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이완구 불구속 기소, 봐주기 논란

회유 의혹 못 밝힌 채 수사 1단계 마무리... '비타 500 돈 상자'는 사실 무근

등록 2015.05.20 21:28수정 2015.05.2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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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별수사팀은 20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 중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2명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에 필요한 수사 기록을 정리 중이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 법원의 양형이나 검찰 내부의 기준, 그 외의 모든 사항을 종합 판단해 구속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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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이완구 전 총리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가 지난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정치자금법 위반 기소의 전례와 형평을 맞춘다는 명분이다.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가 9억 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고 봤지만 불구속 기소한 예가 있다. 또 1억 원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유죄를 인정받은 경우에도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됐다.

사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구속 필요성이 제기된 건 이들이 돈 전달자 혹은 목격자를 회유하려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특별수사팀은 회유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홍 지사와 이 전 총리가 이 같은 일에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이 제기한 회유나 협박 의혹을 충분히 확인했는데 특정인(홍 지사, 이 전 총리)과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측근이 돈 전달자 혹은 목격자에 전화한 것은 결국 제 3자가 한 일일 뿐이어서 처벌하거나 증거 인멸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봐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수사팀은 수사 초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히며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 측근인 이용기 전 비서실장과 박준호 전 상무를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팀은 "구속한 경남기업 관계자들은 명백히 증거물을 파쇄·은닉했지만, 두 분 (홍 지사, 이 전 총리)관련 회유 의혹은 주변 인물들이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말한 것이어서 형법상 증거은닉죄를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6인' 수사 본격 착수... 비타500 상자 전달은 처음부터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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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온 뒤인 지난 11일 오전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윤성효


성 전 회장의 불법 정치 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홍 지사를,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이 전 총리를 불구속기소하기로 한 특별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 2단계에 본격 착수한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제외한 6명 즉,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수사다.

특별수사팀은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출신 김아무개씨를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이미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 측근들에 대한 조사에서 '2012년 대선 직전 성 전 회장의 지시로 김씨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 우선 이에 대한 조사가 우선이다. 

'나머지 6인'에 대해선 성 전 회장이 '김기춘 10만 달러'는 2006년 9월로, '허태열 7억'은 2007년이라고 밝혔지만 그 외에 4명에 대해선 돈 전달 시기와 장소에 대한 단서가 없다. 따라서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수사에 비해 실체 파악이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사팀은 일정표와 전화 통화 기록 등 여러 자료로 복원한 성 전 회장 및 비서진의 동선과 이 '나머지 6인'의 접점을 특정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유의미한 시점과 동선에 주목해 하나 하나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고, 지난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성 전 회장이 리스트에 쓴 금액이 결국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한 대선 자금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지난 대선 시기 뿐 아니라 리스트 속 인물들이 각자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에 출마한 시점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

한편,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할 때 음료 '비타500' 상자에 5만 원권으로 3000만 원을 넣어 전달했다는 목격담이 보도돼 '비타 500'이 화제가 됐지만 이는 사실 무근으로 확인됐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처음부터 '비타 500 상자에 넣어서 줬다'는 참고인 진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홍준표 #이완구 우윤근 #성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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