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인천공장 신규투자 말뿐?

노조 "장기 전망 없는 근시안적 대안 필요 없어"

등록 2015.04.22 14:56수정 2015.04.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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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철강회사로 성장한 현대제철을 잉태하고 키운 인천공장에 본사가 약 3000억 원의 신규투자를 약속했지만, 구체적 생산품목 등을 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져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13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용불안에 반발해온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인천지회(이하 인천지회)를 달래기 위해 신규투자 계획을 4월 안으로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인천공장의 주강(주조)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잉곳을 생산하던 40·50톤 전기로 폐쇄 우려가 가시화된 후 나왔다(관련기사 :'현대제철, 18년 만에 인천공장 신규투자 약속').

인천지회는 지난해 말부터 '신규투자 없는 인천공장의 구조조정을 규탄한다'며 반발해왔다. 회사가 인천공장의 발전 전망을 내놓지 않을 경우 주총을 막겠다는 등의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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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인천공장.<사진 : 현대제철 홈페이지> ⓒ 한만송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승계 핵심 고리 '현대제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현대제철의 주총이 노조의 반발로 무산될 경우 정 부회장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서인지, 현대제철 인천공장 신규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18년 동안 인천공장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품질·경영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2010년 충남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완공했다. 여기서 생산한 쇠로 자동차를 만들고, 또 폐기한 자동차로 철강을 생산하는 '자원순환구조'를 완성했다. 이는 자동차와 제철이 핵심 축을 이루고 있는 현대차그룹에서 정 부회장의 존재감을 확인해준다고 볼 수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8일 현대하이스코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자동차용 강판과 고부가가치 파이프 제품을 생산하는 철강업체로, 냉간 압연·압출 제품을 제조한다. 이 현대하이스코와 합병을 완료하면, 현대제철은 자산 31조 원, 매출 20조 원으로 세계 10위권 종합철강회사로 성장한다.


현대하이스코의 최대 주주는 현대차로, 지분 29.37%를 가지고 있다. 기아차가 15.65%,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0%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최대 주주는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기아차(19.78%)이다. 정몽구 회장 11.84%, 현대차 7.87%, 현대하이스코 2.29%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지분 1.78%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3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을, 지난해 동부특수강을 각각 인수해 특수강 시장 2위로 부상했다. SPP율촌에너지도 인수해 국내 최대 단조제품 생산업체가 됐다.

인수·합병 등으로 몸집이 커진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안에서 자동차 다음으로 큰 사업체가 됐다. 정 부회장이 주요 임원으로 있었던 현대차·기아차에 이어 현대제철도 매출이 늘어나면서, 정 부회장은 경영승계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게 됐다.

특히 현대제철은 정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의 직접 지휘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철강 산업에 진출한 후 현대제철의 전신인 인천제철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대형 공장을 잇달아 건설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한편, 대형 구조물 골조로 사용하는 H형강을 국내 업체 최초로 생산하는 등, 기술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 2000년 삼미특수강,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 지분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제철의 합병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로 이어진다.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면 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된다.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하이스코의 지분이 현대제철 지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엔지니어링 11.7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 5.66%를 가지고 있고,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의 지분이 많은 곳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이 없지만,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오 현대모비스가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모비스 지분을 블록 딜(Block Deal: 다량 매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규투자 생산 품목은 뭐? "근시안적 대안 필요 없어"

이러한 흐름 속에서 회사가 인천지회에 30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약속했지만, 인천공장의 구체적 생산품목을 정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인천지회에 판재류 등 고부가가치 제품과 단조 부문 연구개발(R&D), PO(=자동차 강판 산화 방지 등의 작업)생산라인 구축 등을 제안했다. 구체적 생산 품목은 경쟁업체 동향과 세계 경제 흐름 등을 파악해 4월 말까지 제시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21일 현재까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회는 시간이 촉박하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밝힌 신규투자 내용이 3000억원 규모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알루미늄 강판을 생산할 경우 1조 5000억원에서 2조원을 투자해야하고, 스테인리스 상공정은 8000억원에서 1조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단조 부문 연구개발(R&D)의 경우 순천에 단조 공장이 있어 경쟁력이 낮고, PO생산라인 구축도 당진 공장이 더 경쟁력 있다는 게 인천지회의 의견이다.

현대제철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사람은 "SPP율촌에너지를 1000억원 대에 인수한 현대제철이 인천공장에 3000억원 신규투자를 약속했지만, 인천공장의 장기 발전 전망을 고려한 속에서 품목을 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지회 관계자는 "현대제철을 낳고 키운 인천공장에 18년 동안 제대로 투자하지 않다가 갑자기 30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 내용을 4월까지 밝히겠다고 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인천공장의 장기 발전 전망 속에서 근본적 대안을 내와야한다. 근시안적 대안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TF팀이 구성되어 비전 수립과 함께, 구체적 품목 등을 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회사 내부로 사고도 있어, 안전관련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늦춰진 거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모비스 #정몽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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