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한 달만 쓰게 해주면 결혼자금 빌려줄게요"

급전·취업 목적 접근... 보이스피싱 대포 통장에 쓰여

등록 2015.04.16 23:04수정 2015.04.16 23:04
0
원고료로 응원
# 신용이 좋지 않은 이태민(31·가명)씨는 인터넷을 통해 결혼자금을 대출 받으려다가 낭패를 봤다. 금융권 대출을 받기 위해 이씨의 통장이 필요하다는 인터넷 상담사의 말에 속은 것이 화근이 됐다. 이씨는 통장을 퀵서비스로 보냈고, 결국 한 달 뒤 날아온 것은 대출금이 아니라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조사하겠다'는 경찰의 피의자 신분 출석요구서였다.

# 최진심(79·가명)할머니는 청소일을 하기 위해 지역 정보지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업체 관계자는 "근무하려면 월급을 받을 통장을 제출하고, 대기자가 많으니 다섯 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5개월 후 최 할머니는 통장에 있던 300만 원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심지어 통장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돼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대포통장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본인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통장, 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순수하게 급전이 필요하거나 취업 목적으로 통장을 건넨 일반 서민까지 자칫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인천부평경찰서는 최근 자신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 같다거나 은행에서 거래 정지 소식을 듣고 경찰서를 찾는 시민들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서부경찰서도 하루에 2~3명씩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자칫 선량한 피의자가 양성될까 걱정해 언론에 '통장 양도를 조심하라'는 보도자료까지 뿌렸다.


부평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예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초가 되는 것은 관심이므로 최근 수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보이스피싱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범죄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호일보(kihoilbo.co.kr)에도 실렸습니다.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할머니청소 #대출사기 #알바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