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상 가득한 인도... 신성한 이곳의 정체는?

[서평] 노골적으로 재미있는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

등록 2015.03.23 15:59수정 2015.03.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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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전 ⓒ 임윤수


정말 재미있게 쓰려고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포르노물도 이런 포르노물이 없습니다. 대담합니다. 창의적입니다. 너무 노골적이라 꼼꼼히 살펴보기엔 조금 민망할 것 같습니다. 구강성교에 그룹 섹스는 물론, 저런 자세로 성교가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기기묘묘한 체위, 수간(獸姦)을 하고 있는 모습까지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포르노라는 단어 말고는 딱히 달리 표현할 말을 찾기 어렵습니다.  

어떤 음란물, 소위 회색잡지에 대한 설명일 거라고 예측 될 겁니다. 아닙니다. 아주 신성한 어느 신전의 모습입니다. 인도 카주라호에는 위로 올라갈수록 끝이 뾰족해지는 옥수수 모양의 첨탑신전(尖塔神殿)이 있습니다.


신전 표면은 환조에 가까운 고부조 조형물로 장식돼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신전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이 온통 포르노물입니다.

신성해야 할 신전 표면이 어찌 이토록 파격적인 형상으로 건축됐는지가 더 재미있습니다. 약 1000년 전에 건축된 신전 표면이 온통 포르노로 장식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고 원초적입니다. 신전이 있는 곳은 평야입니다. 평야에 끝이 뾰족하고 높은 신전을 지으면 아무래도 벼락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시 사람들은 벼락은 신이 내리는 것이고, 신 또한 섹스를 좋아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결국 신전이 벼락에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도 좋아하는 성교 행위로 장식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진기한 의미가 존재한다. 신전은 높게 건축되기 때문에 벼락을 맞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는 평야지대에서 높게 건축되는 건축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벼락의 주체가 신이라는 점에서, 카주라호 사람들은 신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벼락을 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신전의 외보를 장식하고 있는 섹스상들은 일종의 피뢰침이었던 것이다. 인도인들의 기발한 발상에 무릎을 치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 본문 77쪽 중에서

노골적으로 재미있는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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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자현 지음 / 불광출판사 펴냄 / 2015.03 / 1만7000원) ⓒ 불광출판사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는 불교발상지인 인도 문화와 불교, 불상, 힌두교 등의 역사와 유래, 전설과 설화, 가치와 배경 등에 스며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노골적으로 재미있게 쓴 책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불교가 진하게 배어있어서인지 우리 개개인이 알게 모르게 많이 접하고 있는 게 불교문화입니다. 불교의 발원지는 인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불교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인도문화는 쉬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새 스며드는 가랑비 같습니다.

뭔가를 주는 사람의 자세와 얻는 사람이 자세가 다른 건 어쩜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주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당당해 보이고, 얻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조금은 비굴하다 생각될 정도로 저자세를 보이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 끼를 때울 밥을 동냥하는 입장이라면, 응당 주는 사람은 당당하고 받는 사람은 저자세인 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주는 사람이 도리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도는 누군가가 음식을 처리해 주지 않으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마치 요즘 빵집에서 저녁이 되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빵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과 같은 상황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때 그 빵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면, 팔 수 없는 빵을 주인이 별도의 돈을 들여서 처리해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걸인에게 음식을 줄 때에도 주는 사람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동아시아 걸인의 비굴한 표정과는 다른, 인도 걸인의 당당한 기상은 이와 같은 인도문화의 전통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 본문 52쪽 중에서

"<삼국지>의 제갈공명처럼 <서유기>의 손오공 역시 실존인물이다. 손오공은 현장이 중앙아시아 고창에서 받은 4명의 제자 중 한 명이다. 이들은 각각 오공(悟空)·오능(悟能)·오정(悟淨)·오혜(悟慧)로, 개달을 '오(悟)'자가 법명에 돌림자로 들어가 있는 승려들이다." -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 본문 282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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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부처님 깨달음을 얻었다는 나무 ⓒ 임윤수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한 나라를 알아가는 데 있어 그 나라의 역사와 유래, 전설과 설화, 시대적 가치와 문화적 배경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한둘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 가치 등에 불교적 가치와 불교문화가 진하게 배어있다는 걸 거부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불교 발상지인 인도문화와 불교 등과 관련한 배경 등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역사와 문화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배경지식이 될 것입니다. 

사진과 함께 보는 <에피소드 인도>, 자현 스님이 낯선 인도문화를 발칙하게 해부해 작정하고 재미있게 쓴 책입니다. 이 책은 지금껏 우리가 갖고 있는 인도에 대한 상식을 훨씬 뛰어넘거나, 멀미가 날 만큼 상식을 심하게 흔들어 버릴 정도로 재미있고 파격적입니다. 

악마와 상대하면서 부인의 가슴을 만지는 인도의 신, 불상에서 시작된 파마머리, 당당하게 얻어먹는 문화, 신도 어쩔 수 없는 마누라의 잔소리 등이 포르노물로 장식된 신전 표면만큼이나 신경을 집중시키는 에피소드로 분장돼 있어, 노골적으로 재미있게 읽게 되리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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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인 풍경, 모래사장을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소. ⓒ 임윤수


덧붙이는 글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자현 지음 / 불광출판사 펴냄 / 2015.03 / 1만7000원)

에피소드 인도 - 작정하고 재미있게 쓴

자현 스님 지음, 하지권 사진,
불광출판사, 2015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 #자현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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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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