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출마에 무반응... 이상한 '국민모임'

[여의도본색] 김세균 교수 막판 '출마반대'... 정동영측 "소통으로 풀것"

등록 2015.04.03 20:17수정 2015.04.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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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인쟁영입위원장 안아주는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폐공장에서 열린 '국민모임(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상임대표로 선출된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을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3일 4.29재보궐 선거 서울 관악을에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지난 30일 출마선언을 하고 나흘 만이다. 당시 자신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그는 "국민모임을 반드시 대안야당으로 키워야겠다. 그리고 진보세력을 통합해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진보적 대중정당,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해야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의 말은 자신이 '국민모임'의 후보로 출마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 그의 측근들에게 물었을 때도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는 게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국민모임이 아직 온전한 정당 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모임은 기호를 부여받을 수 없고, 서류상으로 정 위원장은 '무소속'이다. 그가 스스로 이력에 국민모임 소속 후보임을 밝히는 것만이 허용된다.

그래서 선거기간 국민모임 후보임을 밝힐 것인지를 물은 것이고, 위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정작 국민모임 쪽은 정 위원장의 출마에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모임은 바로 전날인 3월 29일 중앙당창당준비위 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 가운데 어쩌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유일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정 위원장 출마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출마선언 자체가 갑작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도 봤지만, 국민모임은 그 후 며칠이 지나도록 논평이나 보도자료 하나 내놓지 않았다. 특히 국민모임을 주도한 창준위 공동위원장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정 위원장의 출마를 강하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 위원장이 선거운동을 정식으로 시작한 이날까지도 국민모임 후보로 확인하는 공식적인 언급조차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해 국민모임 측은 "창준위 의사결정을 하는 상임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세균 교수, 신학철 화백, 최규식 전 의원 등 공동상임위원장 이외에 아무런 체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현재 상황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정 위원장의 출마 선언 전후로 국민모임 내에서 상당한 의견 충돌이 있었고, 아직까지 그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마 요구에서 출마 반대로, 불출마에서 출마로... 엇박자 낸 두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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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며 결의 다지는 국민모임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폐공장에서 열린 '국민모임(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세균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상임대표와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며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이날 창단준비위원회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학철 화백, 최규식 전 의원을 공동상임대표로 선출하고 창준위 규약을 채택했다. ⓒ 유성호


현재 국민모임에는 크게 두 세력이 있다. 하나는 김세균 교수로 대표되는 본래 국민모임이다. 이들은 지난해 '비중도 진보정당' 건설과 '진보정당 통합'을 골자로 하는 105인 선언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또 한 세력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야당교체'를 핵심가치로 하는 정동영 위원장 측이다. 지난 2월 정 위원장이 국민모임 합류를 선언하면서 두 세력이 함께하기 시작했다.

정 위원장의 출마를 놓고 양측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서 확인되는 부분이다. 의문이 드는 것은 김 교수 측에서 정 위원장에게 출마를 요구해왔고, 정작 출마를 결정했는데 왜 갈등이 일어났느냐는 점이다. 그것은 출마를 종용하던 김 교수 측이 막판 출마를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고, 정 위원장 측은 출마를 고사하다가 출마하기로 의견을 바꿨기 때문이다. 양측의 생각이 완전히 엇갈린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달 15일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정 위원장의 출마를 촉구했다. 김 교수는 "이번 보궐선거가 가지고 있는 중차성에 비추어서 정동영 위원장이 관악을의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기를 강력하게 종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모임이 책임 있게 반드시 승리해야 할 선거구가 관악을"이라며 "가장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찾다 보니까 최종적으로 정 위원장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부에서 내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김 교수의 출마제안을 고사했다. 정 위원장은 그에 앞서 며칠 동안 해외로 출국해 언론 접촉을 피했다. 출마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 그는 돌아와 김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불출마를 재확인했다. 김 교수는 "정 위원장 의견을 존중한다"라면서도 "최종적으로는 29일까지 의사표현하겠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 후 국민모임은 27일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정 위원장 출마와 관련해 '정 위원장이 최종 결정한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정 위원장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다. 그는 "출마와 불출마 두 가지 생각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라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틀 뒤 창준위 발기인 대회에서 그는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라고 말했고, 그 다음날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그러나 그 사이 김 교수를 비롯해 일부 국민모임 측 인사들은 그동안 출마를 촉구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국민모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위원장이 관악을에 출마하게 되면 정의당과 노동당 등이 이미 출마한 상황에서 향후 진보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26일 두 사람의 회동에서 불출마를 확정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모임은 "진보대통합"... 정동영은 "야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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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전 의원이 3일 오전 관악구 삼성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렇게 양측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같으면서 미묘하게 다른' 창당 목적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민모임 측은 진보정당 통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중도 진보정당'이라는 노선을 분명히 했고, 정의당과 노동당 등 진보세력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정 위원장 측은 진보적 노선을 가지고 있지만 '야권교체'가 우선한다.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을 세우는 걸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정 위원장의 출마선언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가 "국민모임을 반드시 대안야당으로 키워야겠다"고 한 것은 자기 측근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또 "진보세력을 통합해야 한다"는 건 국민모임의 의견을 밝힌 것이다. 그가 "진보적 대중정당",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미묘하게 다른 말을 반복한 것도 같은 이유다.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정치행위로 구현되면서, 양측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 위원장의 출마 선언 이후 노동당이 불편함을 담은 논평을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정의당은 정 위원장과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노동당의 경우는 당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나경채 당대표가 출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정동영의 관악을 후보 출마, 대단히 유감"이라며 "진보결집 논의에 난관이 조성됐다"라고 밝혔다.

3일 정 위원장의 첫 선거운동에도 김 교수를 비롯해 국민모임의 핵심인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 위원장을 지지하는 지역의 인사들이 중심을 이뤘다. 이에 정 위원장 측은 "아직 당(국민모임)이 얼마나 지원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창준위 상임위가 구성되면 같이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에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충분한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모임 측 관계자는 "아직 창준위 상임위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 위원장 출마에 대응을 못하고 있는 건 맞다"라며 "갑작스럽게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그것이 진보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는지 논란이 있는 것도 맞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이 국민모임 후보인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상임위가 구성되는 대로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일단 봉합되더라도 정 위원장이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어내느냐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이후에도 계속 될 수 있다. 정 위원장이 당선돼 국민모임 안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더 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하거나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정 위원장 측에 강한 책임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국민모임 #정동영 #김세균 #재보궐 #관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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