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80억↑ 국회 특수활동비
생활비·유학비... 의원들 '쌈짓돈'

[이슈취재] 국회 특수활동비에 던지는 6가지 질문

등록 2015.05.23 11:43수정 2015.05.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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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두 사람의 '고백'이 없었다면 어떤 논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이 각각 생활비와 아들 유학비로 썼다는 국회 대책비와 상임위원장 직책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예산'이라 그렇다.

대책비나 직책비는 국회 특수활동비의 일부여서 영수증을 챙길 필요도 없고, 사용내역이 공개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뇌물 수수 혐의를 피해가기 위해 털어놓은 '돌발 고백'으로 인해 국회 특수활동비의 은밀한 사용처가 드러났다.

[질문1] 국회 특수활동비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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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대부분 의정활동 지원에 쓰였다. 의정활동 지원에는 의정 지원과 위원회 운영 지원, 의회외교, 예비금이 포함된다. ⓒ 남소연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가리킨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공정거래위 등 사정기관들과 국방부, 법무부 등 각 부처에서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94년 판공비가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로 나누어지면서 특수활동비라는 항목이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추진비는 증빙자료가 있어야 하고, 정보공개법에 따라 사용내역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반면, 특수활동비는 증빙자료도 필요없고 사용내역도 공개되지 않는다.

올해 각 부처와 기관에 8811억 원의 특수활동비가 배정됐는데, 그 절반인 4782억여 원이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에 배정됐다. 국방부와 경찰청, 법무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도 각각 1793억 원과 1263억 원, 280억 원에 이른다. 홍준표 지사와 신계륜 의원이 각각 "국회 대책비'와 "상임위원장 직책비"라고 표현한 것은 이렇게 지급되어온 특수활동비의 일부다. 그러니까 국회에 배정되는 특수활동비가 대책비나 직책비 등의 이름으로 숨어 있는 것이다. 

[질문2] 국회는 얼마나 받아 썼어?


올해 국회 예산에 반영된 특수활동비는 83억9800만 원이다. 2014년에는 이보다 조금 많은 84억4100만 원이 반영됐는데,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아 정확하게 얼마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18대 국회는 2009년 99억8100만 원, 2010년 99억4300만 원, 2011년 98억62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다. 해마다 100억 원에 가까운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것이다. 특수활동비 사용규모는 19대 국회에 이르러 80억 원대로 낮아졌다. 2012년 87억500만 원, 2013년 87억7800만 원을 사용했다.   

최근 참여연대에서 국회 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의정활동 지원' 분야에만 쓰인 특수활동비는 총 240억여 원에 이른다(국회 사무처 운영 지원 등 제외). 연평균 80억여 원을 의정활동 지원 분야에 사용해온 것이다. 같은 기간 의정활동 지원 분야에 쓰인 업무추진비와 직무수행경비는 각각 약 184억원과 434억 원이었다.

[질문3] 어디에 쓰는 돈이야?

국회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대부분 의정활동 지원에 쓰였다. 의정활동 지원에는 의정 지원과 위원회 운영 지원, 의회외교, 예비금이 포함된다. 2013년에는 의정 지원과 위원회 운영 지원, 의회외교에 각각 41억여 원과 약 23억 원, 6억여 원이 사용됐다. 여기에는 국회 사무처와 국회도서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운영 지원 등에 사용된 특수활동비는 제외돼 있다.

2013년 상임위와 특위 등에서 쓴 특수활동비가 약 23억 원인데 그 구체적인 사용내역은 알 수 없다. 이는 증빙자료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사용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특수활동비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조차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연히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했는지, '어디'에 썼는지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홍 지사와 신 의원의 돌발 고백을 계기로 국회의장과 부의장, 18개 상임위원장, 특위위원장, 여야 원내대표 등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활동비', '직책비', '직책수당' 등의 명목으로 매달 600만~700만 원, 1000만 원 이상에 이르는 특수활동비를 받아써왔다. 이런 명목으로 지급된 특수활동비는 식사비, 선물비, 다과비 등으로도 쓰인다. 특위 위원장은 회의 개최 유무와 상관없이 매달 수백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원받고 있다.

[질문4] 생활비, 유학비로 써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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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온 뒤인 11일 오전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윤성효


국회는 국회 특수활동비를 "국회가 수행하는 활동 중 국가의 중요한 기밀사항 즉 국가 안전보장, 통일, 외교관계, 국내 정치의 안정 등과 직결되는 사항들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수활동비도 이러한 범위 안에서 쓰는 것이 맞다. 기획재정부 지침도 사건수사, 정보수집, 각종 조사활동 등을 위해 다른 예산으로 업무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특수활동비를 쓰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과 지침으로만 보면 홍 지사나 신 의원처럼 국회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나 자녀 유학비 등 사적 용도로 쓸 수 없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는 개인에게 수당으로 주는 돈이 아니다"라며 "공적인 일에 쓰라고 준 돈인데 그렇게 쓰면 되나?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수활동비가 증빙자료 없이도 사용할 수 있고, 사후에 사용 내역을 심사하는 것도 아니어서 국회 의장이나 상임위원장 등의 쌈짓돈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국회에 특수활동비를 배정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국회에서 '특수하게 활동'할 만 게 뭐가 있나?"라며 "국회 특수활동비는 업무추진비나 특정업무경비와 중복되는 예산이다"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 제도의 문제이지 홍 지사나 신 의원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질문5] 왜 공개하지 않지?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내용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정 지원, 위원회 운영 지원, 의회외교, 예비금 등의 형태로만 공개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는 알려진 적이 없다. 국회는 "국회의원 또는 관련 위원회가 행하는 고도의 정치행위의 특성"을 이유로 특수활동비 지출 승인일자, 지출금액, 지급방법, 수령자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금 수령자만 밝혀져도 국회의원 또는 관련 위원회의 기밀행위가 노출돼 국회 기능 수행에 중대한 장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0년 9월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한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1심과 항소심, 대법원은 일관되게 특수활동비 전체금액뿐만 아니라 지출승인일자, 지출금액과 지급방법, 수령자 등이 공개되더라도 국회가 수행하는 국가의 중요한 기밀사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우선했다. 이러한 판결에 따라 국회는 최소한 '누가' '언제' '얼마나' 특수활동비를 받아썼는지를 공개해야 하지만 국회는 이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질문6] 어떻게 해야 하나?

홍 지사와 신 의원의 '돌발 고백'으로 비난 여론이 일자 여야는 모두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차원과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어떤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논의해서 말씀드리겠다"라고 약속했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특수활동비의 효용성을 높이고 국민 의혹도 해소하기 위해 대책단을 발족하고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가 '누가' '언제' '얼마나' 특수활동비를 받았고, 이것을 '어디'에 썼는지를 자세하게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이것을 공개할 경우 특수활동비 존립 근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누가' '언제' '얼마나' 특수활동비를 받았는지까지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사용내역은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회가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면 특수활동비를 업무추진비나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정창수 소장은 "국회는 특수활동비를 써야 할 논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특수활동비를 없애야 한다"라며 "나아가 국정원 등에 권력기관에 지급되는 특수활동비의 사용범위도 축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국회 특수활동비 #홍준표 #신계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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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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