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을 통해 학교교육의 답을 찾다

등록 2015.04.29 14:48수정 2015.04.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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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

한국 영화계의 거장인 임권택 감독은 뽀로로 주제가를 듣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몸값만 8000억 수준이라는 뽀통령 뽀로로는 아이들에게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들에게까지 존재감을 뽐내는가 보다.

캐릭터 관련 상품의 누적 매출까지 포함하면 1조 2000억 이상의 벌이를 가능하게 한 뽀로로. 그를 이 세상에 내놓은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최종일 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1995년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어 실패를 거듭하다 2003년 성공적으로 뽀로로를 만들어 낸 최종일은 '2014.창조경제박람회' 지식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뽀로로'라는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다섯 번 실패했습니다. 그때 실패는 성공의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패의 노하우를 배운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패한다'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최종일은 일본보다 더욱 뛰어나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야심으로 일본인 감독에다 일본인 제작진까지 투입하여 시장에 문을 두드렸으나 처참하게 실패하고야 말았다. 장고 끝에, 시청 대상을 잘못 설정했기에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본은 주로 성인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틈새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최종일은 방향을 급선회하여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유아 대상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기존의 몇 안 되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교육적 효과에 초점을 두었기에 흥미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 차별화했다. '어떻게 하면 실패한다'라는 사실을 몸소 겪었기에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이 도전한 결과 돈 잘 버는 뽀로로의 아빠가 된 것이다.

저성장 국면, 가계 부채의 지속적 증가, 청년 취업률 감소, 빈부격차 심화 등 경제 관련 뉴스를 접해 보면 학부모들이 그들의 자식에게 안정적인 직업군을 추천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4분기 내내 경제성장률 0% 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앞으로 개선되리라는 사회적 믿음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에 자식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공무원을 비롯한 소위 안정직군을 추천하는 것이 부모의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예측 불허의 시대에는 지금의 안정이 지속적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 또한 사회 시스템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경제 구조가 재편되는 속에서 안정을 바라는 자세는 오히려 지양해야 하고 주체적인 의지를 앞세워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곧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생길 것이며 가정에 3D 프린터가 보편화될 날도 다가올 것이니 그러한 시대가 과연 '안정'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시대인지 반문해야 한다.

실패를 통해 성공을 얻어낸 최종일을 보며 모험심을 키우고 도전 정신을 불태울 수 있도록 조력자로서 진가를 발휘해야 할 존재가 학부모이다. 미래사회는 변화의 폭이 크고 변화의 속도 또한 빠를 것이기에 실패를 하나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빨리 생기리라는 역발상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러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학부모의 역할이다. 이제 더 이상 학교생활기록부 학생 진로 영역에 있어 학부모 희망란에 '공무원' 세 글자를 보고 싶지 않다.  

학부모들과의 상담을 통해, 20세기적 '사회적 지위'의 논리에 빠지지 말고 자식들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식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내 이상적이기만 한 멘트라는 눈빛을 보낸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20세기적 '사회적 지위'를 얻지 못한 사람들의 자기합리화가 아니라 21세기적 행복의 기준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먹고 살기에 급급한 소극적 일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적극적 일을 가진 자가 제대로 된 일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 대표가 "뽀로로와 타요 등 아이코닉스 캐릭터들이 세계 140개국에 알려진 데는 기존 TV나 극장에 매달리지 않고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에 도전했기 때문"이라 했듯 사회적 지위나 안정 타령을 하는 모습으로는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다.

게리 매티슨 박사는 미래인재포럼에서 안전 효율성을 추구하던 회사들이 변화, 창의성, 유연성, 팀워크, 리더십을 찾게 되는 사회가 올 것이라 했다. 아울러 풀타임 직장은 없어지고 프로젝트별 파트타임 일자리만 남으며 사람들은 갈수록 그러한 일자리를 선호할 것이라 했다. 기업들은 파트타임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아웃소싱 경영방식을 추구할 것이라 했다. 게리 매티슨의 발제가 몇 년 전 이루어진 것임을 감안하면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혜안이 뛰어남을 알 수 있고 놀랄 일에 대한 개연성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에게 바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최종일의 삶,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재빠르게 플랜B를 추진하는 최종일의 삶, 블루오션에 주목하는 최종일의 삶을 귀감으로 삼아 자녀와 진심으로 진로에 대한 상담을 나누기를.
#최종일 #도전 #게리 매티슨 #뽀로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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