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장관, '원전 유치' 여론조사 개입 논란

경북 영덕군의회 의장 "주민건강 관련 문항 빼달라" 외압 주장... "그런 적 없다"

등록 2015.04.08 18:49수정 2015.04.10 22:21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3월 14일 영덕군청 앞에서 열린 탈핵행사에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


경북 영덕군의회가 신규 원전 유치를 위해 8일과 9일 주민여론조사를 실시 중인 가운데 윤상직(59)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군의회 의장에게 특정 문항 삭제와 여론조사 시기 연기 등을 요구하는 압력성 전화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영덕군의회 이강석 의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전화를 걸어와 '주민의 건강권에 대한 질문은 빼 달라'고 했다"며 "압력성 전화로 받아들였지만 절대로 삭제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윤 장관이 여론조사 시기도 연기해 달라고 했다"며 "영덕군 의회가 원전 추진에 힘이 되어 달라, 산자부가 원전 건설과 관련해 영덕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해 달라고 하면 믿겠지만 당근을 준다고 하는 것은 못 믿겠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여론조사는 군민들의 자유로운 의사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지 정부의 압력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또 "지금은 독재시대도 아닌데 투표로 선출된 군의장에게 전화해 어떻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질문 문항을 바꾸고 여론조사 시기를 늦추라고 하는 것은 군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영덕군의회 원자력특별위원회(위원장 박기조)는 8일과 9일 양일간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1500여 명의 군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항목은 ▲원전 건설에 대한 찬반 여부 ▲원전 건설을 둘러싼 주민투표 실시 여부 ▲원전의 안전성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영덕발전소통위원회에서 공론화에 대한 찬반 ▲원전을 건설할 경우 지역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찬반 여부 등이다.


하지만 산자부는 윤 장관이 이 의장에 전화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질문을 빼달라고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산자부 대변인실은 "윤 장관이 군의회 의장에게 전화를 건 것은 맞지만 설문조사 내용을 빼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장관이 설문조사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문항에 대해서는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국가사업이니까 원전 안전과 지역 발전을 위해 협업하겠다는 내용으로 통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혜령 '영덕천지원전건설백지화 범군민연대' 공동대표는 "여론조사에 앞서 정부가 중립을 지키지 않고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려는데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심각하게 뒤흔드는 일로 주민들로서는 불쾌하고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1년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 노물리 일대 320여 만㎡를 신규 원전부지로 선정하고 140만Kw짜리 신규 원전 4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여론조사는 오는 13일 발표될 예정이며 원전을 반대하는 군민들은 이날 오후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건설 반대와 군민투표 실시를 촉구할 예정이다.
#영덕?핵발전소 #윤상직 #이강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