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담임도 비웃었죠, 네가 무슨 모델이냐고"

[인터뷰] 영화 <스물>의 김우빈

15.04.05 19:35최종업데이트15.04.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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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풍성한 표현을 위해 캐릭터에 대한 100문 100답을 만들어 상상해 보는 배우. 어느새 '모델 김우빈'보다는 연기하는 김우빈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다. 때로는 재벌 2세(<상속자들>)로, 반항기 어린 청년(영화 <친구2>)으로 그는 관객들에게 배우로서 존재를 각인하고 있다.

이제 갓 20대 중반을 넘어선 김우빈이 최근 영화 <스물>로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세 명의 청년들이 중심인 이야기에서 그는 말 그대로 꿈을 찾지 못한 채 '잉여'의 삶을 사는 치호 역을 맡았다. 어찌 보면 김우빈의 실제 스물 때와는 차이가 좀 크다. 스무살에 모델로 데뷔한 직후 김우빈은 "드디어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시간 중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모델 혹은 배우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회사원 됐을 것"

극중 치호는 여자들과 가벼운 만남을 즐기고, 아무 계획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를 두고 김우빈은 "꿈을 찾지 못해서 그렇다"라고 진단했다. "20대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방황을 하겠나. 치호의 모습도 이 현실 속 우리 주변 친구들의 모습"이라고 김우빈은 한껏 감싸 안았다. 

"꿈의 유무 차이인데 그렇다고 치호의 행동은 잘못이고, 제 행동이 현명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중학교 1학년 때 모델을 하고 싶다는 말을 부모님께 꺼냈는데, 당시 어머니가 패션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저렴한 옷들을 가지고 고급스럽게 잘 입으셨어요(웃음). 제가 키도 컸고, 그런 영향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제 안에 뭔가 관련 유전자가 있었겠죠.

공부도 곧잘 하던 때였는데 부모님이 흔쾌히 허락을 해줘서 큰 힘이었어요. 사실 담임선생님도 비웃었거든요. 네가 무슨 모델이냐고. 그래도 절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응원해주셨기에 확신이 섰죠. 만약 부모님이 반대했다면요? 곧이곧대로 그냥 공부해서 지금은 취업 준비를 하거나 회사원이 돼 있지 않았을지. 제가 지방(전주)에서 자랐고 장남이라 부모님 기대가 컸을 텐데 아무 연고 없는 길을 가겠다는 걸 허락한 자체가 감사하죠."

영화<스물>에서 치호 역의 배우 김우빈이 3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큰 키로 회사 사무실 형광등을 갈아주는 김우빈을 잠시 상상했다. 이 말에 그 역시 크게 웃으며 "화목한 집안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된 것에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모로 지금의 김우빈이 있기까지 부모의 영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결심 후엔 외길 인생이었다. 원했던대로 모델이 된 직후를 떠올리며 김우빈은 "대학 다니면서 술자리도 거의 안 가고 그저 학교 공간 빌려서 밤새며 연습하는 게 재밌었다"며 "막상 데뷔하고 나니 난 아무 것도 아님을 느꼈다. 모델 치고는 큰 키도 아니고 체형이 좋은 편도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가지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연기의 중요성도 그때쯤 깨달았단다. 무대 위는 결국 자연인이 아닌 모델 김우빈으로 나서야 했기에 표현력 또한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영화 <스물> 한 장면 ⓒ (주) 영화나무


"사람에 대한 아픔 아는 사람일수록 겸손해지는 법"

이쯤에서 청춘들의 영원한 화두인 사랑 이야기가 나왔다. 복수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많이 차여봤다고 말하면서 자신만의 사랑관을 전했기에 설명을 듣고자 했다. <스물>에서도 치호는 두 여자 사이에서 사랑인지 동정인지 모를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던가. 실생활 속 김우빈의 가치관이 연기에 반영됐을 법했다.

"사랑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 더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사랑을 해봐야 멜로 연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영화에서 치호 역시 두 여자를 두고 이게 사랑인지 고민하잖아요. 시간이 좀 지나면 판단이 되겠지만 그 당시엔 감정의 정체를 정확히 판단하기엔 힘든 거 같아요. 가족,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확실한데 연인에 대한 사랑은 모호한 점이 있어요.

돌아보면 연애에 있어서는 대부분 차였던 거 같아요. 음... 아닌가(웃음). 제가 밀당을 못하거든요. 솔직한 표현을 좋아해요. 이성이든 그냥 친구들이든 부모님에게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요. 남자들 원래 잘 못하잖아요. 한번 해보세요. 한번 하기 시작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 표현에 서툰데 굳이 좋은 걸 왜 숨겨야 할까요. 안 좋은 감정을 숨겨야 하는 상황은 종종 있는데 좋은 건 그대로 표현하는 게 낫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제가 좀 긍정적이에요. 20대에 다들 고민 많이 하는데 물론 큰 결정을 앞두고는 고민하겠지만 되도록 계산하려 하지 않고 오래 고민하려 하지 않아요. 연기 역시 내게 주어진 것에 치열하게 할뿐이지 더 큰 무언가를 하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을 갖지는 않으려 합니다. 대신 다양한 경험은 해보고 싶어요. 사람도 좋아하는 편이라 한 번 보면 오래 보려 하고, 많은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물론 연애를 많이 하고 싶단 말은 아니에요! 이런 경험이 나중에 큰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 이정민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갈망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우빈은 중학교 3학년 때 혼자 집을 떠나 처음 여행했던 일을 언급하며 "국내의 다양한 곳을 다녀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첫 여행지가 어디였냐고? 연합고사를 치른 이후 그는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을 가지고 보성 녹차 밭과 서울의 명동성당, 그리고 외갓집이 있던 부산을 찾았다. 총 3박 4일의 여정이었다. "중3짜리가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고 괜히 진지해져가지고 다녔는데 나름 재밌었어요"라고 쑥스러운듯 웃어보였다.

연기 열정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첫 주연을 맡았던 <친구2>와 다음 작품인 <기술자들>이 흥행했고, 이번 작품도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기에 기뻐할 만도 한데 김우빈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고 그 아쉬움을 줄여가는 과정인 것 같다"며 자중하는 모양이었다. 

"모델 출신이기에 선입견을 갖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모델 출신인 선배 배우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그 분들은 오히려 더 강한 선입견과 싸웠을 겁니다.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주셔서 저 같은 후배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길을 걷는 거 같아요. 여전히 대중의 선입견은 제게 숙제입니다. 믿음을 드리도록 해야죠. '왜 알아주지 않을까!'라며 반항하는 마음을 갖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편하게 관객 눈에 들도록 노력하며 살게요."

김우빈 스물 이준호 강하늘 대학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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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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