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줄 모르는 아이들... '불금 놀이터' 어때요?

우리 아파트 놀이터는 금요일마다 '북적북적'

등록 2015.05.22 16:33수정 2015.05.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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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사는 고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는 초등학교 1학년 엄마다. 얼마 전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 학교 아이들은 대부분 방과 후 수업을 듣지 않고 학원에 가는 바람에 딸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 딸아이는 방과 후 수업만 듣고 있는데 다른 엄마들처럼 학원에 보내야 하는지를 물어 왔다. 새로 이사 온 탓에 친한 친구가 없는 데다 친해지려고 하니 다들 삼삼오오 학원에 다니니 친해질 기회도 없고, 간혹 친구들을 만나도 이미 친해진 친구끼리만 놀고 자기 딸은 끼워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 또한 큰아이 1학년 때 홍역을 치른 탓에 그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친구에게는 딸 아이가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며 힘들겠지만 조금 더 견뎌보라고 이야기해줬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만 해결되는 일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친구와 친해지는 시간인 듯하다. 사실 오로지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해 스스로 친구와의 관계를 헤쳐 나가기엔 환경적,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놀 줄 모르는 아이들...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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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초병설아이들 놀이터에서 방과후 아이들이 모여 놀이터에서 모두 함께 놀고 있다. ⓒ 공응경


첫째, 많은 아이가 놀 줄 모른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떻게 놀아야 할지를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통제 속에서 선생님의 지도 아래 주어진 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예로 우리 아이들이 모래 위에서 뒹굴고, 흙집도 짖고, 물을 붓기도 하며 신나게 놀고 있는데, 주변의 아이들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옷에 흙이 묻을까 조심조심하다가 이내 함께 놀이에 합류한다. 바다를 보면 무조건 뛰어들고, 흙을 보면 뒹굴어야 하는 게 정상인 아이들이 왜 이렇게 조심스러워진 걸까?


두 번째, 친구들과의 갈등에 취약하다. 친구들과 놀다 보면 싸우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너무 일찍 부모나 선생님이 간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들끼리 싸우며 배워야 하는 상호 작용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중재를 통한 큰 싸움을 막고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옮은 일이지만, 기다려 주지 못하고 바로 부모가 먼저 나서서 응대한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또 겉으로는 화해한 척하지만 마음 속에 갈등의 씨앗을 남겨둔 채 다시 친구들 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스스로 친구와 화해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한 채 친구와의 사소한 갈등에도 힘들어하고 부모에게 더 밀착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세 번째, 친구들과 놀 곳이 없다. 나 같은 1970년대생까지만 해도 자연에서 뛰놀며 자연이 품어주는 사랑 속에 누가 돌보지 않아도 행복했고, 그 속에 무럭무럭 자랐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놀 곳이 없다기보다는 인공적 환경이 많아진 탓에 땅을 제대로 밟으며 뛰놀 곳이 많이 줄어 들었다.

놀이터에 가도 친구들이 없다 보니, 어떤 아파트 놀이터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외톨이 아이들이나 있는 곳으로 치부돼 놀이터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친구를 구걸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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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간식 아이들이 엄마들이 싸온 간식을 함께 나눠먹고 있다. ⓒ 공응경


이렇다 보니 점점 삼삼오오 친한 친구끼리만 놀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듯하다. 점점 늘어나는 국내 여행과 캠핑족들을 뒤로한 채 아이들은 부모가 선택한 친구들과 놀아야 하고, 간혹 시간이 생겨 놀고 싶어도 놀 친구가 없어 친구를 구걸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 놀이터는 금요일만큼은 북적북적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논다. 그 이유는 병설 유치원 다니는 엄마들이 금요일 만큼은 학원에 보내지 않고 수업이 끝나는 3시 이후부터 놀이터에 모두 모여 함께 놀자고 제안한 것이다.

학기 초 처음 시작할 땐 다들 발레, 피아노, 태권도 등 스케줄이 있어 '몇 명이나 모일까'란 생각을 했는데, 호기심에 한 번 왔던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본 엄마들도 동조하게 돼 이제는 아이들 대부분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논다. 이 날은 아이들에게도 불금이 허락된다.

불금이 허락된 아이들은 엄마들이 싸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해가 지도록 게임을 이어나간다. 질릴 만도 한데 금요일만은 손꼽이 기다리는 눈치다. 아이들이 매번 똑같은 놀이터에서 무얼하고 놀까 궁금했는데, 아이들끼리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계속 놀이를 이어가는 것을 보니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도 어릴 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얼음땡' 놀이 등 여러 놀이를 하지 않았던가? 그땐 누가 누군지 잘 몰라도 같은 동네에 살면 놀이에 넣어주고 다 같이 여럿이 함께 놀았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은 여러 놀이를 하며 그 놀이를 하나씩 발전하며 나름의 배움을 얻고 있었다. 특히 아이들은 놀이터에 모인 모든 다수의 아이와 함께 놀면서 삼삼오오가, 여럿이 함께 제대로 노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아이들의 당연한 놀 권리를 부모의 편협한 생각으로 박탈하고 있지 않았는지, 어쩌다 노는 것도 만들어 줘야 하는 상황이 됐는지 생각하게 된다. 얼마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던 것처럼 멍때리고 잘 노는 것은 아이들의 자발성과 창의력을 발전케 한다.

아이들의 성장 발달 과정에 있어 놀이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조금 더 지저분해지고, 조금 더 상처가 나고, 조금 더 한글과 영어에 뒤처지더라도 좀 더 놀 수 있게 기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놀권리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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