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모의' 누명 쓴 군인, 42년 만에 '무죄'

대법, '윤필용 사건' 손영길 전 준장에 대한 '군사법원 재심 개시 결정권' 등 인정

등록 2015.05.21 16:12수정 2015.05.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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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월 29일 육군본부 보통군법회의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위반 행위에 대한 선고에서 '윤필용 사건'의 당사자인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맨 오른쪽)이 재판 내용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박정희 대통령을 몰아내려 했다는 음모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군복을 벗어야 했던 손영길 전 준장이 42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그의 재심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손 전 준장이 1973년 자신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자백한 것은 보안사 수사관들의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겼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본 2011년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손 전 준장은 5·16군사쿠데타 당시 박정희 소장의 부관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11기다. 한때 그는 동기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군인이었다. 그런데 1973년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 쿠데타 음모설로 번지면서 손 전 준장은 추락한다. 이 일로 그는 업무상 횡령죄 등 누명을 쓰고 군법회의에 넘겨져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고, 1973년 8월 군에서도 제적당했다.

그는 1980년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2010년 고등군사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냈다. 그런데 군사법원은 재심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고등군사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유효하느냐가 문제였다. 고등법원은 유효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고민 끝에 전원합의체를 열어 논의했다. 결론은 '재심 개시 절차만 재판권이 있다고 보고 재심 개시 결정을 한 뒤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보낸 고등군사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다'였다.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까지 간 이유는 더 있다. 검찰은 특별사면까지 받은 손 전 준장이 과연 재심 청구 대상이 아니라며 상고했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바탕으로 한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에 특별사면을 받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또 이 경우 면소판결(공소시효가 끝났거나 법이 바뀌어 형이 없어졌을 때 선고하는 것)이 아니라 유·무죄를 따져봐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정했다.

다만 김창석 대법관은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군사법원 관할 사건이 아닌 경우 일반법원으로 이송하도록 한 군사법원법 2조 3항은 공소를 제기한 경우에 해당할 뿐, 재심 청구를 똑같이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수 의견은 법률상 의미를 넘어선 해석이라는 얘기였다. 김 대법관은 또 고등군사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 재판권을 인정한다면, 일반 국민은 군사법원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박정희 #윤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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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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