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용달차로 무엇을 할까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디지털노마드 가족) 제주살이하며 유휴자원 공유하기 2

등록 2015.04.14 10:09수정 2015.04.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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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쪽 성산 전경 ⓒ 김태균


지난 2014년 겨울, 제주도 보목동에 집을 얻고 집을 단장하던 중 지인이 한 달 동안 제주도로 놀러오겠다고 했다. 여행 경비를 벌면서 지내고 싶다며 육지에서 갖고 오신 용달차로 제주의 동쪽 성산으로 가셨다.

제주도는 겨울에 귤과 무를 수확하기 때문에 단기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용달차로 농산물들을 나르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차를 갖고 오신 거였다. 우리는 지인이 제주도에 오자마자 우리와 밥 한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얼굴만 보고 가신 게 아쉬워서 주말에 성산읍으로 방문갔다.


지인은 제주도에서 집을 얻기가 쉽지 않았는데, 하루는 다방의 주인장이 방이 빈 곳이 있다고 해 공과금 포함해 한 달 동안 10만 원으로 지내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근처에 무 세척 공장이 있어 공장에서 무를 나르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다리가 휘청거릴 만큼 무거운 포대를 하루종일 빠른 속도로 옮기는 일을 하니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계셨다.

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이 많기에, 일을 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이러한 삭막한 환경에서 몸이 망가져가며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우리 집도 단장이 되었으니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고 제안했지만 우리에게 부담주는 게 미안하셨는지 극구 사양하셨다.

며칠 후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그 동안 옆방에 무세척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매일 출퇴근을 아저씨 차로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퇴근할 때마다 매일 다른 집에 내려다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머물고 계신 집은 방음장치가 잘 안되어 전화통화 내용이 다 들리는데 그 동안 티겟을 끊은 다른 남자들 집에 가서 자고 온 것이었다. 우리 지인은 모르는 사이에 그 동안 티켓 끊은 남성들에게 옆방 아주머니를 데려다 주는 일을 한 것이었다. 지인은 더 이상 이곳에서 지내지 못하겠다 하여 우리집에서 머물면서 같이 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용달차를 이용하여 새로운 일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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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달차를 공유하는 동안 여행하며 돌아다니기 ⓒ 김태균


며칠 동안 우리 집에서 쉬시면서 같이 바다메기를 잡아와 메기탕도 해 먹고 주변에 멋진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현재 지인이 갖고 계신 유휴자원인 용달로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제주도는 공산품들이 육지보다 비싸고,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중고물품 거래가 활발하다. 우리 또한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1년 동안만 필요하기에 구매하기 전 제주맘 까페나 중고나라 까페 등 온라인에서 중고로 먼저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냉장고, 가구 등 무게가 나가거나 큰 물건들을 어떻게 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배송비가 물건값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송이 부담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제주도에는 신구간(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 전까지 이사하는 풍습)이라는 전통 문화가 있어 신구간에 이사하는 사람이 많다. 곧 있으면 신구간이기에 이사가기 전 중고물품들이 많이 나오고 버려지는 물건들도 많아진다. 우리가 갖고 있는 용달차를 사람들과 공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도 전지역을 돌아다니며 여행할 수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어 지인이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는 방법 같아 보였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용달공유와 관련해 알리고, 전단지를 만들어 3일 내내 서귀포시와 제주 시내에 홍보하고 다녔다. 서귀포의 애완용품점의 수납장 하나를 제주도 시내에 중고로 사신 분에게 전달해 주기도 했다. 최근 제주도 집값이 많이 올라가 집주인이 년세를 올려 더 이상 살기가 어려워 작은 집으로 이사가시는 분을 도와주기도 했다. 또 정치 블로거로 알고 있던 '피터팬'의 짐을 옮기기도 하는 등 제주도 전지역을 구석구석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쓸 수 있는 물건인데도 불구하고 버리는 것들은 우리집 마당에 갖다 놓았다. 세탁기, 냉장고, 자전거 등을 제주맘까페에 공유했을 때 중고품을 올리자마자 바로 연락이 와서 갖고 가셔서, 갖고 온 모든 중고물품들은 금세 사라졌다. 누군가에게 필요없는 것들을 필요로 하는 또다른 사람에게 연결해주니 즐거웠다.

다행히 지인이 제주도에 차를 갖고 오고 가는 비용과 여행경비를 20여 건의 일들을 통해 다 벌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뒷모습들 그리고 새로운 일을 함께 만들어 본 작은 경험이 우리의 다음 여정에 힘을 보태주었다.
#디지털노마드 #공유 #디지털보헤미안 #제주도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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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탐험을 좋아하고 현재 덴마크 교사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기발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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