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사면 논란' 물타기? 보수언론들의 놀라운 배짱

거대 게이트인 '성완종 리스트' 진실 밝혀야... 재보궐 결과에 이목 집중

등록 2015.04.25 19:38수정 2015.04.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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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 유성호


죽은 성완종씨에게서 나온 '56자 리스트'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10일이었다. 그것은 고인이 목숨과 바꾼 최후의 폭로였다. 8명의 명단, 7명은 친박의 핵심이었고 나머지 1명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였다. 박근혜 정부의 2인자인 현직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비서실장 3명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다른 친박 정치인들 역시 경선∙대선캠프의 핵심인사였다. 그 7명이 곧 박근혜 정권이었다.

리스트가 공개된 지 보름이 지났다.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리스트의 8인은 각각 해명했다. 아직 <경향신문>의 녹취록이 어느 정도로 구체적이었는지 그들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동향이지만 안 친했다(이완구 측)"에서부터 "내게 금품을 줄 이유가 없다(홍준표)" 등 해명이라기 보다는 '반박'에 가까웠다. 성씨의 녹취록이 공개됐고, 그것을 단초로 실세들의 반박은 무력화됐다.

그 사이 많은 내용들이 공개됐다. 당당하게 무관함을 주장했던 이완구 총리는 '비타500' 상자에 무너졌다. 그는 1년 동안 성완종씨와 217차례 전화통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지난 21일 사임의사를 밝혔다.

'박근혜의 남자'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행적에도 의혹이 커져간다. 처음에는 리스트 옆에 기록된 날짜를 언급하며 적극 반박했지만 그의 알리바이는 <경향신문>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허물어졌다. 처음의 적극적 해명 태도와는 달리 현재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으로 위기에 몰리는 듯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랜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구지역을 방문해 '빨리 모든 것이 정리돼 안정되기를'이란 덕담을 던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예전의 책사였던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연일 언론에 등장해 "박 대통령 리더십 사실상 거의 와해됐다"거나 "(박 대통령이) 인사를 못하는 대통령이니까 많은 지지세력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집권말기식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의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공공연하게 레임덕이란 단어가 회자됐다. 집권 3년차, 아직 권력의 반환점도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일이다.


갑자기 부각된 '성완종 2007년말 특별사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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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부각된 성씨 사면논란 4.29 재보궐선거 막판에 터져나온 성완종씨 사면논란.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 4월 23일자 ⓒ 동아일보PDF


살아있는 권력이 표적이 된 시점, 재미있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갑자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야당 대표를 향해 큰 소리를 치고 있고,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의 보도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12월 31일 단행된 노무현 정부 마지막 특별사면에 성완종이란 이름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을 가지고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친노'를 향해 "해명하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처음 '성완종 특별사면'을 문제삼은 것은 야당 탈당파(국민모임) 측이었다.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 측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정점을 향해 가던 지난 13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기업인이 한 정권에서 두 번씩이나 특별사면 혜택을 받았다'며 참여정부의 핵심실세였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조사대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문 대표는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기자들에게 "우리 기자님들, 돈 받은 데 가서 취재하세요, 이렇게 엉뚱한 사람 따라다니지 마시고"라고 대응했다. 그의 대응은 법리적으로 정확했다. '성완종 리스트'가 가진 폭발력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기업인과 정치인이 돈을 주고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 범죄에 해당한다.

반면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 동의도 요구하지 않는 헌법상 고유권한이다. 역대 정부는 모두 여러 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고 그때마다 사면의 적절성은 문제가 됐다. 비판여론이 잠시 일긴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실정법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완종 특별사면 주체가 다소 애매하다. 참여정부와 MB인수위가 묘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행담도 비리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을 받던 성완종씨는 항소심 직후 상고를 포기했다. 이것이 2007년 11월말의 일이다. 그리고 한달 후인 12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 특별사면 리스트에 성완종이라는 이름이 포함돼 있다.

성씨가 상고를 포기하고 특사를 받은 사이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노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은 12월 28일 회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성완종씨가 사면리스트에 포함됐다는 것이 참여정부 측 인사들의 주장이다. 즉, MB 측에 물어보라는 것이다.

여러 정황은 MB 측에 궁금증을 갖도록 만든다. 성완종씨는 2007년 12월 31일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선정됐다. 그는 당선자의 184명 인수위원 중 한 명으로 임명된 것이다. '과학비즈니스TM 벨트 T/F'의 2명 자문위원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다른 한 명은 서울대 자연대학장이었다.

당시 당선자의 인수위원회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역시 '핵심인사가 성씨의 인수위원 여러 번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보도가 나가자 이상득 전 의원은 "성 회장이 뭐가 중요하다고 내가 개입했겠나"고 반박했다.

<조선><동아>가 집중하는 성씨 사면논란, 박근혜 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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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으로 닥친 '초박빙' 재보궐선거 선거결과에 따른 예상결과를 비교한 4월 25일자 <조선일보>. 새누리당이 전패한다면 화난 의원들의 표적은 어디를 향하게 될까. ⓒ 조선일보PDF


이완구가 총리직 사의를 밝힌 것은 '성완종 리스트' 때문이다.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성완종 리스트인데 최근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 지면에는 그와 비슷한 분량으로 2007년 12월말 '성완종 사면' 주체 논란이 게재돼 있다. 현 권력의 심장을 겨냥한 망자의 폭로와 8년 전 일을 대등하게 다루는 <조선><동아> 등의 배짱이 놀랍다.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면 진실을 밝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급성과 중요성이 다르다. 성완종 리스트는 총리와 비서실장 등이 연루된 거대 게이트다. 지금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실체를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반면, 8년 전 '사면논란'은 새롭게 밝혀질 증거가 무엇이 있으며, 사면주체가 밝혀지면 그후에는 무엇이 남아 있는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레임덕을 설명하는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레임덕을 확인하는 충분조건은 대통령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하는 '선거결과'다. 4∙29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큰 표차로 앞서 나가던 새누리당의 관악을 후보와 인천 서∙강화을 후보가 '초박빙' 접전지역으로 접어들었다. 성남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여러 조사기관은 분석하고 있다.

'최소 3곳'을 기대한다는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한다면 그것은 '성완종 리스트', 즉 현 정부탓이다. 이반된 민심의 실체가 확인되면 내년 총선을 승리하기 위한 또 다른 쇄신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터져나올 것이다. 세월호 참사도 힘겹게 넘어왔고, 십상시 문건 등도 어렵게 넘어온 박 대통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집권 3년차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임기 1년의 의원 4명을 뽑는 선거이나, 그 결과에 따라서는 정국에 일대 파란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2007년말 사면논란의 물타기가 먹혀들어갈지, 그 결과는 이제 나흘 후면 확인할 수 있다.
#성완종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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