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사 700명의 넋, 상사화로 피었나

영취산 진달래 축제... 4월 첫주 개화시기 최대 인파 몰릴 듯

등록 2015.03.30 10:36수정 2015.03.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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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아래 진달래가 듬성듬성 피었다. 올해 영취산 진달래 축제는 개화시기와 딱 맞아 떨어질듯 싶다. ⓒ 심명남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해마다 찾아오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영원히 회자될 듯싶다. 진달래가 울긋불긋 피던날 떠난 님을 붙잡으려는 시인의 맘이 구슬프기만 하다.

오리지널 진달래 군락지 영취산에 올랐다. 작년에는 진달래 개화시기가 빨라 축제 때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이 울상을 지었다. 산아래는 듬성듬성 진달래가 핀곳도 있지만, 산위로 오를수록 개화하려면 한참 멀었다. '너무 가까워 더 멀게 느껴진다'더니 영취산은 내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오리지날 진달래 군락지... 영취산

흥국사 입구 머릿돌에는 ‘남북평화통일기원’ 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호국불교 흥국사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엿보인다 ⓒ 심명남


25일 아침에 짐을 챙겨 나섰다. 흥국사 입구에 도착해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다. 천년 고찰 흥국사를 둘러보고 진례봉 정상을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주변에 여수산단이 있지만, 이곳은 산단의 공기와는 사뭇 다르다. 공기가 안 좋을 거란 생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차장 입구 머릿돌에는 '남북평화통일기원'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호국불교라더니 그에 걸맞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릴적 학교에 다닐 때 불렀던 노래가 생각나 흥얼거리며 걸었다.

흥국사 새북소리 맑게 울리며
아침햇살 찬란히 완도령 고개
거북선 거느리며 나라 지키던 곳
보람에 우리고장 알뜰히 가꾸자

어느덧 흥국사에 도착했다. 절에 들어서니 대웅전 입구 봉황루를 보수 중이다. 이를 중창불사라 부르는데 신축이 아닌 개축이란 의미다. 흥국사는 조계종 화엄사에 딸린 절이다.

고려명종 26년인 1196년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 수행할 곳을 찾아 다니던 지눌은 '이곳에 절을 지으면 흥한다'는 신령한 노승의 말에 따라 지금의 자리에 절을 세우고 흥국사라 이름 지었다. 당시 무인정권의 압제에 피폐해진 승려들로 하여금 '수행과 실천'을 위한 모임인 정해결사를 태동시켰다.

흥국사는 두 번의 큰 시련을 맞는다. 한번은 몽골군의 침입으로, 또 한번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대웅전을 제외하고 모두 불탔다. 당시 법사에는 건물이 30동이 넘었으나 모두 불타 현재 십여 채가 존재한다. 이후 인조 2년인 1624년 계특선사가 재건해 약 40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순신 장군 관할한 의승 수군본부... 흥국사

천년고찰 흥국사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의승 수군의 지휘본부였다. 전국에서 모여든 700여명의 승군들이 나라를 지키다 산화해 갔다. ⓒ 심명남


임진왜란때 전장에서 산화한 의승들은 영취산 북암골 비원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님을 그리며 붉은 충절과 열정을 발산하는 꽃무릇으로 피어났다. ⓒ 심명남


흥국사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의승 수군의 지휘본부였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이 관할하던 전라좌수영에 의승 수군본부가 있었다. 당시 자운과 옥형 두 스님이 창설한 의승 수군은 관군 못지않은 훈련과 지휘체계를 갖췄다. 두 승병장의 휘하에 전국에서 모여든 700여 명의 승군들은 영취산 일원의 암자에서 무예를 연마했다.

이후 지휘부의 명령이 떨어지자, 남해 전장으로 나가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을 도와 싸웠다. 그러나 살아 돌아온 승군은 없었다. 기약도 없이 꽃다운 젊은 의승들은 장렬히 싸우다 전사했다. 전쟁이 끝나자 선조임금은 이곳에 쌀 600석을 보내와 전사한 수군들의 넋을 위로하며 수륙제를 지냈다.

이후 숭고한 영혼들은 고도를 헤매다가 영취산 북암골 비원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님을 그리며 붉은 충절과 열정을 발산하는 꽃무릇으로 피어났다. 피워보지도 못한 사랑과 한없는 그리움은 상사화가 되었다. 영취산 꽃무릇은 중추절에 절정을 이룬다. 지금 시기엔 난처럼 푸르른 꽃무릇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영취산 정상 진례봉에서 내려다본 여수산단과 광양만권. 두번째 다리가 국내최대 이순신 대교다 ⓒ 심명남


진례봉을 오르는 길에 도솔천에 들렀다. 이곳은 승려들이 수행한 작은 암자가 있다. 기도와 정진도량으로 영험한 곳이다. 욕계 육천중 하나인 도솔은 도솔천에서 유래되었다. 석가모니도 사바에 오기전 머물렀던 것에 유래된 것이 바로 도솔천이란다.

이윽고 영취산 진례봉 정상에 올랐다. 여수산단과 광양만권이 눈앞에 활짝 펼쳐진다. 국내최대 높이 이순신 대교는 덤이다. 온산에 울긋불긋한 진달래를 기대했는데 아직 때가 이르다. 올해 영취산 진달래 축제는 4월 3~5일 열린다. 절기상 개화시기가 맞아, 축제 때는 활짝 핀 진달래를 제대로 볼 듯싶다. 민족의 서정적인 한이 담긴 꽃, 영취산 진달래꽃 축제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취산 진달래축제 #흥국사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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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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