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친구가 없을까?" 혼자 고민하지 말기

[다다와 함께 읽은 책5] <두더지의 고민>

등록 2015.03.10 14:26수정 2015.06.1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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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두더지의 고민>(김상근 글/그림)을 가지고 집으로 가는 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책장을 넘겨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고 난 뒤였다. 지하철 환승 플랫폼에서 우연히 만난 회사 후배가 물었다.

"어? 선배 그 책은 뭐에요?"
"애들 그림책인데, 그림이 너무 예쁘지 않니?"
"진짜 그러네요... 근데 무슨 내용이에요?"
"(후배 팔을 덥석 잡으며) 너 외롭니? 나도 외로워. 그러니 우리 함께 가자, 뭐 그런 내용?"
"선배... 하하..."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대답이었는데, 계속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말이었다. 후배랑 헤어져 다시 그림책을 보는데도 계속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너 외롭니? 나도 외로워. 그러니 우리 함께 가자' 생각할수록 이 말에 동화되는 것이... 뭐야, 나 좀 외로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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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고민> ⓒ 사계절


눈이 펑펑 오는 밤. 깊은 고민에 빠진 두더지. 머리 위에 눈이 쌓이는 줄도 모를 만큼 고민에 빠진 두더지는 눈길을 걷고 또 걸었어. 바로 그때였어.

"얘야, 고민이 있을 때면 눈덩이를 굴리면서 고민을 말해보렴. 그러면 고민이 다 사라질 거야"라던 할머니 말이 생각난 건. 두더지는 할머니 말대로 눈덩이를 굴리며 고민을 말했어. 

"왜 나는 친구가 없을까?"
"겨울 내내 친구가 없으면 어쩌지?"
"영영 친구가 안 생길지도 몰라."
"눈덩이를 굴린다고 뭐가 달라질까?"
"내 친구는 어디에 있을까?"

눈덩이가 아주아주 커졌을 때까지 깊은 고민에 잠긴 두더지. 갑자기 눈덩이 안에서 "살려줘요" 하는 소리가 들렸어. 궁금한 마음에 눈덩이 속으로 들어간 두더지는 그 안에서 여우와 멧돼지, 개구리, 토끼, 곰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왜 눈덩이 속에 있었던 걸까?


여우 "난 피리 연주를 들려줄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어."
돼지 "난 저녁을 함께 먹을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토끼 "나는 나를 찾아줄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어."
곰 "난 친구삼아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저마다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더지가 깊은 생각에 빠진 나머지 친구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눈덩이를 계속 굴렸던 거야. 힘을 합쳐 눈덩이를 빠져 나온 친구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어. "이제 우리 뭐하고 놀까?" 두더지와 친구들은 다시 행복한 고민에 빠졌대.

올해 2학년에 올라간 우리딸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개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학교에 가기 싫단다. 이제 고작 아홉 살인데 친구들에게 따돌림이라도 당하는 건가? 긴장된 마음으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절친이 2학년 때는 다른 반이 되어서 그렇단다. 어린이집도 같이 졸업한 터라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부터 서로 의지를 많이 한 친구였다. 그 친구가 없어 "허전하다"는 딸에게 <두더지의 고민>을 들려줬다. 그리고 말했다.

"너희 반에 너처럼 친한 친구와 떨어져서 허전하고 속상한 친구들이 많을 거야. 그 아이들과 올해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마 다른 아이들도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을 걸?"

알듯 말듯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척 하다, 또 다른 친구와 요리 방과후 수업을 꼭 같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딸. 고민 한번 단순해서 좋구나. 그나저나 봄이 가까워지는 요즘 같은 날, 두더지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기면 어쩌나. 눈덩이도 굴릴 수가 없을 텐데. ^^;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두더지의 고민

김상근 글.그림,
사계절, 2015


#두더지의 고민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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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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