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누가 그를 '국보법 위반' 감정했나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무죄 확정... "감정인 대응 방안 검토중"

등록 2015.04.19 16:52수정 2015.04.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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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간디고등학교 최보경 교사(역사). ⓒ 윤성효


누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 감정했을까? 법원 1심, 2심 판사에 이어 대법관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는데, 한 교사의 글과 행적이 이적행위라 감정해 8년간 질긴 법정 싸움을 하도록 한 감정인들은 누구일까?

산청 간디고등학교 최보경 교사(역사)의 국가보안법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 교사는 지난 3월 26일 대법원 3부(재판장 김신, 주심 민일열 대법관)로부터 국가보안법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건이 불거진 지 8년 만이다.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2008년 2월 최 교사의 집과 간디학교 교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최 교사를 소환 조사했으며,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그 해 8월 최 교사를 국가보안법 위반(고무찬양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모두 최 교사 손을 들어주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2단독(박재철 판사)은 2011년 2월 1일,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합의부(재판장 이평근 판사)는 그해 9월 22일 무죄를 선고했다.

10여 건 문제 삼아... 자유민주연구학회 회원들이 감정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조사를 거쳐, 최 교사 기소는 당시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에 근무했던 서정식 검사가 했다. 경찰은 상부 지시에 따라 2003년부터 최 교사의 이메일을 검열하는 등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최 교사가 정리한 간디학교 교재 <역사 배움책>을 문제 삼았고, 최 교사가 전교조와 경남진보연합, 한국진보연대 등 활동을 하면서 주고받은 자료나 소지하고 있었던 자료에 대해서도 이적성이 있다고 보았다. 자료는 모두 10여 건이었다.


최 교사와 관련한 감정은 6명이 했는데, 당시 정원영 공안문제연구소 연구원, 이동호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 유광호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제성호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 소장, 조영기 한반도정책연구소 소장,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이었다.

<8·15교양자료집>에 대해 정원영 연구원은 2003년 8월에 했던 감정에서 "미국의 대북 봉쇄 반대, 북미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의 대남노선과 같고 현 정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여 북한노선을 추종 동조하는 용공 문건"이라 주장했다.

<4·3항쟁을 통해 본 해방과 분단 수업안>에 대해 이동호 조직위원장은 2007년 4월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부정하고 건국을 방해하는 인민항쟁(4·3사건, 여순사건)과 사회주의 노선을 미화하고 정당화한 것"이라 감정했다.

이동호 조직위원장은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총간사, 북한민주화포럼 사무총장, 제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신청 탈락(서대문갑), 이명박 대통령후보 선대위 대외협력단장을 지냈다.

유광호 소장은 <경남진보연합 간담회 자료집>에 대해 2007년 10월 "주한미군철수, 한나라당 집권저지, 국가보안법 철폐, 6·15공동선언 강화 등의 주장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의 대남혁명노선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감정했다.

제성호 상임대표는 <전교조 통일 일꾼 교양자료>에 대해 2006년 5월 "한국을 식민지로 규정, FTA는 제2의 을사늑약 규정, 한미동맹 부정, 전략적 유연성 부정, 6·15공동선언과 자주평화 통일 주장은 반제계급투쟁 선동, 특히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통일 주장은 남한 내 사회혁명을 통해 공산화 통일을 의미한다"고 감정했다.

제성호 상임대표는 당시 중앙대 법대 교수, 자유민주연구학회 회장, 북한민주화포럼 회원, 이명박정부 인권대사,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6·15공동선언 강화 주장, 대한민국 부정" 황당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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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간디고등학교 최보경 교사는 지난 3월 26일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날 제자들이 달려와 축하해 주었다. ⓒ 최보경


<경남진보연합 순회 간담회 자료집>에 대해 홍관희 소장은 2007년 8월 "반미반전, 주한미군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반보수 반한나라당 선동, 평화체제 구축, 자주평화통일은 북한의 주장이므로 결국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의 혁명노선을 찬양 고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홍관희 소장은 <한국진보연대 출범식 해설 자료집>에 대해 2007년 10월 "한국진보연대 강령 등에서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자주통일과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해체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을 정당화하고 찬양고무하는 것"이라고 감정했다.

홍 소장은 재향군인회 안보교수와 제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 신청,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국방안보분과 위원, 나라사랑국민협의회 안보위원회 회장을 지냈다.

북한민주화포럼 회원과 자유민주연구학회 부회장을 지낸 조영기 소장은 <경남진보연합 15차 집행위 회의 자료>에 대해 2007년 10월 "경남진보연합에서 말하는 진보는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보수반동으로 매도하고 있다, 자주민주통일은 북한을 추종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란 인민민주주의를 말한다, 결국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며 이적성이 있다고 했다.

또 조영기 소장은 <조국통일 3대 헌장>에 대해 2008년 3월 "범민련은 남한체제를 부정, 북의 대남노선 동조하여 적화혁명을 위한 조직이며 3대헌장은 적화통일을 위한 전략이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감정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약속실천위 위원장을 지낸 김광동 원장은 <경남진보연합 5차 대표자회의 자료집>에 대해 2007년 10월 "FTA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철수 주장하고 동맹국인 미국을 부정하며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문건은 북한 김정일 수령 독재적 공산전체주의 유지와 옹호라는 목적에서 작성되었다"고 감정했다.

<간디학교 역사배움책-현대사>에 대해서는 유광호 소장이 2008년 6월 감정했는데, 최 교사에 대해 "주체사상을 수용하여 정당화하고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역사교육은 반제국주의 투쟁이 되어야 하고, 미군의 점령군, 소련은 해방구이라 했다"고 하면서 "미군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제기하여 역사학도로서 균형감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의 대남혁명론을 수용하여 정당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이적성 없다"... 최보경 "감정인에 경종 울려야"

이런 감정을 근거로 검찰은 기소를 했던 것이다. 일부 감정인들은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고, 나머지 일부는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출석하지 않아 과태료 부과받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1심과 항소심 판사에 이어 대법관들도 최보경 교사의 글과 행적에 대해 이적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각 표현물의 경우, 반미·반전과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이적단체의 합법화 등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부분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각 표현물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이 담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표현물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더라도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과거 활동내용과 전과, 표현물의 입수와 보관경위, 이적단체 가입 여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최보경 교사는 1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저에 대해 감정했던 사람들은 모두 자유민주연구학회 회원들이었다"며 "국가보안법 무죄 확정 뒤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더라, 제2, 제3의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감정인에 대해 어떻게든 대응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민주연구학회 회원들이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감정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저의 글과 활동을 그분들의 입장에서 평가했겠지만 민주주의와 인권, 통일 문제까지 그 분들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생각에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국가보안법 #최보경 교사 #자유민주연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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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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