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터져나오는데도... '성완종 리스트' 수사 지지부진

'수사 대상 1호' 감감무소식... '4·29 재보선 의식하나' 우려도

등록 2015.04.26 20:53수정 2015.04.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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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을 해명하려고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 때문일까? '성완종 리스트' 수사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고 있다. 리스트 관련 의혹이 쉼없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당사자들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상태다.

26일로 출범 2주째를 맞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수사 방향을 크게 ▲ 성완종 리스트를 기초로 한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장부' 등 주요 증거 인멸·은폐 시도로 나눴다. 이 가운데 증거 인멸·은폐 시도 수사는 성완종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을 구속하는 등 나름 속도가 붙고 있다(관련기사 :'성완종 최측근' 2명, 긴급체포-구속 방침).

문제는 이 사건의 핵심인 '성완종 리스트' 수사다. 리스트의 존재가 드러난 4월 10일 열린 대검 간부회의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성완종 리스트가 쓰인) 메모지의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라"며 수사를 독려했다. 이틀 뒤에는 특별수사팀을 출범시켰다. 특수통에, 직급이나 기수로도 밀리지 않을 문무일 팀장을 대전에서 불러올 정도로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수사팀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수사 대상 1호'는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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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4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찌감치 '수사 대상 1호'로 꼽혔던 홍준표 지사를 봐도 조용하다. 성완종 전 회장은 사망 직전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 등에서 "2011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때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배달부'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목했고, 윤 전 부사장은 이 일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계좌 추적 결과 돈의 흐름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성완종 리스트' 수사 1호는 홍준표 지사?).

홍 지사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은 점점 번져가고 있다. 최근에는 홍 지사의 측근들이 윤 전 부사장을 만나거나 전화 통화로 회유를 시도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관련 기사 : 홍준표 측근, 돈 전달자 회유 의혹... 홍 "회유는 과하다").

26일 오후 수사팀 관계자를 만난 기자들은 이 일을 두고 '홍준표 1억 수수설'의 주요 증거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거듭 '원론'만 강조했다.

"증거법상 가치가 높은 증거가 무엇인지, 어떤 증거를 시급히 확보할 것인지를 두고 여러 의견과 걱정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저희들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하루 속히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냐, 수사팀이 어떻게 해야 빨리 (진상을) 밝힐 수 있느냐를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

그는 리스트 속 또 다른 주요 인물, 이완구 총리의 수사 상황을 두고도 말을 아꼈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때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귀국 직후 그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이 수사팀 관계자는 이완구 총리의 사표 수리 이후 이 총리의 소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수사팀은 수사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사 논리대로만 가겠다"는 말로 즉답을 피해갔다. 다만 "수사팀 나름의 일정대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자리 맴도는 수사, 말 아끼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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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퇴 압박을 받던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완구 국무총리. 그는 4월 20일자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 남소연


그러나 검찰의 해명을 수긍하기에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 속도가 너무 더디다. 연일 의혹이 터져 나온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지사 주변도 조용하지만 김기춘·허태열 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은 수사의 가닥조차 보이지 않는다.

여야 모두 원칙적으로 특별검사제 도입 찬성 뜻을 밝힌 만큼, 검찰로선 하루 속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수사는 여전히 기초단계다. 26일 수사팀 관계자는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어떤 분이 (혐의가) 유력한지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주라는 시간은 기초수사 하는 데에 좀 길긴 하다"며 "(이번 수사의) 첫 구속자가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성완종 전 회장 쪽에서 나온 점도 께름칙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검찰이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며 "(수사팀이) 그렇게 특정시점을 고려하다보면 타이밍도 놓치고 여론도 나빠져 죽어라 수사하고도 비난 받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가 이제 본 궤도(성완종 리스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성완종 #홍준표 #이완구 #박근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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