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제작되는 <송곳> "주인공에 한석규 추천"

[현장] 최규석 작가 단행본 출간 기념 북콘서트

등록 2015.05.20 15:40수정 2015.05.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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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웹툰 '송곳'(작가 최규석)이 단행본 3부작으로 출간되었다. ⓒ 도서출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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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웹툰 '송곳'이 단행본 3부작으로 출간된 가운데 19일 오후 마포구 서교동 레진코믹스 브이홀에서 최규석 작가 북콘서트가 열렸다. 변영주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북콘서트에는 최 작가와 함께 이수인 부장의 실제인물인 김경욱 전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과 노동운동가 구고신의 실제인물인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왼쪽부터 변영주, 최규석, 하종강. ⓒ 권우성


"요즘은 내 강의를 듣는 것보다 <송곳>을 보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기념비적 작품입니다."

노동운동가로 40년을 살아온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의 감상평이다. <송곳>은 지난 2013년 12월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으로, 외국계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이야기다. 거기에 '노골리스트'라고 불리는 최규석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현실 묘사가 더해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일에는 단행본으로 발간됐다.

날카로운 현실 묘사는 최 작가가 지난 2008년부터 5년여에 걸쳐 취재를 한 덕분에 가능했다. 특히 하종강 교수와는 수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났다. 지난 19일 단행본 발간을 하루 앞두고 서울 마포구 레진코믹스 브이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하 교수는 최 작가를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화차> 등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콘서트에는 사전예약구매 독자 등 150여 명이 자리했다.

사전 취재만 5년... 공인노무사에게 추천하는 만화


"정말 완벽주의자입니다. 그 분야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손을 대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도 제게 전화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절차를 아주 상세하게 물었습니다.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까지요."

최 작가의 꼼꼼한 밑취재는 작품 안에서 생생한 에피소드로 발현됐다. 먼저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사측이 고용한 용역 직원과 노조원들이 달리기 경쟁을 벌이는 장면(2-6화)이 그중 하나다. 이는 실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분회가 겪은 이야기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과장된 허구가 아닌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이다. 하 교수가 공인노무사를 상대로 한 강연에서 <송곳>을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이유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송곳>의 자세한 탄생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잘 알려진 대로 작품은 실제 인물과 실화를 토대로 했다. 거기에 작가 개인의 경험과 상상력을 보탰다. 비정규직을 해고하라는 회사의 지시를 받고 "그거 불법입니다"라고 맞서는 주인공 이수인 과장은 김경욱 까르푸-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을 본떴다. 줄거리는 지난 2002년 대형마트 까르푸에서 벌어진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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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 ⓒ 권우성


최 작가는 입바른 소리를 삼키지 못하고 세상과 불화하는 이수인의 모습이 자신과 닮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이 노조위원장을 한다는 점도 신기했고, 큰 싸움에서 자기를 지키며 헤쳐나가는 과정도 궁금했다"며 이수인 과장을 주인공으로 점찍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수인과 함께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는 노동운동가 구고신은 그가 만난 70년대 학번 사람들의 성격을 조합한 것이다. 하종강 교수에게서 영감을 얻었지만 그의 착한 얼굴은 작품과 어울리지 않았다. 여러 활동가들에게서 "능글능글하면서도 대하는 사람에 따라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을 차용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 "구고신 역에 한석규 추천"


이날 콘서트에서는 이수인의 실제 모델인 김경욱 전 까르푸-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예고없이 등장하기도 했다. <송곳>뿐만 아니라 그를 모델로 한 영화 <카트>가 개봉하면서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지만 모두 고사했던 그였다. 무대 뒤편에 걸려있는 대형현수막 속 이수인과 똑 닮은 김 위원장이 등장하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현재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처음에는 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영광스럽고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소재일 뿐이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 교수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최 작가를 완벽주의자로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컷을 그리기 위해 몇 시간씩 이야기 한다"며 "정말 지칠 때까지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만화를 보면 조금 밖에 안 나온다"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겠다는 직원들을 말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7~2008년 512일 동안의 파업을 거치며 남은 상처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당시 파업이 전국적 투쟁이 되면서 분열과 권력다툼도 벌어졌다"며 "1년쯤 됐을 때 아이에게 폭력적으로 대하는 나를 보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간헐성폭발장애(분노조절장애)와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는 중이다.

또한 파업으로 외주화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모두 관철했지만, 노조 핵심 간부 9명이 복직하지 못한 것도 김 전 위원장의 마음에 빚으로 남았다. 당시 핵심 간부들은 사직서를 쓰는 조건으로 회사와 교섭을 벌였다. 그는 "9명이 복직을 못한 채 끝난 것이 아직도 가슴 아프다"며 "그 이후에 (죄책감 때문에) 노동조합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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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 구고신'을 탄생시키는데 영감을 준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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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웹툰 '송곳'(작가 최규석)이 단행본 3부작으로 출간되었다. ⓒ 도서출판 창비


하 교수도 "노동운동에 뛰어든 지 40년이 됐는데, 신념이 바뀌어 떠나는 사람보다 동료에게 상처받아 떠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동시에 "그럼에도 동료에게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버텨야 누구든 함부로 하지 못하지 않겠느냐"며 "그로부터 받은 상처는 <송곳>으로 위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3부까지 연재된 <송곳>은 오는 6월에 4부를 시작한다. 또한 올해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최 작가는 "4부에서는 주강민 주임과 황준철 등의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로 제작됐을 때 주인공으로는 구고신 역에 배우 한석규를 꼽았다. "차가움과 넉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최규석 #송곳 #하종강 #변영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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