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물대포 등장... 경찰, 교통혼잡 유도했나?

[현장] 4.24 민주노총 총파업 3천명 행진... 범어네거리서 물대포·최루액 살포

등록 2015.04.24 20:16수정 2015.04.2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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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4일 오후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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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범어네거리에 모인 가운데 경찰이 불법 집회라며 물대포를 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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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향해 경찰이 캡사이신을 쏘고 있다. ⓒ 조정훈


대구에서도 처음으로 물대포가 등장했다. 경찰은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캡사이신(최루액)을 살포했다. 이들의 대치로 범어네거리의 교통이 한 시간가량 마비됐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노동시장 구조개악 반대와 공적연금 개악반대,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등을 내걸고 24일 오후 2시부터 거리행진을 한 뒤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범어네거리에서 이들의 행진을 막았고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3000여 명은 3시 20분부터 경찰과 대치하면서 도로가 완전히 마비됐다. 경찰은 이들의 행진이 불법집회라며 해산하라는 방송을 계속해서 내보냈다.

경찰이 일부 노동자들을 에워싸자 다른 노동자들이 경찰을 에워싸고 비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행진을 막았다며 당초 장소인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이 아닌 범어네거리에서 결의대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3시 40분부터 "해산하지 않으면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살포하겠다"는 방송을 하고 3시 49분에는 "해산하지 않으면 불법집회 혐의로 체포하겠다"는 3차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경찰이 오히려 행진을 막고 있다"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민중의례를 마친 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장동원씨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경찰이 물대포를 살포했다. 도로에 앉아 있던 노동자들은 황급히 일어나 물대포를 피하려 했지만 무장한 경찰이 압박하면서 물대포를 쏘아대자 허둥대기도 했다.


"정당한 총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더니 평화행진을 폭력으로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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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투쟁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24일 오후 범어네거리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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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대구지역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24일 오후 2시부부터 반월당에서 범어네거리까지 행진하고 있다. ⓒ 조정훈


일부에서는 경찰과 노조원들의 충돌이 빚어지면서 경찰이 캡사이신을 살포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들에게도 캡사이신이 살포됐다. 흥분한 노동자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라고 구호를 외쳤고 일부 참가자들은 "근거리에서 물대포를 쏘는 것은 살인행위"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과 노동자들이 뒤엉키면서 범어네거리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교통경찰의 신호에 따라 범어네거리로 진입하던 차량 한 대를 흥분한 일부 노동자들이 막다가 차량 앞 유리가 파손되기도 했다.

약 40분 후 경찰이 물러나면서 결의대회는 다시 시작됐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장동원씨는 "국민 600만 명이 서명해 특별법을 만들었지만 정부가 다 뜯어고쳐 누더기가 됐다"며 "우리는 돈도 필요없고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우리의 아이들이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정당한 총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더니 평화로운 행진을 경찰이 물대포와 폭력으로 막아섰다"며 "총파업은 오늘 하루가 아닌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이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려 하는 것은 진실이 밝혀지면 정권이 무너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을 찬탈한 정권, 무능한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키자"고 힘주어 말했다.

임성열 본부장의 발언을 끝으로 범어네거리에서의 결의대회는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하지만 경찰과의 대치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 시민은 "경찰이 길을 터주었으면 이렇게 혼잡스럽지 않았을 텐데 일부러 빌미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있는데 물대포를 쏘고 최루액을 살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불법점거 주최 측과 주동자들, 검거해 처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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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24일 오후 반월당에서 범어네거리까지 행진하는 도중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자 한 시민이 유인물을 받아 유심히 읽어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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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비방 유인물과 퇴진을 촉구하는 유인물들이 총파업 참가자들에 의해 24일 오후 길거리에 뿌려졌다. ⓒ 조정훈


한편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반월당네거리와 경대병원역, 수성교 옆 둔치, 대구노동청, 대구상공회의소 등에서 동시다발로 거리행진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행진을 하면서 "진실을 인양하라", "최저임금 1만 원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고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뿌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유인물이 지하철역과 도로에 뿌려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14개 중대 1000여 명을 동원해 민주노총의 결의대회에 대비했으나 노동자들과의 충돌로 1명의 경찰관이 오른쪽 눈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범어네거리를 불법 점거한 부분에 대해 검거전담반을 구성해 주최 측과 주동자들을 검거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물대포는 대구에서 처음 사용했고 캡사이신은 지난 2013년 공무원노조 집회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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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 앞유리에 끼워진 박근혜정권 퇴진촉구 유인물. ⓒ 조정훈


#총파업 #민주노총 대구본부 #범어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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