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출마는 비상식... 단일화 안 해도 이긴다"

[4.29 재보선 인터뷰 - 서울 관악을]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등록 2015.03.31 21:06수정 2015.04.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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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 ⓒ 권우성


'의외로' 자신만만했다. 대선후보 출신인 정동영 전 의원과의 경쟁에 그다지 위기를 느끼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인터뷰 내내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 있다"라며 승리를 낙관했다.

4.29 재·보궐 선거 격전지 중 한 곳인 서울 관악을은 27년간 여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야권의 성지'다. 하지만 정의당, 노동당, 옛 통합진보당 등으로 야권 후보가 난립한 데다가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정 전 의원까지 출격하면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정 후보는 정 전 의원의 출마가 자신에게 결코 유리하지는 않지만,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난 19대 총선을 예로 들었다. 당시 야권 단일 후보인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는 오신환 새누리당·김희철 무소속 후보를 제치고 득표율 38.24%로 당선됐다.

그는 "정치적 명분이 떨어지는 사람을 당선시킬 정도로 우리 지역 유권자 정치수준이 낮지 않다"라며 "이번 재보선은 45%(새정치연합) 대 35%(새누리당)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신보다 앞서는 정 전 의원의 인지도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후보는 야권 단일화 없이 이번 승부를 치르겠다는 각오다. "선거를 위한 연대는 당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국민 신뢰를 잃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한다. 그는 "정당은 자기 노선과 정책을 가지고 유권자에게 당당히 심판받아야 한다"라며 "제 힘으로 현재 상황을 돌파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후보와의 일문일답.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정 후보는 친노 그룹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대변인, 정무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정 후보를 "우리 당에서 손꼽히는 정책통이자 전략가", "경력과 능력에서 체급이 다른 후보"라고 평가했다.



"야권재편? 정동영이 그런 말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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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 ⓒ 권우성


- 정동영 전 의원의 관악을 출마를 어느 정도 예상했나.
"사실 처음부터 모든 게 (출마를 위한)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본인이 상식적으로 판단한다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예측대로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정 전 의원은 이전부터 그래왔다. 민주당에 있을 때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나가더니 이번에도 또 탈당하고, 전주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지역구를 동작·강남으로 연이어 옮겼다. 개인의 정치적 목적이 늘 중심에 있는 분이므로 그런 결정을 충분히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정 전 의원 출마를 둘러싼 지역 민심은 어떤가.
"지역 주민들에게 의견을 여쭤보면 다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와도 줄 표는 없다'고 반응한다. 이게 일반적인 민심이다.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 걸로 알고 있다."

- 정 전 의원의 출마가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우리 지지층 중에서 일부가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 전략으로 보면 제게 마이너스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만큼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실제로 지역을 돌아다녀 보면 (정 전 의원이) 그다지 (많이) 득표하지 못할 거라는 분위기를 느낀다. 정치는 명분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자기가 표를 던지는 이유, 즉 명분을 생각한다. 정 전 의원에게는 표를 던질 명분이 아무것도 없지 않나. 새정치연합 지지층은 결국 자기 당 후보에게 던질 수밖에 없다. 정 전 의원이 일부 가져가는 표가 있을지 몰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 정 전 의원을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건가.
"자신 있다. 지난 총선 때 이상규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가 기호 3번으로 나왔다. 야권 단일화 상대였던 김희철 후보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김희철 후보에 비해, 이상규 후보는 인지도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이정희 당시 대표를 대신해 총선에 나선 이 후보는 출마를 공식화한 지 19일 만에 두 후보를 제치고 득표율 38.24%로 이겼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33.38%, 김희철 무소속 후보는 28.47%를 얻었다. 

정 전 의원은 김희철 당시 후보보다도 세지 않다고 본다. 그때 김 후보는 지역 인지도도 높았던 데다가 지지 기반도 갖추고 있었다. 정 전 의원은 기반이 없지 않나. 김희철이란 인물보다 명분이 떨어지는 사람을 당선시킬 정도로 우리 지역 유권자 정치수준이 낮지는 않다. 이번 재보선은 새정치연합 45%: 새누리당 35%로 끝이 날 수밖에 없다. 나머지 20%는 정 전 의원 등의 제3후보가 가져갈 것이다."

- 인지도는 정 전 의원보다 훨씬 부족하지 않나.
"이 지역에서 인지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19대 총선 당시 지역 주민들은 이상규 후보 이름조차 모르는데도 야권 단일 후보라는 이유로 찍어주지 않았나. 게다가 이미 관악을이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에, 제 인지도 역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금방 올라갈 것이다."

"종북세력 척결, 써먹을 프레임 없어서 내놓은 '궁여지책'"

- 정 전 의원뿐만 아니라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도 이겨야 한다. 승리 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정 전 의원과 '이전투구'할 생각은 없다. 정태호가 서민을 지킬 수 있는 후보라는 점, 이 선거에서 이겨야만 내년 총선과 정권교체에 희망을 걸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끊임없이 설득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도 집중 부각해 대안을 제시하며 지역경제 발전을 이야기하겠다.

4.29 재보선은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원내에 들어가자마자 일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경험이 거의 없다. 반면 저는 청와대에 있으면서 국정 운영을 경험했고 서울시에서도 근무해봤다. 그리고 오리지널 '관악을' 출신이라 이 지역을 너무나도 잘 안다. 신림동을 중심으로 30년 이상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오 후보와는 인물 역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오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정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여론조사를 돌려봤더니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보다 15~20%p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 선거기획위원회는 우리가 크게 패할 것으로 예단하고 더 이상 캠프를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0.6%p 차이의 패배였다. 각 시·도당에서 조금만 더 지원했어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부정확하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면 선거 전략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관악을은 27년간 야권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라 일종의 '야당 피로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이 내거는 구호다. 그런데 실제로 변화가 없었다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 소속 시의원·구의원이 한 명도 안 떨어지고 당선될 수 있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지역에서 득표율 63.36%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도 굳이 그런 구도를 계속 잡고 가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때마다 '야당이 한 게 없다'는 프레임을 써먹어 왔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 이번 재보선은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치러지게 됐다. '종북세력 심판'이라는 새누리당 구호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나.
"'종북세력 척결' 역시 써먹을 프레임이 없으니까 궁여지책으로 들고 나온 구호 아닌가 싶다. 새정치연합이 유능한 경제정당을 기조로 내걸면서, 그동안 자기들(새누리당)이 주장해온 '경제' 프레임이 선점당한 것 아닌가.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게 이념적 구도밖에 없으니 그렇게 끌고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 국민모임에서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야권세력 재편'으로 두고 있다.
"만약 국민모임에서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일리 있는 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이 야권 재편을 얘기한다? 누가 봐도 난센스다. 본인 말대로 야당이 엉망이라면, 그 책임은 대선후보에다가 당 상임고문까지 지낸 자기 자신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성하기는커녕 또 다시 탈당하고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 정 전 의원은 야권재편을 말할 자격이 없다. 후배 정치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미 정치를 떠났어야 하는 사람이다.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야권연대 생각 안 해... 제 힘으로 돌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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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 ⓒ 권우성


-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전혀 없나.
"새정치연합 후보로서 다른 당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 정당은 자기 노선과 정책을 가지고 유권자에게 당당히 심판받아야 한다. 설사 지더라도 그러한 과정이 반복돼야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모든 걸 정치공학적으로 풀려 했다. 이게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국민들은 나의 이해관계와 이익을 지켜줄, 내 편을 들어줄 정당을 원한다. 새누리당은 그 역할에 성공한 반면, 우리 당은 그러지 못했다. 지지층을 위한 정책을 내걸고 꾸준하게 정당활동을 이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임기를 6개월도 못 채운 채 시도 때도 없이 물러나고, 당은 깨지고 합치고를 반복했다. 그러니 우리 지지층은 야당이 내 이익을 지켜주는 정당인지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치에서 연대라는 건 공동 정부를 구성할 때 필요한 것이지, 선거 자체를 위한 게 아니다. 선거를 위한 연대는 결과적으로 당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국민 신뢰를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게 제 평소 소신이다. 그래서 야권연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제 힘으로 이 상황을 돌파하겠다."

- 이번 선거에서 내건 대표 공약은 무엇인가.
"관악을을 교통소외지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거다.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건 경전철 도입이다. 신림경전철은 보궐선거가 끝나면 기공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 때문에 박원순 시장을 몇 차례 만난 바 있다. 제가 원외 지역위원장으로서 관악을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신림경전철 문제만큼은 확실히 제 역할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난곡경전철 등 정부 승인이 필요한 문제도 최대한 빨리 이뤄지도록 하겠다.

교육환경과 지역경제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우리 지역 주민들 중에는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관악구에서는 좋은 대학을 보내기 어려울 거라는 걱정 때문이다. 저는 관악에서 대학을 보내도 괜찮을 정도의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한다.

또한 우리 지역에는 소상공인들이 많다. 이들을 위한 정책을 집중 연구해서 내놓을 생각이다. 사법고시 폐지 이후 파탄난 대학동 고시촌 경제를 살리는 문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사법고시 존치와 더불어, 서울시가 대학동을 주거재생사업지로 선정해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문재인 대표와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친노(친노무현)' 인사라는 인식이 부담스럽지 않나.
"당내 경선 초반에 '친노 대 비노'라는 구도가 형성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 여론이 '이제 옛날 사람보다 젊고 새로운 사람으로 가자'는 구도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제가 여론조사 결과에서 앞서면서 최종 본선 후보로 결정됐다. 주민들은 지역에서 일할 참신한 일꾼인지를 더 중시했던 것이다. 이번 본선에서도 '친노'라는 구도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신 경험이 내게 프리미엄과도 같다."

- 관악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1년 동안 무슨 일을 할 계획인가.
"당에 국회의원 공천신청서를 낼 때 희망 상임위로 보건복지위원회(아래 보복위)를 적어서 냈다. 사실 보복위는 별로 인기 없는 상임위다. 그럼에도 하겠다고 지원한 이유는 복지가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되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본다. 이에 대비한 정치권 전략은 아직 없다. 제가 보복위에 가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해보고 싶다."
#정태호 #관악을 #정동영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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