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묘한' 미소... 발 멈추는 법주사 마애불

[108산사 순례기 ⑫] 속리산 대법주사

등록 2015.05.17 17:48수정 2015.05.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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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종단소개에 따르면, 전국에는 대한불교조계종외 28개 종단에 수천 개소의 사찰이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찰 중에서도 '108산사'를 선정하여 기도순례를 떠나고자 합니다. 108산사를 찾을 때마다 부처님 앞에서 108배하며, 1사찰마다 1개의 염주를 꿰어 108염주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산사여행으로, 탐·진·치 3독을 끊어 보려 합니다. <108산사순례> 기도여행을 통해 모든 분들에게 알찬 정보를 드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신록보은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는 신록의 계절임을 알려준다. ⓒ 정도길


아름다리 나무가 하늘 높이 솟았다. 연두색 옷으로 갈아 입은 나무 잎은 무성하고 봄 기운이 넘쳐난다. 숲길을 걷는 여행자의 얼굴은 편안하고 행복 가득하다. 지난 2일, 290km를 달려 충북 보은 법주사를 찾았다.

사찰에서 일주문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으로, 절마다 표기 방식이 다름을 본다. 일주문 앞쪽에는 '서호제일가람', 뒤쪽에는 '속리산대법주사'라는 편액을 달았다. 일주문은 그 사찰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호제일가람'과 '대법주사'자를 표기한 것만 봐도 그 위상이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절을 다 둘러보고 느낀 점이지만 입장료 4천 원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는 것도 이를 보여준다.

쌍사자 석등국보 제6호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 정도길


속리산 법주사. 법주사는 553년 의신조사가 서역에서 불경을 가져와 산세 험준함을 보고 큰 절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혜공왕 12년(776) 진표율사가 대규모로 중창했고, 이후 정유재란 때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조선 인조 2년(1624) 사명대사와 벽암대사에 의해 중건되고 보수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법주사는 자연과 함께 하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국보 제5호(쌍사자석등), 제55호(팔상전), 제64호(석연지) 등 국보 3점을 비롯해, 보물 12점, 지방유형문화재 22점, 문화재자료 2점이 있다. 사적 제503호로 '보은 법주사', 명승 제61호 '속리산 법주사 일원'이 지정됐다.

산중에는 복천암 등 12개소의 전통 사찰이 있다. 법주사 들머리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소나무로 알려진 '정이품송'과 내속리면 사내리에 있는 '망개나무' 등 2점의 천연 기념물도 있다.

법주사법주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륵대불과 팔상전. ⓒ 정도길


입구부터 남다른 법주사... 입장료 아깝지 않네

천왕문을 지키고 있는 키가 크고 웅장한 사천왕상. 사천왕을 이해하려면 불교에 있어 '3계(삼계)'와 '28천(28하늘)'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3계는 불교 용어로, 부처의 지위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 거주하는, 욕계, 색계, 무색계를 통칭하는 말이다. 불교의 세계관 또는 우주론을 나타낸다.

3계는 다시 28천으로 나뉘는데, 욕계는 6천, 색계는 18천, 무색계는 4천이다. 이들 중 욕계의 6천은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수라도, 인간도, 천신도 욕계 육도 중 천신도의 여섯 하늘만을 따로 지칭하는 것.

사천왕상법주사 천왕문 사천왕상은 다른 사찰과는 달리 두 발을 땅에 딛고 마귀의 항복을 받고 있다. ⓒ 정도길


사천왕천은 천신도 육욕천 중 첫 번째 하늘로 수미산 중턱에 있다. 동서남북 사방에는 각각의 하늘을 다스리는 천왕이 있다. 동쪽에는 비파를 들고 있는 지국천왕이, 서쪽에는 용과 여의주를 들고 있는 광목천왕이, 남쪽에는 칼을 들고 있는 증장천왕이 그리고 북쪽에는 보탑을 들고 있는 다문천왕이 네 하늘을 지키고 있다.

이 천왕들은 제석천의 휘하에서 팔부신장들을 거느리고 불교에 귀의한 신자들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개 사찰의 경우 사천왕상은 왼발을 약간 들고 비스듬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비해, 법주사 사천왕상은 양발을 땅에 디딘 모양이 특별나다. 그것도 다른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마귀를 밟고 서 있는 모습으로. 마귀들을 완전히 제압하여 불법을 수호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리라.

법주사 팔상전을 왜 탑이라 부를까

팔상전국보 제55호 '보은 법주사 팔상전'. ⓒ 정도길


국보 제55호 '법주사 팔상전'. 우리나라에서 오직 하나 뿐인 5층 목탑으로 그 중요성을 평가 받고 있다. 겉으로 얼핏 보거나 내부에 불상을 모신 점으로 볼 때, 절 집으로 보는 전각의 형태임에도 왜 탑이라고 부를까.

탑과 집의 형태가 혼재하는 팔상전의 꼭대기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가 있다. 건물의 꼭대기에서 엿볼 수 있는 옥개와 상륜부가 탑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주사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건물은 5층의 옥개는 사모지붕이고, 그 위에 상륜부를 갖춘 목탑이다.

건물은 각 면에 돌계단을 가진 석조기단 위에 세웠다. 1층과 2층은 정면과 측면이 각각 5칸이고, 3층과 4층은 정면과 측면이 각각 3칸, 5층은 정면과 측면 모두 2칸인 정방형의 건물이다. 처마를 장식하는 공포양식은 1층부터 4층까지는 기둥 위에만 공포를 짠 주심포고, 5층은 기둥 사이에 포를 짠 다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웅보전보물 제15호 '보은 법주사 사천왕석등(앞)'과 보물 제915호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뒤)'. ⓒ 정도길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옴에 따라 절 마당에는 오색찬란한 연등이 하늘을 덮었다. 등 하나 하나에는 무슨 사연이 담겼을까. 연등이 걸린 하늘 아래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걸었다. 병환 중에 있는 노모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땅에 계신 모든 환자들에게도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빌었다. 주 법당인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은 보물 제915호. 보통 규모를 넘는 전각으로 무량사 극락전, 화엄사 각황전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불전으로 꼽힌다.

면적이 402.8제곱미터, 높이가 19m에 이르는 건물로, 이 같은 건물의 수법은 금산사 미륵전이 있다. 불전에는 높이 5.5m, 허리둘레 3.9m에 이르는 국내 소조불 좌상으로 제일 크다고 알려진 보물 제1360호 '보은 법주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이 있다.

그런데 대웅전(대웅보전)에는 보통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시는데, 왜 비로자나불을 모셨을까 궁금하다. 부처님 전에 공양미를 정성스레 올렸다. 경전을 펴고 독송한 후 108배를 올렸다. 어리석음으로부터 깨어나기 위한 힘겨움을 참아야만 했다.

미륵대불보은 법주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황금색 미륵대불의 웅장한 모습. ⓒ 정도길


법주사에는 국보 3점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있지만, 그래도 상징성을 찾는다면 '법주사 미륵대불'이 아닐까. 그런데 몇 년 전에 본 우중충한 느낌의 모습이었던, 그 미륵대불이 아니다. 황금색 광택이 나는 옷으로 갈아입은 미륵불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린다.

이 미륵불은 높이 33m로 신라 혜공왕 12년(776) 진표율사가 금동으로 조성했다. 이후 조선 고종 9년(1872) 경복궁 축조자금으로 쓰기 위해 해체됐다. 1939년 불상 복원을 시작하여 25년 만에 현재 크기의 시멘트 불상이 만들어졌고, 1990년 안전문제 등으로 철거된 뒤 지금의 청동불로 세워진 것. 금 옷을 입히는 개금작업도 이번이 세 번째.

이번 개금은 불상 표면을 일정한 두께로 갈아낸 뒤 7~8미크론(0.007~0.008mm) 두께의 '골드펄'을 입혔다. '골드펄'은 인조금으로서, 햇볕이나 비바람에 변색되기 쉬운 순금보다, 변색이 잘 되지 않아 원형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법주사에서는 6개월에 걸친 개금불사를 마치고, 오는 6월 13일 개금불사를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가질 예정이다.

법주사 상징하는 미륵대불, 세 번째 황금색 옷으로 갈아입어

마애불보물 제216호 '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 정도길


일주문 편액에 쓰인 '서호제일가람'이라는 명성에 걸 맞는 보물이 또 하나 있다. 법주사의 성격을 알려주는 고려시대 대표적인 마애불이자 미륵불로, 보물 제216호 '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이 그것. 이 마애불은 경내 서쪽 하단부에 자리한, 사리를 모신 사리각 옆 큰 바위에 돋을새김 돼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약 6m 높이나 되는 마애불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온 것이 놀랍기만 하다. 이 마애불은 보기 드물게 의자에 앉은 모습으로 옆 바위에 조각된 지장보살과 함께 법주사를 상징하는 미륵불이다. 머리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촘촘하게 새겼다.

둥글고 온화한 얼굴, 크고 긴 코, 둥근 눈썹, 어깨까지 길게 내려온 귀, 뚜렷한 눈두덩 그리고 두툼한 입술에 묘한 미소를 띠는 부처님. 불교에서 '제행무상'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세상 모든 것은 항상 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부처님의 미소는, '제행무상'이라는 불교의 진리와 반하는 것은 아닌지 문득 궁금해진다. 마애불 앞에서 한 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부처님의 묘한 미소에 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길편안하게 걷는 스님의 길을 한참이나 따라 걸으며 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 정도길


수정암 입구를 지나 작은 계곡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는 길. 올 때와는 다르게 갈 때는 '속리산자연관찰로' 길로 들었다. 밀짚모자를 쓴 스님 한 분이 숲길을 편안하게 걷고 있다. 느릿한 발걸음에서 여유로움을 느낀다. 스님의 뒤를 따라 한참이나 걸었다.

살아가면서 문득 문득 일어나는 물음들. '나는 누구인가', '삶은 무엇인가',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진정한 내려놓음이란' 등등. 삶은 곧 고통이다. 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오고야 말리니". 삶도, 고통도, 슬픔도, 기쁨도,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 그럼에도 중생은 집착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리석음에 갇혀 있다. 그것을 깨치려 노력하는 것이 공부가 아닐까.

청정무량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는 청정무량함을 알고 있을까. ⓒ 정도길


오솔 길 옆 개울가로 내렸다. 맑은 물에 노는 물고기는 자연의 순수함 그 자체다. 꾸밈없는 순진한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노는, 때 묻지 않은 모습이 행복하고 부럽다. 순진 난만한 아이들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너무 많은 때가 묻은 나. 그럼에도 어리석음으로부터 깨침을 위한 공부는 계속될 것이다. 속리산대법주사에서 <108산사순례> 열여덟 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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