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관악을 출마를 환영한다. 이는 '정동영' 후보를 지지한다가 아니라, '출마' 자체를 환영한다는 말이다. 나는 그곳 유권자가 아니다. 정 후보가 그곳에서 최다득표 해서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정 후보의 관악을 출마를 환영하는 이유는, 정 후보의 출마를 반대한다는 논리가 국민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심히 어줍잖고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의 '정동영, 박근혜 실정 가리는 무책임한 출마', 野주류 "야권 분열의 주역으로 전락" 비난이라는 기사를 보자. 내용은 거의 다가 정동영의 4.29 보궐선거 출마 선언에 대한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이 당 후보의 날선 반응에 할애되고 있다. 나는 바로 이 새정치 연합의 반대 기류에 반대하는 것이다.
정동영의 관악을 출마를 환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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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4.29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위 프레시안 기사에 의하면, 새정치연합 후보인 정태호씨는 30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내신 분께서 야권 분열의 주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두 번의 탈당과 전주, 동작, 또 전주, 강남을 거쳐 관악까지. 이것이 정 전 장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라고 정 전 장관의 정치 이력을 들어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당 대표는, "그것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며 "정 후보의 출마로 관악 선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했고, 같은 당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야권 분열에 앞장서고...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고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가리는 매우 무책임한 출마"라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정 후보의 출마선언에 직격탄을 맞은 새정치연합의 절망과 쓰린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낸 비난이다. 정동영의 출마 자체가 잘못이고, 안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탄식을 국민 앞에 쏟아낸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새정치연합의 반응에 동의할 수 없다.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이러한 비난은 매우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가난한 사람한테는 비난이 많은 법이다. 정동영이 몇 번 떨어지고 지역구를 옮겼기 때문에 그에게는 여러 가지의 흠과 비난이 지적된다. 새정치연합 사람들이 여러 입으로 떠들어댄 바이니, 다시 반복할 필요도 없다.
정동영은 출마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출마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것처럼 후다닥 놀라고 긴장하지 않습니까? 이것만으로도 효과가 입증된 것입니다. 130명에다가 야당이 1명 더 보태줘서 131명 된다고 야당이 뭐가 되겠습니까? 1년짜리 국회의원 한 명 더 시켜주는 거죠. 여당에다가 158명에다가 1명 더 보태줬을 때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선거 끝난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치는 국민의 삶과 무관하게 돌아갈 것입니다. 관악에서 국민모임과 정동영이 승리하는 것은, 이것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진정한 심판이 될 것이고, 그리고 야당을 잠에서 깨어나게 만들 것입니다. 지금 야당은 잠자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정태호 후보는 당내 경선을 가까스로 이긴 사람이다. 그는 관악을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국회의원을 지내고 장관에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해찬의 보좌관 출신이다. 그래서다. 새정치연합과 문재인이 진정으로 야권의 경쟁력 강화를 바란다면, 정동영의 출마와 승리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정동영이 이겨 당선된다면, 야권을 새로이 개편하여 강력한 대선 후보를 뽑을 수 있다. 반드시 차기 대선 후보를 문재인으로 굳혀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선 절대 안 된다. 대선에서 2등은 의미 없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대표인 문재인은 대선후보로서도 독주체제를 향유하고 있다. 그런 그는 지난 대표 선거에서 막판에 선거규칙을 바꿨다는 비난을 지금도 받고 있고, 그래서 당 결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쟁을 싫어하는 자는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평가는 유권자가 한다. 한 마디로 정동영은 비실비실한 미꾸라지들 속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으니, 잡혀 먹히지 않으려는 미꾸라지들에 활력이 살아나더라는 말이다.
미꾸라지들의 활력은 다름 아니다. 문재인의 새정치연합이 말하는 박근혜 정권의 잘못을 심판하고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자는 것이다. 그것을 더욱 확실히 하자는 것이 정동영의 출마인 것이니, 양쪽의 목적은 똑같은 것이다. 문재인의 새정치연합이 정동영의 출마를 두려워하거나 싫어해서는 아니 되는 이유다.
자유롭게 경쟁하게 둬라, 선택은 유권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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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서울 관악구 난곡로 난향꿈둥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4·29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국회의원 예비후보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는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택하는 일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는 근원적으로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데 자유란 무엇인가. 다름 아닌, 각자가 자연 상태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주의는 경쟁이다. 경쟁을 싫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비민주적이다. 그런데 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 경쟁력이 있으려면 어떠하여야 하는가? 유권자의 평가에 이겨야 한다. 곧 표를 많이 얻어야 한다. 상대방을 짓눌러 놓고, 묶어놓고, 저 혼자 뛰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비민주적이다. 아니 기득권을 지키려는 얄팍한 술수다. 새정치연합이 그토록 극복하겠다는 수구 골통 보수들의 행태 그 자체 아닌가.
정동영의 그간의 행적에 대한 비난도, 나를 포함한 모든 유권자들이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뽑을 것인지, 아니면 버릴 것인지는 가만히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왜 나오는 것 자체를 시비 걸고, 비난하는가.
그래서 국민은, 유권자는 말한다. 자연스럽게 경쟁하게 두어라. 둘이든 셋이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싸우게 하라. 그 결과는 유권자가 만든다.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고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가리는 매우 무책임한 출마인지 아닌지는 마침내 다음 대선에서 보게 된다. 새정치연합과 문재인은 경쟁을 시켜놓고 즐기는 유권자의 재미를 뺏어가려 하지 마라. 자연스런 판단과 결정을 가로막지 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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