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재결집용이라고?
'사과 거부'가 작심 발언 불렀다

[분석] 정치적 수세 몰릴 때마다 '노무현 카드' 꺼내든 김무성

등록 2015.05.24 13:59수정 2015.05.24 14:00
109
원고료로 응원
a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오마이TV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대표 노건호씨의 발언이 화제다. 23일 건호씨는 4분 남짓한 추도사 중 상당 부분을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했다. 건호씨는 "전직 대통령이 엔엘엘(NLL) 포기했다며 내리는 비 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 해주셨습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그간의 사건들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도 없으시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계속하며 "오해하지 마십시오, 사과? 반성? 그런 것 필요 없습니다,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십시오"라고 비판했다.

일부 종편 및 보수언론에서는 SNS 여론이라며 '상주의 예의 아니야'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건호씨 추도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새누리당은 "아무 입장이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TV조선에서는 대담형식으로 건호씨 발언을 집중 분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선일보> 배성규 정치부 차장은 "(건호씨 발언에서) 위축돼 있는 친노 진영을 결집시켜서 세력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의도가 드러나 보인다"며 "건호씨가 본격적으로 정치일선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 내년 총선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하며 건호씨의 발언을 마치 '정치인 노건호'의 데뷔인 것처럼 분석했다.

김무성, 2010년에도 추도식 참석... 올해 '작심 발언' 나온 이유는?

a

노건호 발언에 대한 어느 보수언론의 해석 종편 방송사에서 '이슈진단'으로 노건호 씨의 5월 23일 추도사를 집중분석했다. '친노세력 재결집 의도', '총선 출마 겨냥' 등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제기됐다. 5월 23일자 ⓒ TV조선


김무성 대표가 추도식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1주기 때 원내대표 자격으로 이미 참석한 바 있다. 이때 그의 추도식 방문은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발언을 듣지도, 물리적 충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서거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강렬했을 1주기 때에는 무난하게 참석했던 정치인 김무성은 왜 이번에는 상주인 건호씨로부터 "뭐가 뭐를 끊겠냐"는 식의 노골적인 공개 비판의 대상자가 되어야 했는가. 일각의 해석처럼 단순히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노건호발 친노 결집용' 작심 발언인 것인가.


2010년과 2015년 사이에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활용한 인물 중 한 사람이 바로 김무성 대표였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김무성 의원은 부산 서면 유세장에서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정상회담 회의록을 낭독했다. 바로 건호씨가 추도사에서 언급한 '전직 대통령이 엔엘엘(NLL) 포기했다며 내리는 비 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었고…'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 뿐 아니다. 지난 2013년 6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또 다른 국가기관이 밝힌 것이다. 이 의미는 엄중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석패했던 문재인 후보 측에서 '불공정' 이슈를 충분히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무렵 새누리당은 또 다시 노무현 카드를 꺼내들었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NLL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국면전환에 나선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정보원에서 '정상회담대화록'을 공개하며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당이 NLL 발언록 아닌 세상의 그 무엇을 들고 나와도 국정원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립이 팽팽했었다.

지겨울 정도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릴 때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의 NLL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할 때에도 역시 같은 카드가 활용됐다. 그 전면에 나섰던 사람 중 한 명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다.

'NLL 발언 사과' 거부한 김무성 겨냥한 노건호의 발언

a

검찰 '노 전 대통령 NLL 포기발언 없었다' 이를 보도한 <경향신문> 2013년 11월 16일자 ⓒ 경향신문PDF


지난 2월 14일 김무성 대표가 봉하마을을 전격 방문했다. 여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것은 2011년 황우여 대표권한대행 이후 두 번째였다. 김 대표는 "저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참 많이 했던 사람이다"라고 말한 뒤 "거기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과'가 아닌 굳이 자기성찰적인 '후회'란 단어를 사용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서도 그의 입장은 단호했다. 김 대표는 "정치적 소신에 대해서는 사과할 문제가 아니고 그 문제와 이 문제는 또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지난 2013년 11월 정상회담 회의록을 수사했던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 NLL 포기발언 없었다'고 결과를 발표하며 일단락된 사안이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김 대표는 정치적 발언을 하기 위해 '정치적 방문'을 했던 것인가. 

김무성 대표가 정치적 소신 운운하며 사과를 거부한 지 석달이 지난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이 거행됐다. '정치적 소신' 운운했던 김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로 참배객의 맨 앞줄에 앉아 있다. 그를 겨냥해 상주가 날선 비판을 가했다. 상주의 예의를 논하기 이전에 인간의 예의를 논해야 할 내용은 없는가.

23일 건호씨 추도사 내용에 대한 해석은 다 틀렸다. 참배한다고 찾아와서는 정치적 소신 운운했던 바로 그 김무성의 정치적 소신이 결과적으로 노건호의 정치적 발언을 불러왔다.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인 노건호의 정치적 발언의 데뷔무대는 김무성이 연출한 것이다.
#노건호 #김무성 #노무현
댓글10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