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배 뻥튀기 농사, 비결은 '사이 짓기'

[짱짱의 농사일기 21] 작은 텃밭에 알맞은 전통 농법, 사이짓기

등록 2015.02.10 13:38수정 2015.02.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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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면 상추를 수확할 줄 알았는데, 많이 안 컸네."
"밭에 전부 상추를 심길래, 식당하는 줄 알았어요."
"농사가 처음이라서... 고추랑 토마토 심어야 하는데 어떡하죠?"


작부 체계

처음 농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실수하는 것이 있다. 농사에는 작물의 파종부터 수확 시기, 다음 작물을 재배하는 순서와 계획을 세우는 작부 체계가 있다. 이를 무시했을 때,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특히 텃밭 농사는 작은 규모에서 하기 때문에 농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작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급하는 농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필요한 만큼 재배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작부 체계 계획을 만들어 놓으면 농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작은 텃밭에서 짜투리 공간을 활용해서 여러가지 작물을 심을수 있는 것이 텃밭 농사의 매력이다 ⓒ 오창균


사이 짓기

농사를 시작하는 3, 4월은 아직 날씨가 쌀쌀해서 파종할 수 있는 작물이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감자, 상추, 완두콩 정도로 시작하고, 5월에 되어서야 다양한 작물을 심을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사이 짓기'를 적극 활용하면 작은 텃밭에서도 두세 배 면적의 넓은 텃밭에서 농사짓는 만큼 수확할 수 있다.


감자를 심은 두둑 밑의 고랑에 쌈채소(상추)와 완두콩,강낭콩을 함께 파종할 수 있다. 즉, 감자밭 고랑 양옆으로 다른 작물이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다. 여러 작물을 심으려고 밭을 늘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감자밭 고랑 양옆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감자밭에서 여러 작물을 수확할 수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것이다.

재식거리

날씨가 점차 더워지는 5월 초순을 지나면서 고추, 가지, 토마토와 같은 과·채류의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다. 이때 많이 실수하는 것은 작물간 거리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농사가 엉망이 되는 경우. 농사에서 '재식거리'를 무시하면 작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여기서 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는 작물이 다 컸을때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채류는 위로 계속 자라면서 옆으로 줄기가 뻗어 가기 때문에 재식거리가 짧으면 작물이 서로 뒤엉켜 농사가 제대도 안 된다.

작물 간 거리가 넓을수록 작물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작은 텃밭에서는 최소한의 거리를 줄 수밖에 없다. 상추와 같은 쌈채소류는 한 뼘(20cm)정도의 거리를 주고, 고추처럼 열매가 열리는 과·채류는 최소 50cm 이상 거리를 줘야 성장에 방해가 안 된다. 각각 작물 특징을 알면 어렵지 않게 거리를 맞춰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작물이 다 컸을때를 예상하여 재식거리를 줘야 한다. 한뼘 간격에서는 큰 작물이 잘 될 수가 없다. 배추(왼쪽), 고추와 토마토(오른쪽) ⓒ 오창균


자급 농사를 짓던 시절의 전통 농법 '사이 짓기'

과·채류를 심고 나면 빈 공간이 아깝게 느껴지는데 여기에도 사이 짓기를 한다. 단, 위로 크게 자라지 않는 작물을 선택한다. 과·채류에 사이 짓기를 할 수 있는 작물로는 쌈채소를 비롯해 양배추, 당근, 생강, 땅콩, 고구마와 같은 키가 크지 않는 작물 위주로 사이짓기를 하면 주 작물인 과·채류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다. 두둑 아래로는 대파, 열무, 시금치처럼 작고 옆으로 퍼지지 않는 작물을 심어주면 좋다. 여러 작물이 어울려서 함께 자라는 사이 짓기는 풀 자람을 막고 병충해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주 작물의 성장에 방해되지 않도록 고구마, 생강, 땅콩처럼 뿌리에서 여러 개의 열매가 달리는 것들은 작물 사이에 하나씩만 심는다. 쌈채소류와 당근은 몇 개씩 심어도 된다. 이처럼 사이짓기의 특징은 밭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여러 작물을 심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해 자급농사를 짓던 시절에 다양한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던 우리의 전통 농사법이다.

생강을 심은 사이에 대파와 당근을 사이짓기 했다. 독특한 냄새로 해충을 쫒는 역할도 한다. ⓒ 오창균


토마토와 고추 사이의 남는 빈자리에 키가 작은 양배추를 사이짓기 했다. 양배추의 넓은 잎으로 풀자람을 막아준다 ⓒ 오창균


가을 농사에서는 배추, 무를 심은 두둑 아래로 갓, 쪽파, 달랑무, 쌈채소류를 심어주면 작은 텃밭에서도 김장 채소를 다양하게 키워 수확할 수 있다. 마늘, 양파를 심었을 때는 다음 해 봄에 작물의 줄 간격 사이에 쌈채소와 시금치를 사이 짓기 하면 같은 시기에 수확을 할 수 있다.

텃밭농사의 재미는 여러 가지 작물을 키우는 것에 있다. 밭이 작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사이 짓기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아울러, 작물에 대한 특징을 많이 알게 되면 사이 짓기에 알맞은 작물끼리 짝을 지어 재배할 수 있는 작부 체계도 만들 수 있다. 5평 농사에서 20평 만큼 수확을 할 수 있는 농사가 사이 짓기라고 할 수 있다.
#사이짓기 #감자 #작부체계 #상추 #재식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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