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마케팅 이륙하다

겁없이 출판시장에 뛰어든 대구촌놈의 좌충우돌 첫책 출간기 (11)

등록 2015.03.16 11:11수정 2015.03.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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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k대 근방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한 카페의 구석진 세미나실이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워드스미스 출판사 식구 5명의 얼굴은 격앙되 있다.


최종 책이 나왔다!

이미 미리 논의해서 계약한대로 1500권은 J문고에 입고되었다. 나머지 500권은 출판사로 왔다. 우리는 출판사와 함께 작가들을 위한 아디어가 샘솟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공간을 공유한다는 개념에서 2013년 9월부터 시작했다. 도심에서의 조용한 시간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껏 애용해서 제법 단골도 많다.

나는 이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 영국을 찾았다. 머나먼 타지에서 우리가 원하는 카페의 전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조앤롤링 아줌마가 해리포터를 쓴 엘레펀트 하우스 카페도 찾았다. 그렇다고 먼 섬나라에만 간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나라 제주도에도 떠났다. 수많은 카페를 유목민처럼 떠돌며 제비 같은 잽싼 눈으로 마음의 스케치북에 드로잉을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계획한 대로 우리는 진행을 했다. 힘들다는 커피 시장, 출판 시장 무엇하나 우리에게 쉬운 것은 없었다. 사람들은 말렸다. 레드오션에 뛰어들어 피토하는 경쟁에서 각혈하며 쓰러지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나를 아끼는 충언이었다. 나는 그 조언을 열심히 참고했다.

나는 지독히도 고집불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흥선대원군의 피를 이어받은 그런 방문걸어잠그기식 옹고집은 아니다. 일이 힘들수록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 법.


하얀색 보드에는 "진심마케팅"이란 5글자가 빨간색으로 타이핑 되어있다.

"여러분, 드디어 우리가 바라고 바라던 책이 나왔습니다. 떡 두꺼비같이 잘 나왔습니다. 우선 책 제작을 위해서 고생해준 책 제작팀에게 감사합니다."

책 제작팀은 디자인과 편집을 맡은 김 디자이너와 김영주 팀장이다. 지난 석달간 편집에 수많은 제작 회의에 연이은 밤샘에 마침내 탄생한 620여쪽의 우리의 첫 책이다. 이는 두 사람의 투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구석에 거구를 밀어 넣은 김 디자이너가 아주 기분이 좋아보인다.

"대표님, 인자(이제의 대구 사투리) 우얄까요? (어떻게 할까요의 대구사투리)"
"멀 우짜긴 우째. 마케팅 전쟁은 책이 나오기 전부터 시작이라고 내가 안 캅디꺼(하던가요의 대구 사투리). 인자부터 지대로 한번 해보입시다. 자 첫 번째 진심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 우리책의 핵심 타겟인 대학생부터 공략을 해야 합니다."

강 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고 의견을 방앗간에 떡 집어넣듯이 밀어넣는다.

"아무래도 대학교 앞에서 전단지도 직접 돌리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전단지도 좋은데 이거는 머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멀 먹지 해서 고르는 그런 류의 품목이 아닌 책입니다. 책은 단순한 노출보다는 좀더 의미있는 노출을 잡아줘야 할 것 같아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때요?"

그렇게 우리는 오후 4시에 시작한 회의를 다음날 새벽 5시에 끝냈다. 회의시 탱탱하던 팀원들의 등푸른 고등어와 같았던 생기는 사라졌다. 피곤에 소금 절이듯 절렸다. 하지만 마음에는 희망과 용기가 가득했다.

우선은 대구대, 계명대, 경북대, 영남대의 캠퍼스내 주요 게시판에 특수제작한 포스터를 직접 붙이기로 했다. 단순히 전단지를 만들어서 뿌리지 않고 학내게시판에 게재함으로써 노출을 늘이되 노출이 일어나는 장소를 공지사항이 게재되는 곳으로 정했다. 동시에 대구의 K문고와 Y문고에 좋은 광고자리를 잡기 위해서 매일매일 서점에 나가서 서점에 책을 진열하는 MD님과의 친분을 두텁게 하기 시작했다.

"원장님, 책이 나왔습니다. 일전에 말씀하신대로 단체주문건에 대해서 진행하려 하는데 찾아뵈도 되겠습니까?"

몇 몇 어른들께서 친히 책을 한번에 50권이상 대량구매를 해주셨다. 원고를 마지막으로 교정, 교열하는 단계에서 책에 대한 검증과 추천문단을 받았다. 그 중 이미 책을 읽은 분들이 책을 사전 주문해서 수금된 자금은 광고비등 필요한 경비에 즉각적으로 투입되었다.

한번 광고지를 인쇄해서 붙이거나 1000장 규모의 전단을 나누는데는 수십만 원의 광고비용이 들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활동에는 필연적으로 신사임당이 필요하다. 배추 잎과 노랑잎이 들어가야 일이 진행이 된다. 하지만 돈만 많다고 해서 또 일이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부족하면 사람은 더욱 창의적이 되어야 한다.

김승범 팀장과 함께 대구의 동성로에 도착했다. 동성로는 시내로 서울의 명동즘으로 생각하면 된다. 두리번거리는 김승범 팀장에게 연신 날이 추워 흐르는 코를 훌쩍이며 말한다.

"김팅장, 거 서가지고 한 시간동안 저짜 저 매장하고 요 매장하고 마음속에 줄을 긋고 그 사이를 몇사람이 지나가는지 함(한번의 대구 사투리) 계산해봐요. 유동인구를 파악해서 여기서 게릴라 싸인회를 한번 열까 싶어서 말이죠."
"게릴라 싸인회요? 날도 추븐데 여서 우애 싸인회를 엽니까?"

"상식적인 것만 해서 우째 비상적인 결과를 낫겠슴매? 우짜든동 사람이 창의적인 발상으로다가 다가서야지. 전단지 노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건 기본이지. 백날 나눠줘봐야 사람들 별 관심없어요. 의미있는 노출이어야 한다니깐."
"날도 추븐데 여다가 책상 갖다놓고 싸인회 한다꼬요? 흐미"

"어어~ 사람 지나간다. 퍼뜩 고만 쎄아리보세요. 이 시간에 유동인구 파악을 해야 여가 좋을지 내가 봐논 다른데 반월당 입구가 좋을지 정한다니깐."

설익은 총각김치와 같이 창백하게 추위에 얼어붙은 김승범팀장에게 목도리와 마스크를 전달한다. 군대동기 김승범 팀장, 초소근무를 같이 나갔던 겨울밤이 떠오른다. 그때도 김팀장은 저토록 추위에 떨고 있었지. 아름다운 국방의 추억이다.

나는 대구백화점 건물 뒤편의 카페 거리로 나선다. 그곳에서 투명폴더에 넣은 책 소개 전단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다.

휑 휑

바람돌이 소닉이다. 사람들은 나를 뛰어 넘고 나의 열정을 무관심의 눈빛으로 도륙내고 있다. 전단을 들고 있던 손은 무안으로 떨어지고 마음속엔 대충 뿌려라는 악마의 쏘콜라가 펼쳐진다.

'타협은 없다.'

속으로 되새긴다. 아무에게나 전단을 나눠서는 안된다. 핵심타겟인 20-30대 남녀에게만 우선적으로 나눈다.

나는 그날 그곳에서 한 시간 동안 준비해간 약 1천장의 전단을 나눴다. 그리고 동시에 김영주팀장과 강성호 팀장, 김 디자이너는 3의 법칙을 이용해 경북대학교 북문에서 전단을 나눴다.

우리는 머리로 이해하고 수립한 전략을 손발로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주말동안 전단을 나누고 난후에 K문고, Y문고, 인터넷Y문고, A문고에서의 판매양을 정산해보고 시작했다. 흥분된 강팀장의 목소리가 아침 단체카톡을 울린다.

"첫 주문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첫 책이 스타트를 신 나게 끊었다.
#마케팅 #출판사창업 #전단 #유동인구 #중심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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