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 취하려는 지역언론과 타협하지 않았다"

[인터뷰 ①] 취임 10개월 맞은 김윤식 시흥시장

등록 2015.04.29 15:09수정 2015.04.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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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시흥시장 ⓒ 시흥시청


"세월호가 대한민국 세월호 참사였다면 그 이후에 보이는 일련의 모습은 '대한민국호의 참사'인 것 같아요. 세월이 가면 잊히는 게 아닌데, 왜들 그러는 건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3선 시장으로 당선, 마지막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시흥시의 지방자치는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초대부터 민선 4기 시장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뇌물수수 등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거나, 채운 경우에도 임기가 끝난 뒤에 처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김 시장은 그런 시흥의 부끄러운 역사를 깼다. 2009년 4월, 전임시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고 재선을 거쳐 3선 시장이 됐다. 3선이지만 김 시장의 임기는 전부 9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김 시장은 '짝퉁 3선'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김 시장은 취임 이후, 언론개혁 정책을 추진해 시흥시의 언론 지형을 변화시키면서 주목받아 왔다. 김 시장이 언론개혁 정책을 추진할 때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경기도 내의 몇몇 자치단체가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단 한 곳도 나서지 않았다. 그렇지만 김 시장은 뚝심 있게 밀어붙여 기자실을 없애는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김 시장은 시흥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교육특구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를 추진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개교가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김 시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서울대와 시흥시가 배곧신도시 아파트 등을 사기 분양한 게 된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예정대로 2018년에 개교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취임 10개월... 김윤식 시흥시장이 조급한 이유

지난 23일, 김윤식 시장을 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양복 깃에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는 김 시장은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가 리본을 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말을 듣고 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시장과 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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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시흥시장 ⓒ 시흥시청


- 취임 10개월입니다. 3선 시장으로 마지막 임기라서 느낌이 특별할 것 같은데 소감을 밝혀주세요.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적지 않으니 새로운 것을 하지 말고 '살살 하자'는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집니다. 사람이 아무래도 경험이 쌓이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많이 들리잖아요. 그래서 우리 조직의 상태나 저에게 주어진 시간의 범위를 고려하면서 (일을) 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일 욕심을 내게 되네요."

- 3선이지만, 실제 임기가 9년밖에 안 되는 '짝퉁시장'이라서 아쉬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단체장은 중임(재선)만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휴식과 충전이 거의 없는 생활을 하잖아요. 토요일과 일요일은 행사에 많이 다녀야 하고. 한 사람이 가진 문제의식이나 에너지는 한계가 있잖아요? 12년(3선)을 한 사람이 열정을 다해서 뛰는 것도 좋지만 8년 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새롭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4년은 뭔가를 하기에 좀 짧지요."

하지만 걱정은 있다. 김 시장은 2009년 취임 이후 사회적 경제, 복지 강화, 교육 지원, 언론 개혁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고 성과를 이뤄냈다. 문제는 시장이 바뀌면 그 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장이 바뀌면 전임 시장이 했던 것을 지우고, 없애는 정치문화가 있어요. 제가 조급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그런 것이거든요. 이 부분은 적어도 이만큼은 끌어놔야 다음에 사람이 바뀌어도 무너지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건 욕심이라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것이죠. 다수가 공감하고 일정 정도 세력화가 되면 (지금까지 해온 것을) 쉽게 못 무너뜨리니까 거기까지는 해놔야 한다, 이러는 거죠."


김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 소속 자치단체장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나 일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면서 "민선 5기와 민선 6기에 당선된 새정치연합 단체장들은 사회적 경제, 복지강화, 교육지원 등을 통해 우리 사회 밑변의 변화를 만들어 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시장이 바뀌면 이런 긍정적인 변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김 시장의 생각이다. 물론 같은 정당 소속 단체장이 당선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임시장 그림자 지우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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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시흥시장 ⓒ 시흥시청


- 전임시장이 했다고 잘했든 못했든 무조건 지우기에 나서면 안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죠. 그게 8년(재선)도 불안해 12년(3선) 정도 해야 하나라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논리인데, 그런 정치문화가 달라진다면 단체장은 중임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휴식과 충전 없이 방전만 하게 되니까요."

- 시장님은 2009년 취임 이후 과감하게 언론개혁 정책을 추진, 주목을 받았습니다. 성과도 있지만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시장 취임 당시, 몇몇 지역 언론이 시와 지역사회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습니다. 보도를 핑계 삼아 각종 인허가와 행정처분 등에 개입하고, 공무원 인사까지 관여하면서 폐해가 한둘이 아니었죠. '언론 길들이기'다, '언론 탄압'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언론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것이죠."

시흥시의 언론개혁 정책은 김 시장과 함께 이를 추진했던 우정욱 시민소통담당관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이 김 시장의 설명이다. 우 담당관은 2010년, 공보정책담당관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지역 언론의 폐해와 맞닥뜨렸다. 이후, 김 시장과 우 담당관은 언론개혁이 우선되지 않으면 시흥의 지방자치 발전은 없다는 것에 공감, 과감하게 언론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사사로운 이익 취하는 언론과 타협 안 돼"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행정광고와 고시광고, 신문 구독이 중단된 일부 지방지 기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협박과 회유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일부 언론에서는 김 시장을 향한 의도적인 흠집 내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김 시장은 단호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당선에 영향을 주려는 불순한 목적을 갖고 허위, 왜곡기사를 썼어요. 어렵고 힘든 과정이 많았지만, 언론의 자유라는 원칙 뒤에 숨어서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언론과 타협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시장은 퇴임 이후 이 기조가 무너질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나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 등은 시민 역량이 강화되고, 세력화가 되면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언론개혁은 단체장의 의지와 공무원들의 동조가 없으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시민들이 나서서 시장에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고, 또 우 담당관처럼 불이익을 감수하고 맞서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김 시장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건전한 지역 언론 육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라는 게 김 시장의 생각이다.

"건강한 의식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지역 언론을 만들고 운영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필요하겠죠."

[김윤식 시흥시장 인터뷰②] 로 이어집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김윤식 #시흥시장 #언론개혁 #지방자치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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