교하고 불리한 공세에는 '10년이나 30년'을 들먹인다면 그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대통령의 시간> 2편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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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출간한 MB, 공항에 모습 드러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된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사이판에서 휴가를 보내고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확인한 이 전 대통령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책의 내용이 논란이 되자 MB 측은 더욱 공세적 입장을 보였다.

MB정부 때 청와대 공보수석 겸 대변인을 지내고 회고록 집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이동관 디지털 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고록에서) 진짜 정치적 민감성이 있는 얘기는 전부 다 사실 뺀 것"이라며 "2, 3년 뒤에 준비해서 쓰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진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는 거는 전혀 이번에 안 다뤘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지낸 인물의 회고록이 이와 같이 정치적 공격 무기처럼 활용된 사례가 또 있었던가. 회고록은 말 그대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화자찬을 경계하고 사실만을 기술한다'는 원칙 하에 쓰여졌다는 <대통령의 시간>은 낙제점이다. 자화자찬이 비판받고 있고, 기술된 사실도 도전받고 있기 때문이다.

2탄 운운하기에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공과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회고록의 본래 기능을 수행하기는커녕 쓴 걸 후회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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