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공사중 제주도기념물 환해장성 훼손 논란

예래동 논짓물 주민들 "보존해야 할 곳에 공사 허가" 지적... 서귀포시 "이미 통과된 일"

등록 2015.02.02 13:59수정 2015.02.0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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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 해안로에 있는 환해장성(오른쪽)이 인근에서 건축공사를 하고 있던 굴착기에 의해 일부가 허물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신용철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려 때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제주 해안가 곳곳에 쌓았던 환해장성 일부가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에서 대평리를 잇는 해안로에 신축 중인 한 건물에 굴착기이 들어서더니 환해장성 일부를 무너뜨렸다. 진입로 확장을 위해서였다. 제주 내 환해장성은 지난 1998년 제주도기념물 제49호로 지정되었다.


당시 마을주민들은 건축 시공 관계자에게 "이것이 환해장성인 것을 모르냐?"고 물었고, 시공업자는 "잘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시공업자가 제주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제주 사람으로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귀포시 건축관계자는 "다른 부서에서 (건축 허가가) 다 통과된 사항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농지, 상하수도, 정화조 등 다른 부분에서 모두 허가된 공사를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예래동 주민 강아무개(50)씨는 "해안가 보존을 위해 많은 지역주민들이 (건축 공사를) 반대하는 장소에, 더욱이 환해장성 바로 앞에 어떻게 건축 허가가 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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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 해안로에 있는 환해장성(오른쪽)이 인근에서 건축공사를 하고 있던 굴착기에 의해 일부가 허물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신용철


이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등 당연직 2명과 대학 건축학과 교수, 건축사, 미술협회 관계자 등 26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도 건축위원회 역할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의위원들이 현장에 오지도 않고 건축 허가를 해 주거나 현장에 온다 해도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주민들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

도 건축위원회 관계자는 "건축행위를 할 때는 심의를 먼저 받고 심의가 통과되면 건축 인허가를 받는다"며 "해안가 등 중요한 사항이 있을 때는 위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적법성을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담당 공무원과 도 건축심의위원회의 역할을 탓하기 전에 큰 틀에서 해안 경관 관리계획이나 건축심의 원칙들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제도적으로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다른 건축현장에서도 앞으로 똑같은 문제가 계속 생길 것"이라며 "해안 경관 관리 규제의 틀을 잘 만들어 놓고 심의 기준도 명확하게 해 놓아야 하루 80~90건의 건축 심의를 하는 관계자들도 인력적인 한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서 환해장성 일부가 무너진 것과 관련, 서귀포시 문화 관계자는 "예래동 환해장성은 문화재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도내 10곳의 환해장성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보호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라며 "역사 문화재이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 가서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 보고 건축주에게 조치사항을 구두로 통보한 뒤 경찰에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시공업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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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 해안로에 있는 환해장성(오른쪽)이 인근에서 건축공사를 하고 있던 굴착기에 의해 일부가 허물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신용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지역일간지 <제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환해장성 #서귀포시 #예래동 #제주도 건축위원회 #제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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