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은 경주 꽃마차 말, 우리가 샀습니다

[취재 후] 이송부터 치료까지... 고된 노동과 학대, 이젠 안녕

등록 2015.02.27 19:57수정 2015.02.27 19:57
7
원고료로 응원
a

영천에서 발견한 학대 당한 말의 모습 ⓒ 전채은


지난 24일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경주 꽃마차 말 학대 사건(관련 기사 : 발길질에 채찍까지... 경주 꽃마차 말 '행방 묘연').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제보 동영상 속 말을 직접 찾아 나서 경주로 향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이미 다른 곳에 팔려 갔기 때문이었다.

말을 찾아야 했다. 경북 영천에 있다는 피의자의 말이 유일한 단서였다. 사건 담당 형사를 통해 경찰이 학대받은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천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말을 확인할 때 함께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했다.

동영상 속에서 흐릿하게 본 말의 모습. 코 위에 작은 흰 점과 짙은 색의 털 빛깔, 다소 긴 갈기. 사건이 알려지기 전 당시 경주에 다녀온 누리꾼들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말의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몇 개의 단서가 있었다. 제보자의 증언도 있었다. 뒷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다는 것.

지난 25일 오후 경찰의 협조로 영천에 있는 말의 주인을 찾아갔다. 그곳은 소를 키우는 농가였다. 소 우리 옆에 말 두 마리가 보였다.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서 말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확연히 보이는 코 위의 흰 점. 그리고 짙은 색깔의 몸, 긴 갈기. 약간 불편해 보이는 뒷다리까지. 바로 그 아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말도 다가왔다. 담당 경찰도 인정했다.

a

이동하기 위해 트럭에 올라탄 깜돌이. ⓒ 동물사랑실천협회


"맞는 거 같네요."

당시 그곳에 주인은 없고 직원 둘만 있었다. 담당 형사는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인은 두 달 전에 그 말을 학대자에게 매입했고, 130만 원에 사 왔다고 했다. 그리고 듣게 된 충격적인 말. 말은 왔을 때 사람을 너무 경계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좀 순화됐다고 했다. 얼마나 학대를 당했으면 사람을 싫어하게 됐을까.

우리는 양해를 구하고 주인과 직접 통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경찰에게 부탁했다. 오후 6시가 되어 주인과 통화했다. 주인은 "그 말이 사건에 보도됐던 말이고, 동물 단체가 나섰다면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즉시 매매 각서를 받고 주인에게 본래 말의 가격에 두 달간의 관리 비용을 더해 250만 원을 입금했다. 오후 6시 30분 계약 완료. 마지막으로 주인이 보낸 문자를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깜돌이를 동물사랑실천협회에 양도합니다. 그리고 깜돌이를 저보다 더 잘 보살펴 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그때 알았다. 아 말의 이름이 깜돌이었구나.

남은 과제, 이송과 치료

a

과천으로 이동중 ⓒ 동물사랑실천협회


말을 이송할 방법과 보호할 곳을 찾아야 했다. 마침 방송국을 통해 마사회의 연락을 받았다. 마사회가 말의 치료와 보호를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이송과 치료, 임시 보호를 부탁했다. 잠시후 마사회로부터 말 전문 이송 트럭을 가지고 있는 분을 섭외 받았다. 그런데 그 분이 학대자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 분으로부터 학대자가 그 업을 접고 정리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말들은 어찌 됐을까? 매입 의사가 있다고 전했으나, 학대자는 다른 사람들과의 지분 때문에 소유권 분쟁이 날 수 있다며 가장 나이 먹은 삼돌이만 넘기겠다고 전했다. 삼돌이. 지난 23일 현장에서 만났던 가장 나이 먹은 말... 낮 동안 물 한 모금도 먹지 못하고 힘겨워하던 아이였다.

a

트럭에서 내려 검역장으로 가는 깜돌이 ⓒ 전채은


a

고된 노동으로 닳아빠져 있는 삼돌이의 발 편자. ⓒ 전채은


지난 26일 아침. 삼돌이를 미리 실은 트럭이 영천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동물사랑실천협회 활동가들이 영천에서 만나 깜돌이를 트럭에 실었다. 깜돌이가 트럭에 쉽게 타지 않아 30분 정도 지난 시간에 출발했다. 오후 4시 30분 마사회에 도착, 간단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삼돌이와 깜돌이는 검역장으로 갔다. 우리는 많은 취재진과 함께 삼돌이와 깜돌이가 검역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잠시 후 동물병원으로 가기 위해 트럭에 태우려는데 깜돌이가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달래면서 트럭 쪽으로 밀어봤지만 소용 없었다. 먹이로 유인해도 잠시 관심을 두다 역시 부동 자세. 깜돌이의 그런 성격 때문에 학대를 더 심하게 당하진 않았을까. 우리는 현수막을 들어 한쪽을 막아주었다. 그러자 신기하게 깜돌이가 들어갔다. 그 다음 차례는 삼돌이. 삼돌이는 쉽게 트럭을 탔다.

a

검역소에 도착한 깜돌이 ⓒ 동물사랑실천협회


a

진료와 검사를 위해 동물병원 차를 탄 두 마리의 말. ⓒ 동물사랑실천협회


지난 2010년 한 다큐멘터리에 학대자가 출연한 적이 있었다. '꽃마차는 달린다'라는 제목. 그 다큐멘터리에는 삼돌이가 등장한다. 다큐멘터리에서 우직한 성격으로 표현된 삼돌이. 삼돌이의 나이가 28살이라고 직원들은 말했지만, 사실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고 한다. 더 이상 무리하게 마차를 끌 수 없는 나이임에는 분명했다. 삼돌이는 깜돌이보다 체구가 작았다. 깜돌이는 제주 토종말과 승마용 말의 혼종인 것이라고 했다.

깜돌이와 삼돌이는 종합 검진과 치료를 받게 된다. 동물병원용 트럭에 탄 말 두 마리의 뒷모습을 보았다. 편자가 낡고 닳아져 있는 모습. 고된 노동과 학대도 끝났다.

말 마차가 위험한 이유

a

영천 농가에서 찾은 깜돌이. ⓒ 동물사랑실천협회

말은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다. 대개 성격이 섬세해 잘 놀라고, 놀라면 뒷다리를 들거나 돌발 행동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도심이란 늘 사람과 차량이 다니는 곳이다. 낯선 사람을 늘 접해야 한다. 어떤 사고가 날지 예상이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말 마차가 다니기 어려운 곳이다. 무엇보다 전용 도로의 문제다.

경마장 안에는 말이 달리는 도로 및 말 이송
차량이 달리는 도로가 따로 있다. 말들의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러나 도심 내에서 그것을 허용할 공간 자체가 없다. 따로 말 전용 도로를 마련할 예산도 없거니와 수익성도 없다. 도심 내 말 마차 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말을 이용하는 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현재 말 산업은 사각 지대에 있다. 승마 체험장 관련 제보에 따르면, 무리하게 말들에게 일을 시키는 경우 안장 아래 진물이 나는 경우도 많고, 놀라서 뒷발질을 하는 등 돌발 행동을 하면 일이 끝나고 직원들로부터 호된 대우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동물을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동물의 생태에 맞게 살도록 배려하면서 돈벌이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물보호단체가 동물을 오락을 위해 이용하는 행위와 산업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덧붙이는 글 전채은 기자는 동물사랑실천협회 공동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물학대 #동물사랑실천협회 #경주 꽃마차
댓글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물을 위한 행동 Action for Animals(http://www.actionforanimals.or.kr)을 설립하였습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감금된 동물(captive animals)의 복지를 위한 국내 최초의 전문단체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