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장관의 위험천만한 '구조조정'

[주장] 교육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 발표... 대학 자율성 무시한 처사

등록 2015.02.27 14:07수정 2015.02.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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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5일 한 대학의 강연에서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대학 정원 감축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학구조개혁 방식과 관련해 황 부총리는 대학 정원 감축은 교육부가 강제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구조조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정부는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황 부총리의 대학구조개혁 방침은 그동안 교육부가 대학을 줄 세우고 길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해온 대학구조개혁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매우 환영할 만하다.   

지난해 1월 교육부는 대학 입학정원을 2023년까지 기존보다 16만 명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해 평가 결과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누고, 평가 점수가 낮은 대학들의 대학정원을 강제적으로 감축시키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부의 일방적인 대학정원 감축 계획은 지난 10여 년 동안 경쟁 논리에 따라 자체적으로 진행되어 온 대학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무시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대학들이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교육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부가 대학을 통제해 정부에서 원하는 교육체계를 강제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이 발표되자, 각 대학들은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교육부가 마련한 평가지침과 기준에 맞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평가지표 관리에 들어갔다. 대학들이 입학정원 감축을 피하기 위해 교육부의 평가에 대비한 지표관리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불필요한 소모전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만든 평가지침과 기준은 각 대학의 특성과 교육이념, 그리고 교육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취업을 잘 시키는 대학에 유리한 천편일률적인 평가내용으로 모든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학은 다양한 학문적 전통과 자율적인 연구 환경이 조성될 때 높은 수준의 학문적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부처럼 대학 구조개혁을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혁으로 추진하게 되면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와 특성은 사라지게 되고, 대학의 자율성은 위축되어 학문적 성과 대신 저항과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특히,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평가에 의해 대학구조개혁을 단행하는 방식은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로 대학의 자율성을 위축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따라서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황 부총리가 직접 밝힌 것처럼 현재와 같은 정부 주도의 하향식 구조개혁은 지양하고, 각 대학들이 대학별 특성과 교육적 가치를 살릴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주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노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 #황우여 #최진봉 #대학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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