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가 아니라 '얼음새꽃'입니다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온 말... '개불알꽃'도 고쳐 써야

등록 2015.02.21 11:11수정 2015.02.2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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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한라산에서는 복수초가 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2월 18일자 <온라인한라일보>는 "최근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에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가 노랗게 하나 둘씩 피어 방문객을 반기고 있다. 새봄을 알리는 복수초는 '얼음새꽃' '설연화' '원일초' 등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복과 장수를 의미하는 한자어로 구성된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이다"라고 전했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원한 관계에 있는 꽃인가 싶지만 여기서 말하는 복수초(福寿草)는 복수(復讐)와는 전혀 다른 꽃이다. 노란 햇병아리 같은 어여쁜 꽃 이름이 왜 하필 복수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복수초(福寿草, フクジュソウ, 후쿠쥬소-)란 이름은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을 한자말로 우리가 따다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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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새꽃1 눈을 뚫고 핀 얼음새꽃 ⓒ 국립공원관리공단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복수초' 풀이가 있지만 어디에도 꽃 이름의 유래는 없다. 풀이를 보자.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25~30cm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세 번 또는 네 번 우상복엽이다. 4~5월에 누런색 꽃이 원줄기와 가지 끝에 한 개씩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나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Adonis amurensis) "

일본사람들은 이 복수초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복수초 피는 봄은 반드시 찾아오네(福寿草春はかならずやつて来る"라고 노래 부른 니시무라도자(西村梼子), "복수초 피어 온 집안을 밝히네(福寿草咲きて家中明るかり)"라고 노래한 타다세츠코(多田節子)를 비롯한 숱한 시인들이 복수초를 노래했다.

이 복수초는 '얼음새꽃'이라고 불러야 한다. 추운 겨울 끝자락 아직 대지는 얼어붙었는데 그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 "얼음새꽃 ".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복수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호회를 만들어 사진을 찍으러 많이 다니는 모양이다. 그러나 복수초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한 블로거의 글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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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새꽃2 눈을 뚫고피어올린 얼음새꽃 ⓒ 노블산막 블로그


"...(중략) 해마다 복수초 자생지는 몸살을 앓는다. 심지어 이제 겨우 살포시 꽃망울을 보이고 있는 한 송이 복수초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마치 대포를 들이대듯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복수초가 핀다는 부산의 경우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소문만 듣고 무작정 내려와 능선에서부터 샅샅이 뒤져 없던 산길이 반들반들하게 나 버렸는가하면 복수초 자생지역은 원래 마삭줄이 푸른 잎으로 덮고 있는 원시림이었는데 지금은 풀 한 포기 없이 드러난 맨땅이다."

슬기전화(스마트폰)만으로도 사진가가 되는 세상이다 보니 요즈음은 너도나도 들꽃(야생화)에 관심이 많다. 꽃을 사랑하고 사진을 좋아하는 마음이야 누가 뭐라고 할 것은 없지만 꽃을 찍는다고 자연을 해쳐서야 되겠는가.

복수초를 비롯한 아름다운 우리 들꽃에 일본인들이 부르는 그대로 번역해놓은, 예컨대 개불알꽃(이누노후구리, 犬の陰嚢), 벼룩이자리(노미노츠즈리, 蚤の綴り) 같은 이름은 이제 손을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문제는 이런 꽃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한국문화신문과 대자보에도 보냈습니다.
#얼음새꽃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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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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