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 병원에서 내보내라' 우익 민원 때문에"

[인터뷰]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 46일 단식 그 뒤

등록 2015.05.20 20:28수정 2015.05.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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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 김영오씨 ⓒ 윤솔지


세월호 사고 1년. 특별법 시행령 시행과 인양에 대해 정부와 유가족 및 시민의 지난한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진실규명을 외치는 시민들은 허탈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피해자 가족 당사자들의 심경은 어떨까. 지난해 7월 14일부터 46일간 단식을 하며 싸운, 세월호 사고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뜨거운 여름날 사선을 넘나들며 진실을 외친 유민 아빠를 17일 안산시 부곡동 자택 앞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미운 게 많아질 것 같아요.
"미운 거 많죠. 사람이 미운 게 아니라 현실이 미워요.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건데. 돈을 이야기하다니요. 이렇게 궁지로 몰아가는 현실이 슬퍼요."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해하는 시민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뜻은 같지 않을까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니까요. 1년이 지난 지금 저렇게까지 버티면서 훼방을 놓는 것을 보면 분명하잖아요. '(정부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 틀림없다.'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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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 김영오씨 ⓒ 윤솔지


- 단식 이야기를 해볼게요. 회복은 많이 되셨나요?
"46일 단식했어요. 회복기간 즉 복식기간을 단식기간의 두 배 들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90일 넘게 해야 하는데. 40일 정도 되었을 때 병원에서 나가달라고 하더라고요.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고요."

- 민원이요?
"나쁜 놈이 병원에 있다고, 내보내야 한다고. 우익단체 어르신 같은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계속 병원에 전화를 했나봐요.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병원에서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가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왔죠. 뭐."

- 후유증이 심하시겠네요.
"하루 한 끼 정도밖에 못 먹어요. 속이 안 좋아서요. 그리고 피곤을 많이 타요. 하루 외출하고 나면 그 다음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게 돼요. 얼마 전부터는 힘들어지면 그냥 자고 싶은 생각만 들기도 해요. 올해 1월부터인가, 유민이가 꿈에 가끔 나오거든요. 예전에는 꿈에 나온 적이 없었어요. 꿈에 안 나오면 좋은 데로 간 거라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척 그리웠거든요. 꿈에 유민이가 웃으면서 다가와서 폭 안겨요. 잠에서 깨면 울고 있어요. 그래도 좋아요. 너무 그리웠던 유민이를 만났으니까요."

"하루 한 끼밖에 못 먹어... 1월부터 유민이가 꿈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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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10반 고 김유민양의 책상. 5월 17일 밤에 촬영. ⓒ 윤솔지


- 유민이 이야기를 해주세요. 어떤 아이였나요?
"큰딸 유민이는 혼자인 저에게 이 세상에서 유일했던 보호자였어요(기자 주 : 김영오씨는 유민 엄마와 이혼했다). 제가 해준 2만9천 원짜리 (휴대전화) 요금제도 비싸다고 1만9천 원짜리로 바꾼 아이. 수학여행 갈 때도 연락하지 않고 갔어요. 알면 아빠가 용돈 부쳐줄 거 뻔히 아니까. 용돈을 받으면 십 원 한 장 안 쓰고 저금을 할 정도로 알뜰했고, 수학을 잘해서 (제가) 은행원이 되라고 했죠.

마음이 고와서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아이. 유민이 동생한테 들었는데요, 한번은 집에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종이로 걷어내서 바깥에 날려주면서 '좋은 데로 가라' 그랬대요."

- 유민이랑 가까웠나요?
"같이 못 살아서 아빠가 밉기도 했을 텐데, 만나면 항상 꼭 붙어 있었어요. 가끔 명절 때나 시골(고향)에 가면 삼겹살 파티 같은 것을 했거든요. 제가 고기를 구우면 뒤에서 꼭 안고 있던 아이예요. 저희 6남매 중에 그런 자식을 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참 많이 부러워했어요. 유민이랑 동생이랑 제 왼쪽 오른쪽 팔에 끼고 잠들곤 했죠."

- 유민이가 바다에서 언제 올라왔죠?
"(지난해) 4월 25일 164번째요. 깨끗하게 올라왔어요. 그런데 많이 야위어있더라고요. 두 달 전 명절 때 봤을 때 분명이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우리 유민이가 살이 올라서 보기 좋다'고 했거든요. 혹시 배 안에서 며칠 더 살아 있었을까봐, 고통스러웠을까봐 마음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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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10반 교실. 5월 17일 밤에 촬영. ⓒ 윤솔지


-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가장 궁금한 건 무엇인가요?
"많죠. 그 중에서도 저는 대통령이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UDT가 왔을 때 해경청장이 상부에서 승인이 안 떨어져서 투입 못 시킨다고 했어요. 총리가 내려왔을 때도 그랬어요. 자기는 힘이 없다고. 그러면 승인을 내줘야 하는 사람이 누구겠어요. 대통령이라는 거잖아요.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기에 골든타임 다 놓치고, 구할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냐는 거예요."

- 개인적으로 어떤 점이 제일 속상하세요?
"저를 나쁜 아빠로 보는 거요. 왜 저를 배제하려고 하는지, 왜 저를 정치적으로 보려 하는지요. 대통령은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요, 정치인들은 신뢰를 잃었어요. 저는 아빠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예요. 저는 뭐가 먼저인지 아는 사람이에요. 처음으로 얻은 정규직 직장도 잃었어요. 노가다를 하면 어때요? 저는 다 해봤어요. 두렵지 않아요.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에요. 꼭 진실을 밝혀야 해요. 그리고요, 저는 다른 거 없어요. 이 모든 게 다 끝났을 때,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한마디면 돼요."

세월호 사고 1주기에 전국에서 많은 시민들이 모여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다행이었다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 학생들이 찾아와 10년 후 자신들이 정치인이 돼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는 말에 희망을 봤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시행령을 반대하며 광화문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다 다리에 문제가 생겨 절뚝이면서도 끝까지 "같이 가자.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세월호 #유민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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