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심판? 야당 자격 있나"
"여당보단 야당인데 왜 2명 나왔나"

[4·29 재보선 현장- 관악을] 27년 야당 텃밭 보이지 않는 표심

등록 2015.04.26 21:42수정 2015.04.27 09:29
21
원고료로 응원
a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들의 현수막이 관악구 도림천에 내걸려 있다. ⓒ 남소연


# 장면 1. 빨간 모자를 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도림천을 걸어가면서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남편과 산책을 하던 중년 아주머니가 반갑게 그와 악수했다.

# 장면 2. 유세차에 오른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완구 국무총리와 다른 정의로운 사람, 기호 2번 정태호가 필요하다"라고 외쳤다. 난곡 세이브마트 앞을 빼곡히 메운 지지자들이 "정태호"를 연호했다.

# 장면 3. 고시촌에 정동영 국민모임(무소속) 후보가 등장했다. 선거운동원들이 '여당이나 야당이나 도찐개찐'을 외치고 있던 중이었다. 정 후보는 그를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투표일을 3일 앞둔 26일.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오신환·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무소속 정동영 후보가 마지막 주말 유세를 벌였다. 27년간 야당의 텃밭이었던 곳이지만 아직 표심은 그 누구에게도 쏠려 있지 않았다. 정태호·정동영 후보로 야권 후보가 나눠진데다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표심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도 이 같은 '혼전' 양상을 인식하고 있었다. 관악을 상황만 보자면 새누리당은 미소를 짓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녀보면 아는데 (관악을) 분위기가 좋다"라고 평했다. 반면, 양승조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한 곳도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곳이 없다"라면서 "야권의 분열에 누가 가장 기뻐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이 출마한 서울 관악을과 광주서구을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힘 있는 후보가 돼야... 지역 발전 얘기에 솔깃해 하는 사람 많아"

a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방문해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오신환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현장 분위기도 여야의 평가와 일치했다. 서원동 성당 근처에서 만난 주아무개(43·남)씨는 "투표는 하러 갈 건데"라면서도 "아직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요새 '성완종 리스트' 뉴스 보면 정치인을 믿기가 힘들다"라며 "야당에서는 자꾸 그걸 강조하면서 심판해달라고 하는데 자기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신림1교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아무개(50·남)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새누리당 후보가 성완종 리스트로 좀 불리해졌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하는데 굳이 이번 선거랑 관련 지어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오히려 이씨는 "야당이 득세한 27년동안 낙후된 관악을 발전시키겠다는 오신환 후보의 얘기에 솔깃해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난곡 세이브마트 뒤편에서 만난 정아무개(54)씨는 "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뽑히는 의원 임기가 얼마 안 되는데 1번이 돼야 지역이 발전한다"라며 "내 주변에서는 다들 1번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선거운동원들은 이날도 '27년 동안 낙후됐던 관악을'이라는 구호를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41년 아파트 재건축 허용을 담은 '오신환 특별법' 선전도 곁들여졌다. 김무성 당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략이라고 다른 게 없다"라며 "우리 당은 처음부터 지역 밀착형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도림천에서 남편과 함께 산책 중이던 홍아무개(57)씨는 김 대표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오 후보는 관악에서 오래 살았다"라며 "오 후보 아버지가 저 사거리 쪽에서 주유소를 해서 (오 후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태호 후보나 정동영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정태호 후보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서 "정동영 후보는 얼마 전 우리 동네에서 유세를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짜증을 내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번호 찍으면 1번 후보가 당선된다"... 서로 견제하는 야권

a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가 26일 대학동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야권 후보들은 여권 후보인 오신환 후보보다 서로를 더 견제하는 분위기였다.

정동영 후보 측은 "여야 모두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먹히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이 분명히 있다"라며 이들의 표심은 새누리당이 아닌 정 후보 쪽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쪽은 당 지도부가 출동하는 등 공중전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는 밑바닥을 훑고 있다"라며 "주민들 사이에서 '정동영이 큰 인물이긴 큰 인물이다'라는 말들이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임종인 전 의원은 "정태호 후보 측이 위법한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한 현수막을 철거할 상황이 됐다"라면서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의 공문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오 후보는 물론, 정동영 후보마저 앞서고 있다는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적시한 정태호 후보의 현수막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강제철거 명령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선거법 위반 사안이 되느냐"라는 질문에 "아직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도의적으로 볼 땐 후보가 사퇴해야 될 문제다"라며 "왜곡된 결과임을 알고도 이를 이용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린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a

정태호 후보 지원나선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관악청소년회관 앞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 4.29 재보궐선거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남소연


반면, 정태호 후보 측은 '사표'를 만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오후 난곡 세이브마트 앞에서 진행한 집중유세에서 "2번을 찍어야 2번이 당선된다, 다른 번호를 찍으면 1번이 당선된다"라고 호소했다. 즉 무소속으로 기호 8번을 달고 있는 정동영 후보 대신 기호 2번 정태호 후보를 찍어달라는 얘기였다.

정태호 후보가 당선돼야 제대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 '차떼기 정당'의 DNA를 가진 새누리당이 다시 일으킨 대형비리인데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러한 때 야권이 분열돼 4·29 재보선에서 패배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우리는 천추에 죄를 짓는 일이다, 새정치연합 정 후보에게 꼭 투표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변리사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장아무개(35)씨는 "왜 야당 후보가 2명이나 나와서 표를 갈라먹는지 모르겠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단, 여당 후보는 안 찍을 생각이긴 한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라며 "정동영 후보도 왜 굳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정태호 후보의 유세 현장에 있던 이아무개(50)씨는 "사실 초반에는 (야권 후보가 당선 될 줄 알고)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야권 후보가 둘이 되어) 마음이 뒤숭숭해졌다"라면서 "다만, 새누리당 후보보단 야권 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a

관악을 세 후보 '어색한 만남'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왼쪽),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24일 관악청소년회관에서 열린 '사시존치 국회의원 입후보자 공청회'에서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 편집ㅣ이준호 기자

#4.29 재보선 #정동영 #정태호 #오신환
댓글2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총선 참패에도 용산 옹호하는 국힘... "철부지 정치초년생의 대권놀이"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