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게 네티즌 의견? 기자님들, 이러면 곤란합니다

[분석] 어디든 빠지지 않는 '네티즌', 이 모양 이 꼴

등록 2015.05.20 16:37수정 2015.05.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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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 : 포털 네이버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되는 언론사 기사 ⓒ 김지연·이선우


불특정 다수의 누리꾼(네티즌) 의견이 언론 기사에 인용되는 일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됐다. 새로운 TV 드라마에 대한 비평 기사는 아예 누리꾼 의견으로 시작해서 누리꾼 의견으로 끝나기도 한다.

이들 누리꾼이 등장하는 기사는 겉으로 보면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 객관적이면서도 공정해 보인다. 그러나 기사 속에 모든 누리꾼의 의견을 담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기사에 나타나는 누리꾼의 말은 전체 누리꾼 가운데 일부의 의견일 뿐이다. 누리꾼의 의견이 기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연해진 누리꾼 의견 반영 기사를 포털 네이버뉴스 데이터베이스(DB)를 기준으로 분석해봤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네티즌 의견'을 반영한 기사 수를 분석해 본 결과, 10년 동안 그 수가 7배 급증했다. 조사 대상은 포털 네이버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되는 언론사 기사였다. 2005년, 2006년에 각각 3774건, 3373건이었고, 2007년부터는 점차 그 수가 증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1만614건, 1만5141건으로 2000년 중반보다 약 3~4배 늘어났다. 특히 2014년 한 해 동안 네티즌 의견을 반영한 기사는 2만7900건으로 2013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연예기사에 너무 자주 등장하는 그 이름... '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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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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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이선우


2010년 1월 1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주요 일간지(<서울신문> 등 12개 언론사)에 '누리꾼 의견'이 반영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 <서울신문>이 2418건으로 압도적이었고, <조선일보>(1510건), <동아일보>(1472건), <세계일보>(1227건), <한국일보>(1032건)가 뒤를 이었다.

2015년 4월 16일부터 2015년 5월 16일, 최근 한 달간 누리꾼 의견 반영 기사를 분야별로 분석해봤다. 조사 대상은 <서울신문> 등 주요 일간지 12개를 비롯해 <노컷뉴스> 등 11개 인터넷신문사다.

가장 많이 누리꾼 의견을 반영한 분야는 연예(1251건), 경제(235건), 사회(243건), 정치(110건), 생활·문화(70건) 순이다. 과거보다 연예 뉴스의 수요와 소비가 증가하면서 누리꾼 의견 반영 기사 건수가 정치, 경제, 사회, 생활·문화 분야를 합한 수의 두 배에 가까웠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누리꾼 의견 반영 기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점차 늘어나는 이런 기사에 누리꾼 의견은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까. 2005년 초반 누리꾼 의견은 주로 사회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 찬반 의견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인용됐다. 하지만, 최근 한 달(2014년 4월 16일부터 2015년 5월 16일) 동안 누리꾼 의견을 반영한 기사 1839건을 분석한 결과 세 가지 문제점이 도출됐다.

누리꾼 의견으로 채워진 기사, 이런 문제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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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5월 2일치 <데일리 한국> 기사다.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 후 배우 황석정은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올랐다. 기사에는 관련 누리꾼 의견으로 "나 혼자 산다 황석정"을 앞에 내세운 뒤 '진짜 웃긴다, 재미있다, 충격이었겠다'라는 의견을 인용했다. 황석정을 키워드로 앞세워 어뷰징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나 혼자 산다>라는 낚시성 단어뿐 아니라 제목으로 뽑힌 '너 처녀 아니지?'라는 자극적인 문구도 문제다. 지난 3월 방송된 <세바퀴>(MBC) 속 자극적인 키워드를 가져와 클릭 수를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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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치 <조선일보> 기사다. 실제 의견이 필요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 힘든 '가짜 백수오' 이슈의 경우, 누리꾼 의견이 유용하게 쓰인다. 사실상 누리꾼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온라인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고 법률적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를 밝히는 것이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익명성 때문에 구체적 확인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인용에 따른 책임도 가벼워지게 된다. 심할 경우 왜곡의 가능성도 생긴다. 또한, 댓글 자체가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잘못된 사실관계를 담고 있는 경우라면, 기자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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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치 <데일리안> 기사다. 일부 누리꾼 의견을 근거로 '무한도전 광희 1인 시위 이벤트, 시청자 뿔났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기사에는 대다수 누리꾼들이 광희가 <무한도전> 멤버가 된 것에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사 댓글을 확인한 결과, 네티즌 mong**** '으이구 기자양반 당신 소감? 난 광희 좋던데', babo**** '도대체 누가 뿔난거임? 혼자 뿔나서 쓴거 아녀?'라면서 기사 속 누리꾼 의견에 동의하지 않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의 의견을 마치 전부의 의견인 것처럼 제시하는 게 문제다. 불특정 다수(여론, 네티즌, 국민)를 누리꾼으로 칭해 객관성을 취하려는 것도 문제다.

기자들은 독자들이 누리꾼 의견에 따라 개인의 의견 형성, 행위와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누리꾼 의견을 반영해도 '근거'에 기반을 둔 사실로 변하진 않는다. 여론을 알고 싶다면 적절한 근거를 찾아야 한다. 온라인 미디어 환경 발전으로 누구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직접 '여론 필터시스템'을 활용하길 권한다. 트위터 분석, 구글 트랜드, 네이버 트랜드 등을 통해 확인해 직접 '데이터화' 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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