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면 황홀한 석양에 빠져 나올 수 없다

달이 길을 열어 제부도를 찾다

등록 2015.02.05 11:56수정 2015.02.0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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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 제부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이 만조로 막혀 있다. ⓒ 임재만


바닷길이 기적처럼 열리는 곳이 있다. 마치 해신이 있어 조화를 부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신이 아닌 달과 천체의 농간에 의한 것이다. 그 주체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달이다. 달은 지구를 돌며 인력으로 바닷물을 끌어당긴다. 그러면 지구 한쪽은 바닷물이 들어오는 밀물이 되고 지구 반대편에는 물이 빠지는 썰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반복된다. 서남해안에는 썰물로 인해 바닷길이 열리는 곳이 많다. 밀물과 썰물의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진도의 바닷길이 그러하고 충남 보령의 무창포의 바닷길이 그러하다. 뿐만아니라 서울에서 가까운 서해에도 있다. 바로 경기도 화성에 있는 제부도다.


4일 오후 2시, 모세의 기적이라 부르는 제부도를 찾았다. 물때가 맞았는지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닷길이 열렸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바닷길은 두 차가 교행할 수 있을 만큼 넓게 S자로 뻗어 있다. 차도 뿐 아니라 인도까지 만들어 놓았다. 신비의 바닷길을 직접 걸어 보기는 했지만, 차를 타고 들어가기는 처음이다.

바람도 잠잠하고 날씨도 화창하다. 평일이라 차도 많지 않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한산하다.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일이라 이제는 당연한 자연현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바닷길은 더 이상 신비로운 길도 아니고 호기심을 주지도 않는다. 더욱이 포장길은 신비함마저 떨어트린다. 차라리 모랫길이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한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은 하루에 두 번 열리기 때문에 물때를 잘 맞추어 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부도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잘 짜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섬에 몇 시간을 갇혀있어야 한다. 해양조사원 홈페이지(http://www.khoa.go.kr/)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서해 바다 위를 걷는 최상의 해안코스

등대 제부도 등대는 붉은 색으로 해신처럼 솟아 있다 ⓒ 임재만


바닷길을 달려 제부도로 들어섰다. 두 갈래 길이 나선다. 오른쪽은 등대가 서 있는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요 왼쪽은 매 바위로 가는 길이다. 제부도는 해안선을 따라 차로 한 바퀴 돌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없다. 오른쪽 길을 택했다. 언제 보아도 멋진 등대가 유혹하기 때문이다. 등대로 가는 길에는 많은 고깃배와 횟집들이 줄지어 반긴다.


등대 앞으로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주차장에는 요트를 타는 곳과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 있다. 요트 타는 곳에는 날씨가 추워서인지 요트는 보이지 않는다. 고깃배만 정박해 있다. 고깃배에 잡혀 온 싱싱한 생선들은 힘찬 몸부림으로 고요한 제부도에 생명감을 불어 넣고 있다.

선착장 앞에는 보통 등대와 달리 붉은 색칠을 한 등대가 바다 위에 솟아 있다. 마치 이 섬의 주인장 같다. 등대는 멀리 서해를 바라보며 포구로 들어오는 배들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가히 망망대해다. 살짝 낀 구름으로 하늘 바다 모두 회색빛이다. 하늘과 바다가 서로 맞닿아 구분이 따로 없다. 누가 보아도 제부도는 그렇게 바다에 완전히 점령되고 말았다.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 놓은 데크 길을 걸어 보았다. 서해를 보며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참 좋다. 이곳은 제부도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바다 위를 걷는 최상의 해안코스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다. 누구나 부담 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이 길은 현재 선착장에서 음식문화거리까지 해안선을 따라 설치되어 있는데 20여 분 정도 걸린다. 앞으로 매 바위까지 연장하여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일 떨어지는 낙조라도 만나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해안선길 바다위를 걸을 수 있는 해안선길이 쭉 뻗어 있다. ⓒ 임재만


제부도의 휴양지 음식문화거리로 나섰다. 횟집과 펜션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 서 있다. 그 앞으로 서해가 시원하게 들어오고 백사장이 길을 따라 길게 뻗어 있다. 지금은 물이 들어 차 있지만, 물이 빠지게 된다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질 것이다.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백사장도 좋지만, 갯벌이 있어 더 매력이 있다. 갯벌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조개 낙지 굴 등 다양한 해산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제부도를 찾는지 모르겠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범상치 않은 바위를 만나게 된다. 매 바위다. 매의 부리 모양을 닮아 부쳐진 이름이라 한다. 바다 위에 세 개의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다. 멀리서 보아도 명물임이 틀림없다. 그 위로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며 흥겹게 춤을 춘다. 서로 잘 어울려 멋진 그림이 되고 만다.

매바위 멀리 매바위가 그림처럼 떠 있다 ⓒ 임재만


매 바위 주변에는 모래톱이 많이 쌓여 있고 조개껍질도 모래만큼이나 쌓여 있다. 해변을 걷는 맛이 다르다. 조개껍데기와 모래가 만나 기분 좋은 느낌을 발에 가져다준다. 너무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다. 그냥 걷고 달리기에 딱 좋다. 매 바위 주변을 돌아다니며 조개껍질도 줍고 갈매기를 친구삼아 셀카를 찍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버릴 것 같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 석양빛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 하늘도 바다도 각기 다른 빛이다. 갈매기들은 무언가를 아는지 더 바삐 매 바위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옅은 해무가 바다 위를 살짝 가리고 있다. 어느새 하늘은 이미 불이 난 모양이다.

바다와 하늘이 모두 붉은 빛으로 변해버렸다. 태양의 둥근 모습은 더욱 또렷해지고 바다는 붉은빛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어디를 보고 무엇을 찍어야 할지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무엇하나 그림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닷가에 있는 빨래줄도, 허름한 건물도 모두 멋진 그림이 되고 만다. 그러나 매 바위는 미동도 하지 않고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내공을 많이 쌓은 도인 같다. 서해에서 오랜만에 보는 일몰이 참 황홀하기만 하다. 제부도에서 이런 멋진 일몰을 만날 줄이야! 뜻하지 않는 풍경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바닷길이 열려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

석양 매바위 근처에 만난 석양, 그 빛이 참 아름답다 ⓒ 임재만


제부도는 바닷길이 열려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배를 타고 들어 올 수도 있다. 차를 타고 제부도에 갈 생각이라면 물때 시간을 잘 맞추어 가야 할 것이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들어가면 3~4시간 섬에서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선착장에서 시작하는 최상의 코스 해안선 데크 길을 걸어보고, 매 바위 앞에서 갈매기와 벗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그러나 갯벌 체험과 일몰까지 보기를 원한다면 하루를 묵으며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매 바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하루밤을 제부도에서 보내기에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다만 멋진 일몰은 날씨가 허락해야만 가능하다. 일기까지 살피고 간다면 더욱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신비의 바닷길이 있고 드넓은 갯벌이 있다는 것은 제부도의 큰 자산이다. 게다가 멋진 낙조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니 제부도는 분명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신비함을 떨어뜨리는 바닷길과 난개발로 인해 소박하고 아담한 섬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이 자못 안타까울 따름이다.
#제부도 #바닷길 #모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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