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혁명 이루려면 '100년의 노고' 있어야

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 사월혁명상 수상식 참관기

등록 2015.04.20 13:59수정 2015.04.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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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혁명상 수상식 제24회 사월혁명상을 수상한 신상철 <진실의길> 대표가 김시현 사월혁명회 이사장(좌측), 정동익 상임의장(우측)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 최진섭


사월혁명회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하는 옛 직장 동료에게 메일이 왔다. 4월 17일 ,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사월혁명상 수상식' 이 열리니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다. 올해의 사월혁명상 수상자 이름을 보니 인터넷 신문 <진실의 길> 신상철 대표였다. 천안함 사건에 관심이 많은 나는 신상철 대표가 쓴 <천안함은 좌초입니다>라는 책을 탐독했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국방부, 해군 관련자들에게 고소당한 신상철 대표의 재판을 서초동 법원에서 방청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1심 재판만 5년째 받고 있는 중이다. 사월혁명회 회원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갈 자리는 아니었지만, 사월혁명회 분위기도 느껴보고, 신상철 대표도 만나볼 겸 수상식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월혁명은 절대선, 박정희는 절대악'

돌이켜보니 4월 혁명 관련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수십 년만의 일이었다. 1980년대에 대학 다닐 때 참석한 4.19 집회는 의례적인 기념식 정도로 여겼다. 당시 대학가의 주요 투쟁은 광주항쟁 계승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아마도 5월 광주항쟁이 없었다면, 4월 혁명 기념집회가 가장 정치적인 수위가 높은 집회였을 것이다.

1980년 광주항쟁이 발생하기 전 내 머릿속에는 4.19가 꽉 차있었다. 고2 때 헌챙방에서 구해 읽은 <4월혁명 1주기 기념문집>이 미친 영향 때문이었다.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기 직전에 발간된 책이라 4월 혁명의 전개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여러 단체의 성명서가 실려 있었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나갈 때마다 온몸이 전율하고, 피가 역류하던 느낌이 생생하다. 이 책을 읽은 뒤로 4월 혁명은 내게 절대선이었고, 그것을 뒤엎은 박정희는 절대악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4월 혁명 생각하면 피가 역류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4.19는 의례적인 기념일로만 다가왔다. 헌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4월 혁명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떠올려보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것은 아마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권, 독재자 박정희 흉내 내는 정권이 들어섰다는 판단 때문이 아닌가 싶다. 55년 전 4월 혁명의 주체가 이루려 했던 민주주의, 평화통일, 반외세의 과제가 다시금 현실적 과제로 다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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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혁명 정신으로 4월혁명 55주년 기념식에서 사월혁명회는 '4월 혁명 정신으로 유신독재 심판하자'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우측은 사회를 본 정병호 사월혁명회 정책위원장. ⓒ 최진섭


"제2의 유신정권 끌어내려야"

4월 17일 오후 3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의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백여 석의 자리는 이미 꽉 차 있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수십 명의 참석자들은 행사장 밖에서 수상식을 지켜봐야 했다. 상당수의 참석자는 연배가 꽤 들어 보였다. 1960년 4월 혁명의 주역들이 당시 20대 초반이었다면, 55년이 지난 지금은 70대 중후반의 나이쯤 됐을 것이다.


정병호 사월혁명회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시작한 수상식의 첫 번째 순서는 정동익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의 인사말이었다. 동아투위 출신의 정 의장은 '제2의 유신정권'을 끌어내리자고 했다.

"관권부정선거 주도한 이명박을 구속시켜야 한다. 부정선거로 집권한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 4월 혁명 정신으로 제2의 유신정권 사퇴시키는 것 다짐하는 자리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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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에 죽고 참에 살자 사월혁명상을 수상하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 상패에는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글이 적혀 있다. ⓒ 최진섭


이어서 안현수 사월혁명회 공동의장이 '4월혁명 정신으로 유신독재 심판하자'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정당성 없는 박근혜 정권은 국가기관의 총체적 부정선거 진상을 밝히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내란음모 사건으로 물타기 했고,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을 강행하였다...... 유신독재의 부활을 기필코 저지하고, 분단 70년의 통한의 역사를 끝장낼 수 있도록 자주 민주 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가자."

다음 순서는 함세웅 신부의 연대사였다. 함 신부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만든 <100년 전쟁>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민족정신 바로 세우려면 '100년의 노고'가 있어야 함을 역설했다.

"70년 동안 분단인데, 아직도 30년은 더 노력해야 한다. 4.19가 55주년인데, 45년을 더 싸워야 한다."

'100년의 노고'가 있어야

세상 일이 쉽게 되는 일이 없음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더군다나 '미완의 혁명'이라 불리는 4월 혁명의 상대는 세계 최강의 군사, 경제 대국인 미국을 후원자로 둔 세력 아닌가? 함 신부의 연대사에 이어 사월혁명회 양재혁 전 공동의장이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양 전 공동의장은 "투철한 시대정신과 진실을 찾기 위한 헌신적 활동을 일관되게 이어온 것이 가장 크게 고려"되어 사월혁명상 심사위원 전원회의에서 신상철 대표를 제24회 사월혁명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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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신정권 끌어내려야 2015년 4월 1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4월혁명 55주년 기념식에서 사월혁명회 회원들은 관권 부정선거로 집권한 박근혜 정권을 제2의 유신정권으로 규정하고, 정권 퇴진을 주장했다. ⓒ 최진섭


제24회 사월혁명상 수상자인 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는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는 글자가 새겨진 상패와 상장을 받았다. 상패는 사월혁명회 회원인 심정수 조각가 작품이다. 상장에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세월호 참사, 그리고 18대 대통령 부정선거 진실규명을 위해 헌신적으로 사월혁명 정신을 실천하였기에 사월혁명상을 드린다"라고 쓰여 있었다. 신 대표는 수상소감을 통해 "나와 고통을 함께했던 우리 동료들이나 가족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의 의지를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천안함 사건 재판은) 고소고발을 당한 고인은 재판을 하고 싶어 안달이고 고발한 사람들은 도망다니는 희한한 재판이다. 천안함 사건은 분명히 패악한 정권과 조작과 왜곡을 한 집단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패악한 정권의 무덤이 될 것"

수상식이 끝난 뒤에는 '미완의 혁명'을 계승한다는 뜻을 담아 한국청년연대 정종성 공동 대표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 김한성(전남대 총학생회장)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김한성 의장이 "관권 부정선거의 책임을 끝까지 묻고, 대선자금비리의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대학생들부터 4월 혁명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겠습니다"라고 결의문을 발표한 뒤, 이창복 6.15공동위원회 상임대표의 "4월혁명 만세!" 삼창 선창으로 사월혁명상 시상 및 4월 혁명 55주년 기념행사가 마무리됐다.

4월혁명 55주년 기념식을 마치고 정동길을 걸으며 학교다닐 때 즐겨불렀던 <진달래> (이영도 시/ 한태근 작곡)를 읊조려봤다. 4월 혁명이 끝나지 않은 혁명이라 그런가, 이 노래는 흘러간 옛노래로 들리지 않았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묏등마다/그날 스러져간 눈물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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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세월호 참사, 그리고 18대 대통령 부정선거 진실규명을 위해 헌신적으로 사월혁명 정신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월혁명상을 수상했다. ⓒ 최진섭


사월혁명상 수상자 - 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 이력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2년 한국해양대학 항해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해군 소위로 임관, 1984년 중위로 전역했다.

1984년 대한선주(현 한진해운)에 입사하여 컨테이너선 항해사, 삼성조선소(거제) 신조선 파견 감독,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곡업) 파견 수석 감독으로 일했으며, 1992년에 대한조선공사를 퇴사하면서 조선해운업계를 떠났다.

1992년 의료법인 한솔의료재단 산하 의료 기관에 입사하여 1999년까지 전산실장, 심사과장, 기획실장 등으로 일했다. 그 기간에 마산대학 보건행정과 겸임교수로서 병원전산학, 원무 관리, 의료보험청구 등을 강의했다.

1999~2004년에는 병원전산시스템 관련 사업 및 IT사업에 뛰어들어 부산, 경남 일대 10여 개 병원의 전산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코리아닷컴과 서울닷컴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02년부터는 인터넷신문 <서프라이즈> 및 조인스닷컴 논객으로 활동했으며, 2004년에는 <서프라이즈> 사업본부장, 2006년에는 <서프라이즈>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고 직후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천안함 사고 조사에 참여한 이루 지금까지 천안함 사고 진실 규명에 전념하고 있다. 2011년부터 인터넷언론 <진실의 길>을 창립하여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상철 #사월혁명회 #사월혁명상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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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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