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에 룸살롱 임대한 스님까지... 그들은 돌격대였다"

[인터뷰] 김영국 연경불교정책연구소 소장이 말하는 '동국대 사태' 3막 1장

등록 2015.04.18 12:37수정 2015.04.1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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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계모임 계주를 뽑은 게 아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다. 이사장이 봉을 두드려 해산을 선언한 뒤 다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데 일부 이사들이 다시 회의실로 스며들었다. 이들은 이사장이 없는 상태에서 회의를 재개했다. 한 이사는 이를 저지하다가 회의실을 나갔고 남은 이사들은 새 이사장을 선출했다.

이날 거사를 밀어붙인 이사 중에는 황당한 이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간통을 저질러 물의를 일으켰는데도 조계종 종법에 따라 쫓겨나지 않은 승려가 그중 하나다. 또 다른 승려는 자기 절의 탱화를 빼내 비구니 스님 토굴에 은닉하고 모조품을 전시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적이 있다. 자기가 소유한 건물 지하에 룸살롱을 임대하고 돈을 버는 승려도 있다.

지난 2월 23일 밤, 동국대 재단에서 벌어진 일이고 그 자리에 있던 일부 이사들의 이력이다. 동국대 총장 임명을 둘러싼 파행 제3막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 재단 건물 4층 법인사무처에서 전 이사장이 이사장 직무 대행으로 임명한 영담 스님(이사)이 업무를 보고 있다. 그날 회의실을 박차고 나간 사람이다.

그날 이사들이 새로 선출한 일면 스님은 이사장실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5층 회의실에 사무실을 차렸다. 문화재 절도 혐의로 고발당한 전력이 있는 그는 그날 회의에서 이사장에 선출된 뒤 정련 전 이사장의 임기 만료 2시간만인 3월 12일 오전 2시 10분에 이사장실을 접수하러 갔다가 학생들과 동문, 일부 교수의 저지로 실패했다.

한 지붕 아래 한 개 층을 사이에 두고 '두 명의 이사장'이 공존하는 이상한 체제. 그날 이사장 선거가 화근이었지만 동국대 총장선거를 둘러싼 1차전의 연장전이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사장을 만들어서 자기가 원하는 동국대 총장을 심으려 하고 있다. 조계종의 추악한 진면목을 드러낸 것이다."

자승 총무원장의 동국대 사태 책임론을 주장한 이는 김영국 연경불교정책연구소 소장이다. 동국대 총동창회 상임 부회장이기도 하다. 지난 6일 그를 만나 3막이 진행되는 동국대 사태를 복기했다. 그의 시각은 조계종 총무원 측에서 바라보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총무원 측에서 반론 인터뷰를 요청한다면 적극 수용하겠다.


[1막] 자승 총무원장 "총장 후보를 그만 두시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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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소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유병문


지난해 12월 11일, 코리아나호텔에서의 점심회동이 파행의 1막을 열었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 호계원장 일면 스님 등 조계종단의 핵심 수뇌부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정련 동국대 재단 이사장과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나왔다. 동국대 측 인사 2명은 당시 총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고, 김 총장을 재임하는 분위기여서 격려차 모인 것으로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김 소장은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 자리에서 자승 총무원장은 '우리는 차기에는 스님 총장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으니 모이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핵심 수뇌부 인사들도 돌아가면서 같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김희옥 총장(전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2월 28일인데, 재임하려고 출마한 상태였다. 3명의 총장 후보 중 가장 유력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김 총장은 이날 오후 5시에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점심 회동 소식이 전해지자 불교계 내부에서는 총무원장이 부당하게 동국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총학생회는 5명의 조계종 고위직 승려들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1월 12일 불교계 언론인들에게 비보도를 전제로 해명했다. 비보도를 깬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그날 자승 총무원장은 "이사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김희옥 총장의 표가 2표도 안 나오겠더라"라면서 "그래서 자리를 만들어 분위기를 전하고 명예롭게 퇴진하실 수 있게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배려'가 아니라 '부당한 외압'이라고 해석했다.  

"총무원장이 이사들에게 후보 지지 여론을 물어봤다는 것 자체가 선거 개입이다. 김 총장 지지표가 2표 밖에 없었다는 것도 의문이다. 총장 추천 위원회에서 이사회에 추천한 3명의 후보 중 김희옥 총장은 11표가 나왔다. 보광 스님은 7표가 나왔고, 조의연 교수는 3표였다. 김 총장이 후보를 사퇴한 뒤에 조의연 교수도 사퇴했다. 보광 스님 혼자만 남았다."

- 그럼 자승 원장이 김 총장을 사퇴시키고 보광 스님을 총장 자리에 올리려 했다고 보는 건가?
"작년 총무원장 선거 때 보광 스님은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선거 보은 차원이 아닐까? 불교계에서는 김 총장 재임 분위기가 무르익자, 보광 스님 쪽에서 총무원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2막] "표절 총장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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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소장 ⓒ 유병문


"3명의 후보 중에 부당 선거 개입 논란으로 2명의 후보가 사퇴했으면 그 원인을 제공한 자승 원장이 입장표명을 하거나 다시 투표 절차를 거쳐야 옳다. 그런데 자승 원장은 강행하려 했다. 이사회가 열릴 때 동국대 총학생회와 대학원 학생회, 총동창회가 반발하면서 사무실 바깥에서 시위했다."

김 소장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이때 보광 스님의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동국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조사결과 보광 스님의 논문 30편 가운데 표절이 2편, 비난 여지가 심각한 중복게재가 3편, 비난 여지가 약한 중복게재가 13편, 허용 가능한 중복게재가 12편에 달한다고 밝혔다. 18편이 사실상 표절로 결론 난 셈이다.

보광 스님 측은 소명기회를 주지 않는 등 표절 심사의 절차를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표절 결정에 따른 보광 스님 징계 안건은 이사회에 상정됐다. 그 뒤 정상적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고 있기에 징계안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동국대 역대 총학생회장과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단은 지난 3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종단 외압을 반대하고 표절 총장을 반대한다"면서 "총장선출 파행은 조계종단 계파 간의 정치적 거래와 논공행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3막] "돌격대, 로봇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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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소장. ⓒ 유병문


3막의 시작은 이 기사 앞부분에 언급했다. 부연하자면 이사장 없이 진행된 저녁 회의 때 7명의 이사는 성타 스님을 임시의장으로 앉힌 뒤에 일면 스님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신임 이사장 일면 스님과 이사장 직무대행 영담 스님이 각각 상대방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보광 총장을 심으려고 무리를 해가며 이사장까지 서둘러 갈아치웠다. 외압에 대한 저항에 이어서 표절총장 문제까지 자승 총무원장이 자기 권력을 총동원해서 마지막으로 발악하고 있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장 선출을 강행한 것은 조급함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13명의 동국대 재단 이사 중에 2명은 임기 만료됐다. 현재 11명의 이사 중 절대적으로 일면 스님을 지지하는 이사가 많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이사장을 선출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불법적으로 이사장을 선출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논공행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자승 스님이 심어놓은 일부 이사들은 돌격대이자 로봇 역할을 했다."

- 일부 이사의 전력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동국대는 종교계에서 세운 대학이다. 다른 대학보다 도덕성이 중요한 덕목이어야 한다. 그런데 간통 전력이 있고 문화재 절도 의혹이 있는 스님, 그리고 룸살롱에 세를 주고 모텔을 운영하는 '모텔 스님'도 있다."

- 간통의 경우 사회법으로 처벌을 받은 사안 아닌가?
"조계종 종헌종법은 공소시효가 없다. 간통하면 무조건 승려 자격을 박탈한다. 문화재를 훔쳐 다른 곳에 갖다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엄청난 죄인데, 종단은 제대로 조사를 안 했다. 그리고 자기 건물 지하 1층을 여성접대부를 고용할 수 있는 제1종 접객업소에 세를 주고 건물 2, 3, 4층은 직접 숙박업소로 영업하는 스님이 있는데, 승려 법 위반이다."

조계종 종책 모임인 삼화도량 소속 종회의원들은 지난 8일 세 명의 이사를 호법부에 고발했다.

- 동국대 이사회 파행의 배후에 자승 원장이 있다고 생각하나?  
"자승 원장은 불교계를 거의 천하통일 했다. 여당 종회(조계종의 국회 격) 의원 수가 3분의 2 이상이어서 개헌선을 넘었다. 24개의 교구 본사 주지 중 20여 개를 자승 원장이 장악하고 있다. 원장의 손에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동국대다. 이번 기회에 자기 사람 몇 자리를 챙길 수 있다. 동대 이사, 동대 정각원장, 병원장과 산하기관장 등이다. 조계종을 수행단체로 생각하지 못하고 권력을 나눠 먹는 집단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송담 스님도 조계종은 더 이상 수행집단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탈종을 선언한 것이다."

- 해외 원정도박, 감금 폭행, 은처(숨겨놓은 아내) 등 불교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탄을 받는 승려는 얼마 되지 않는다. 14000명의 승려 중 100명 정도이다. 그 승려들이 종단의 고위층이라는 게 문제다. 대부분의 스님은 열심히 수행하고 포교를 하는데 도박하고 성매매하고 간통을 한 스님들이 고위층 간부들이기에 조계종 전체가 문제 집단으로 비치고 있다. 제2의 종교개혁을 해야 한다."

- 김 소장의 말처럼 종권을 잡고 있는 스님들이 일부 권력승이라면 그게 가능할 것 같은가?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주장했는데 100년 뒤에 이뤄졌다. 우리의 경우 자승 원장의 임기는 2017년에 끝난다. 대부분 입조심을 하지만 바른불교재가모임이라는 새로운 단체가 결성됐고 삼화도량이라는 종책 모임도 있다. 우군도 많아졌다. 임기 종료 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김 소장은 불교 경전에 나오는 '코삼비의 비구'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부처님은 코삼비라는 지역의 비구들이 서로 싸우고 비방하는 것을 말리다가 지쳐서 다른 지방으로 가버렸다. 그러니까 신도들이 나섰다. 싸움을 중지하고 수행하기 전까지 공양 시주 거부운동을 벌인 것이다. 먹을 게 없는 코삼비의 스님들은 결국 화해했다. 그 뒤에 부처님이 다시 오셨다.

자승 원장이 종단에 이어 동국대까지 장악하려고 싸움을 유발한 것인데, 재가 신도 입장에서 선출 무효 가처분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일부 문제 되는 승려들의 절 앞에 가서 시주거부운동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3막 1장] 법원이 손들어준 '신임 이사장'... '표절 총장' 임명 강행?

지난 4월 14일, 서울중앙지법은 일면 스님과 영담 스님이 각각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심리에서 일면 스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영담 스님의 이사장 직무대행자로서의 직무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일면 스님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한 이사회가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등 절차상 적법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영담 스님이 일면스님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다.

이로써 한 지붕 두 이사장 체제는 마침표를 찍었다.

15일 아침에 김 소장과 짧게 통화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가 아쉽지만 자승 총무원장이 부당하게 학교 문제에 개입해서 파문을 일으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후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반대하는 '표절 총장' 임명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막겠다. 또 3명의 이사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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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소장이 동국대 재단 이사회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있다. ⓒ 유병문


#동국대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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