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다르다, 역시

겁없이 출판시장에 뛰어든 대구촌놈의 좌충우돌 첫책 출간기 (16)

등록 2015.03.21 11:17수정 2015.03.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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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토요일 오후, 아침부터 비가 왔다 개어서인지 날씨가 제법 선선하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금은 짧아 보이는 상의를 입은 김 디자이너가 앞에서 분주하다. 자신의 보물 1호인 N사의 카메라를 요리 조리 세팅하고 있다. 이마에는 "예민중"이라는 LED등이 표시된 듯하다. 진지하고도 어색하게 멋진 프로페셔널. 오늘은 김 디자이너의 활약이 조금 필요한 날이다.

카페에 큰 카메라 한 대가 설치됐다. 오늘은 G 신문사에서 취재를 나왔다. 대구에서 일어나는 몇몇 일들 중 이슈화된 일을 주로 해외로 송출하는 일을 담당하는 지역 신문사였다. 책의 출간과 청년 창업가에 대한 스토리를 담기 위해서 취재를 나왔다. 인터뷰가 예정된 시간은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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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다움에 대해서 배운 어느 인터뷰 날 대구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과 첫 책을 낸 것에 대해서 여의봉기자님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게 처음이라 설레지만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수 없이 마음속으로 준비한 꿈의 섬이 수 많은 열정이 다리가 되어 현실이라는 육지에 이어졌습니다. ⓒ 추현호


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김영주 팀장님의 지인 몇 분과 개인적인 인터뷰 또한 예정이 되어 있었다. 시간은 3시부터 4시까지. 앞서 말한 지역신문사의 기자님은 조금은 일찍 카페에 도착하셔서 반대편 좌석에 앉아 본인의 업무를 보시고 있었다. 이런저런 질문과 의견에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답을 달고 있는 나를 관심있게 지켜보신다.

"대표님, 참 힘들게 돈 버시네요. 열정있는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기자님이 김 디자이너에게 연이어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신다. 김 디자이너가 옳소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펭귄처럼 아래위로 제깍 돌린다.


"네, 기자님. 저희 대표님 진짜 힘들게 돈 법니다. 사람이 요령을 좀 몰라요."

추 대표 귀는 당나귀 귀. 안 듣는 척 하면서 김 디자이너의 입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고 저 대화의 속속을 듣고 있다.

'돈 쓰는 거야 쉽지. 돈 쉽게 버는 게 어딧나. 이 사람아.'

연이어 카메라 앞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니 기자님께서 기자수첩을 흔들면서 이야기한다.

"추대표님, 거 물도 한잔 마시고 한 15분 쉬시다 오세요. 거 열좀 식히고 해야지 바로 인터뷰해가 되겠습니까? 앞에 인터뷰 한 시간 한다 들었는데 2시간 동안 그래 하고 또 바로 인터뷰를 어찌 하겠습니까?"

프로다움이 돋보이는 배려였다. 2시간 동안 쉴 새없이 질문들에 답변을 하고 나니 황사먼지가 끼어 안 그래도 컬컬한 목이 시루떡이 들어찬 거처럼 꽉 막혔다. 세상에 그게 머든 콱 막히면 대개 사람은 불쾌함을 느낀다. 목을 부여잡고 인상을 돌리고 있으니 김 디자이너가 새초롬 하게 나를 쳐다본다.

"대표님, 목 아프십니까?"
"그래, 모가지 아프다. 이 사람아. 우짜꼬?"
"갔네, 갔어. 거 보이소. 내가 무리 하지 말라 안 캅디꺼?"

그 날의 인터뷰는 정작 1시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30분 만에 끝이 났다. 책을 쓰며 힘들었던 점 , 책에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점, 책의 특정구절을 쓴 이유들에 대해서 답변했다.

이제껏 지역 대학 신문사, 작가들, 출판의뢰 부탁 개인들만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업인 전문직의 사람과의 인터뷰를 하고 나니 몇가지가 달랐다.

우선 인터뷰 시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고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주셨다.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은 나를 위해 편안하게 대화를 리드해 주셨고 답변할 때 맞은편에 앉으셔서 긍정의 피드백을 해주셨다. 프로다움이란 상대방에게 더 많은 여유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을 하며 일의 과정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부분들을 배워가니 즐겁다. 배움의 달인이 되어 보고 싶다. 새롭게 시작하는 분야의 어려움을 두려워 하지 않고 그 속에서 매일 배우며 그 배움으로 벗삼아 다음 제품을 더욱 황홀하게 만들고 싶다. 첫 책을 내고 나서 약 2주간 5건의 인터뷰를 했고 2건의 강연 제의를 받았다. 책은 내가 잠을 자는 시간에도 나 대신 어느 누군가의 책장에서 펼쳐져 내 이야기를 대신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기회를 가져다 주고 있다.

이 기사가 누군가의 폰 화면에서, 컴퓨터 화면에서 내가 잠을 자는 순간에도 읽혀질 것이다. 마찬가지다. 하나의 책을 쓴다는 것은 작가가 인터뷰했던 많은 내용들이 편안히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을 특정 주제에 대해서 인터뷰한 내용이 책의 모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책을 쓰면 무엇보다 삶의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다.

글을 쓰기 위해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면서 보내는 하루는 제법 다르다.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먼저 작가는 목차를 설계한다. 집으로 치자면 척추 뼈와 자잘한 뼈들을 구성하는 골학이 집대성된 설계도랄까? 이 설계도를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특정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 작성하는게 책의 시작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드러나기 이전에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수십 번, 수백 번 그려진다. 책도 그러하다.

작가는 글을 쓰기에 앞서 무작정 써 나가지 않고 그 설계도에 맞게 자신을 가둔다. 글 감옥이다. 글 감옥에 간힌 작가는 퇴고와 동시에 그 글 감옥에서 퇴소한다. 그 독방에서 작가는 매일 읽힐 만한 글을 쓰던가 아니면 쓸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 할아버지가 이야기하신 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목적이 삶에서 구체화 되는 것과 같다. 내가 출판사 대표여서가 아니다. 한권의 책을 낸다는 것은 한 개인을 재정립해주는 진실로 좋은 기회이다.
#출간 #인터뷰 #프로다움 #열정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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