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단속에 살인?... 우리 아파트는 달라요

숲속의 전남 숲가꾸기 행사 주관한 아파트 부녀회... 희망나무 심었다

등록 2015.05.10 16:08수정 2015.05.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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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숲속의 전남 아름다운 숲가꾸기' 행사에서 편백나무 식재를 마친 여수시 이승옥 부시장(가운데)과 우필순 부녀회장(좌) 그리고 김선자 부회장의 모습. ⓒ 심명남


"내일 이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겠다."


마르틴 루터가 즐겨 인용하던 철학자 스피노자가 남긴 명언이다. 참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데 어떻게 한가로이 나무를 심고 있을까. 하지만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절망치 말고 희망을 심자는 의미는 아닐까? 후대를 위해서.

가정의 달 5월이다. 5월은 가족관련 행사가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그렇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고마운 계절이다.

가정의 달, 희망나무 심었다

숲속의 전남 아름다운 숲가꾸기 행사에서 여수엑스포 힐스테이트아파트 주민들이 분주히 나무심기를 하고 있다. ⓒ 심명남


9일 아침 아들과 집을 나섰다. 다름 아닌 아파트 부녀회에서 실시하는 숲가꾸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여수박람회 당시 임시숙소로 사용된 우리 아파트는 공터가 많다. 특히 덕충동 하늘공원 아래 6000여 평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장미철 큰비라도 내리면 우수로 인해 흙이 유실될 우려를 항시 안고 있다.

부녀회는 지난 2월 숲속의 전남 만들기 공모에 주민 2/3이상 서면동의를 얻어 참여했다. 이 사업은 이낙연 도지사가 민선 6기 역점시책이다. 그 결과 엑스포 힐스테이트 아파트와 예울마루 등 여수시 3개소와 순천, 광양, 고흥 각각 1개소 등 동부권 6개소를 포함 39개가 선정됐다.


사업에 선정된 후 편백나무를 심기 위해 발품을 판 부녀회. 먼저 수목선정에 나섰다. 그리고 나무심을 수풀단지를 다듬었다. 조경업체에 의뢰해 풀이 우거진 공터에 수풀과 철망을 잘라내고 구덩이를 팠다. 이날 아파트 부녀회에서 추진한 편백나무 숲가꾸기 행사에 많은 입주민들이 참여로 북적거렸다.1000평의 부지에다 편백나무 1004그루가 심어졌다.

여수엑스포힐스테이트 우필순 부녀회장은 "오늘 하는 행사가 처음이라 여러모로 준비가 미흡하고 서툴다"면서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이 넓은 공터에 주민 모두의 이름이 달린 편백나무 숲을 조성해 나가자"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편백나무 숲가꾸기' 나선 아파트 주민들

편백나무 식재를 마친 여수엑스포 힐스테이트아파트 장익희씨와 가족의 모습 ⓒ 심명남


숲속의 전남 숲가꾸기에 참가한 아들이 편백나무를 심은후 희망나무라고 썼다. ⓒ 심명남


이날 행사에 여수시 이승옥 부시장이 참석했다. 그는 "전국에서 아파트 주변에 이같이 넓은 공터를 보유한 곳이 없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참여한 편백나무 숲가꾸기를 잘해서 여수엑스포 힐스테이트가 명품아파트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역구 김양호 시의원도 행사에 참여해 주민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오늘 심은 편백나무는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편백숲이 조성될까 궁금했다. 전 여수시조경협회장 최성남씨의 말이다.

"편백나무는 5년 단위로 보세요. 5년 후에는 키보다 더 커 와~아 그럴거요. 10년 후에는 어머나~ 하며 나무 밑으로 산책을 다닙니다. 이곳은 토양이 좋아 잘살 것 같네요"

숲 전문가들은 사람이 푸른색을 안 보고 빨간 것만 계속보고 있으면 눈이 실명이 된다고 말한다. 푸른 것이 있기 때문에 눈이 더 좋아진다는 얘기다. 이미 알려진 대로 편백에는 피톤치드라는 음이온 물질이 나온다. 그 효능은 노화방지, 면역력 증강, 기억력과 집중력 개선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편백숲이 조성되면 주민의 힐링코스로 기대된다. 나무를 심고 싶어도 땅이 없어 못 심는데 반해 아파트 주민들이 보유한 하늘공원 아래 6000여 평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날 부녀회에서 준비한 나무심기에 이름표 800여 개가 바닥났다. 우리 가족도 5그루를 심었다. 나무를 심고 지지대를 박은 후 고무 밴드로 고정했다. 각자 심은 나무에다 가족이름을 쓴 후 '희망나무'라 명명했다.

이날 최은성이네 가족은 할아버지와 같이 5명이 참가해 나무를 심었다. 나무심기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저희 아파트 주민들이 숲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좋다"면서 "오늘 심은 나무는 아이들이 크면서 계속 자라는 모습을 볼 거고 나중에 다 크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 물도 주고 자주 둘러볼 거다"라고 말했다.

주차단속 살인사건... 이웃간 배려만 있었더라면

은성이네 가족은 할아버지와 같이 5명이 참가해 편백나무를 심었다. ⓒ 심명남


편백나무를 심은후 옥상에서 촬영한 숲가꾸기 행사장의 모습. 행사가 끝나가는 가운데 뒤에 참가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 심명남


106동에 사는 아파트 주민 정유기씨는 "오늘 가족과 나무 8주를 심어 매우 흐뭇하다"면서 "1회성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연차적으로 나무를 심어 아파트 뒤편을 병풍처럼 만들어 놓으면 명품아파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민 장익희씨는 남편과 아들 그리고 아내의 끝 이름을 따서 만든 희선영1.2.3호를 심었다. 그는 숲가꾸기 행사에 대해 "개인적으로 하는 것보다 다 같이 주민들이 나와서 자리를 하니까 참 보기 좋다"면서 "이 넓은 땅에 각자 자기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참가하니 한그루 한그루에 뜻과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는 것 같다"라고 참가의미를 부여했다.

얼마 전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의 주차단속에 불만을 품고 시비 끝에 경비를 숨지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이 같은 사건은 공동체 생활 속에 조금이라도 이웃에 대한 배려가 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불행한 사건이다.

또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다. 오늘 나무심기를 통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도 체험했다. 향후 계속적인 편백나무 숲 조성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이 이웃들과 마음의 벽도 허무는 소중한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가족의 정이 듬뿍 담긴 무럭무럭 자라난 편백나무 숲이 기대되는 5월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숲속의 전남 #여수엑스포힐스테이트 부녀회 #편백나무 심기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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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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