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만 있는 낭만 1번지 남이섬

[마흔, 춘천을 걷다①] 잠수함같이 생긴 배를 타고

등록 2015.03.27 15:24수정 2015.05.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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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용감히 출마해서 당당히 낙선한 시민운동가, 사회복지사. 대학졸업하고 사회생활 조금하고 결혼하고 마포에서 12년 활동하고 애 키우고 나니 마흔이 되었다. 2014년 말 살고, 활동하던 마포를 떠나 신랑을 따라 춘천으로 귀촌했다. 앞으로 뭐하나? 뭐해서 먹고사나? 은근히 걱정하며 앞길을 모색하는 철없는 아줌마!! 언제까지나 젊을 줄만 알았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라 나이는 유리장벽임을 느끼고 있다. -  기자 말

햇살이 너무 좋다! 그래 나가보자. 물병, 커피, 고구마, 토마토를 준비한다. 어제 산 여행책도 같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춘천은 버스타려면 최소 5분, 보통 10분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해를 본다. '쿵쿵' 햇살의 심장이 뛴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할 때마다 더 '쿵쿵'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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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시티투어버스 춘천 주요관광지를 투어해주는 버스다. 원하는 곳에서 내려서 구경하고 약 1시후 오는 버스를 다시 타고 관광지를 돌아보면 된다. ⓒ 설현정


춘천역에서 내렸다.

"우와~ 다행이다."

오전 11시 30분 춘천투어 버스가 아직 안 떠났다. 버스비 5천 원을 내면 춘천 주요 관광지를 투어 하는 버스다. 가이드님이 창밖으로 펼쳐지는 곳들을 설명해주신다. 어디에서 내릴까? 투어지도를 보다가 "그래 남이섬!"

12시 20분에 남이섬에 내렸다. 다음 투어버스가 남이섬에 오는 시간은 1시20분, 그 다음은 2시 20분, 다음은 3시 20분. 남이섬 입장료는 1만 원이고, 1년간 쓸 수 있는 여권(남이섬을 남이나라공화국이라고 부르고 여기서는 1년 입장권을 여권이라고 부른다)은 2만5천 원. 여권을 구입하기로 한다. 가까이 사니까 앞으로 2번은 더 올 것 같다. 여권사진도 찍어준다. 여권을 받아드니 왠지 뿌듯하다. 앞으로 남이섬에는 공짜로 오겠네(기분 좋아지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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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에 들어가는 배. 배가 출발하면 사람들은 펼쳐지는 호수를 찍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 행복하다. ⓒ 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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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위에서 청평호를 즐기는 사람들 ⓒ 설현정


잠수함같이 생긴 배를 타고 남이섬으로 들어간다. 대부분 가족, 연인, 친구들이 배에 탔다.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인 것 같다. 좀 외롭다. 외국인들이 정말 많다. 버스 대절해서 온 외국인들도 많고...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 둘이서 영어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다. 말을 걸어보고 싶다. 그런데 계속 망설여진다. '둘이서 이야기 나누는 중인데, 방해될 것 같아. 나이든 사람이 말 걸면 싫어하지 않을까?'

올해 마흔이 되었는데, 이제 젊지 않다는 걸 실감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요새의 나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용기를 내본다. "테이크 포토 플리즈"라고 말하니 "미?"라며 자기랑 같이 찍자는 거냐고 묻는다. 나는 당황해서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me"라고 했다. 사진을 찍고 "땡큐"라고 하니 "don't worry"라고 말한다. '걱정말라고? 아~ 괜찮다는 뜻이구나'
좀더 말을 걸어보고 싶은데 또 용기가 안 나서 거기서 중단. 뻘줌해진 나를 싣고 유람선은 청평호를 '통통통' 달려 어느새 남이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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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 길 사진을 찍어주는 연인들 모습이 아릅답다. ⓒ 설현정


조금 걸어들어가니 유명한 메타세콰이어길이 나왔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사진을 같이 보는 연인들. 아름답다. 그리고 부럽다. 여기서는 한 장 찍어야하는데... 저 친구들한테 부탁해야지. 뒤를 돌아보는데 그쪽에서도 나를 부른다.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른거다. ㅋㅋ

사진을 찍어주고 또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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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의 명물 타조 타조들이 사람을 구경한다. ㅋ ⓒ 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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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서 할머니와 놀고있는 아이들 ⓒ 설현정


"우와 타조다!!" 한 아이 타조를 손으로 만지려고 하니 아빠가 말린다. 아이는 "으앙~"울었다. 타조는 인기짱.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는다.

책이 꽂혀있는 멋진 정자가 있다. 정자가 여유로움과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음악을 들으며 싸온 간식을 먹는다. 여기서 커피는 정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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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 최지우 테이블의 연인들 ⓒ 설현정


다시 또 걷는다.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과 최지우가 첫키스 했던 장소가 나왔다. 강을 배경으로 나무 탁자와 의자, 둘이서 만든 눈사람도 인형으로 만들어져 놓여있다. 강가를 따라 자전거를 달리는 가족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그곳이 너무 보기 좋아서 한참을 거기서 있었다. 그런데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연인이 그 자리에 앉았다. 남자친구가 테이블에 뭐라고 글을 남기고 여자친구는 그 모습을 바라본다. (배용준, 최지우 테이블에는 연인들이 남겨놓은 메세지들이 가득하다)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다 내가 담고있는 이 모습을 그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 want to take poto your shape" "your shape is beautiful" 이라고 말을 건네본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건지 햇깔려한다. 손으로 두사람을 가르켰다. 그제야 고맙다며 포즈를 취한다. 나는 "natual"이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서로 바라보라고, 또 아까처럼 테이블에 남자친구는 글을쓰고 여자친구는 그 모습을 바라보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고 "I want take poto for you"그랬더니 "together?"라고 묻는다. "맞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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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에서 여행온 마리나와 빅터 ⓒ 설현정


같이 사진을 찍고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한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다시 걷는다. 두 사람의 인생에 좋은 사진을 남겨준 게 뿌듯하다.    

남이섬 안에 정관루라는 호텔도 있다. 호텔안을 둘러본다. 부모님 모시고 오면 참 좋을 것같다. 호텔객실을 지나 옆문으로 나가니 정원이 있다. 차분한 정원이다. 이곳저곳 구경하며 걷다가 '벌러덩' 잔디에 누웠다. 잔디가 옷에 붙기는 하지만 '털면돼지 뭐!'

바람이 많은가? 햇볕을 머금은 구름이 빠르게 지나간다. 신비롭기도 하고 너무 아름답다.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하늘을 올려다봐! 정말 멋진 영화가 거기서 상영되고 있다구."

벌써 3시가 다 되어간다. 씨티투어버스를 타려면 얼른 돌아가야 한다. 왔던 길을 돌아간다. 자전거타는 연인들, 유모차에는 아이를 휠체어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온 젊은 부부들, 부모님 모시고 여행온 외국인들 모두들 행복이 얼굴에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와 남편 출근시키고 혼자 집에 남아있을 때는 '오늘은 뭐하지?'생각만 하며 그냥 심심했는데, 여기오니 가족이 더 보고 싶어진다. 뭔가 꽉차는 느낌이다.

돌아가는 배를 탔는데 아까 만났던 연인을 만났다. 반가운데...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다. 말을 걸었다. "내가 찍어준 사진 봤어요?" 이렇게 얘기를 시작해서 이 친구들이 서로 부부이고 나이가 스물다섯살이고 정부기관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오늘이 '빅터'의 생일이라는 사실도. 한국에는 언제 눈이 오는지 궁금해 했고, 내가 내 나이를 말하자 놀라며 그렇게 안보인다고 했다. 내가 젊어 보이냐는 말이 잘 안되서 "I am young?"이라고 물었다. 그래도 그 친구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35세 정도로 보인다고 말해줬다.

이메일 주소도 받고, 페이스북 주소도 서로 교환했다. 세네갈에 사는 친구 두 명이 생긴 게 신기하고 즐거웠다.  
#춘천 #남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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