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 '주제넘다' 비판한 <조선>, 자격 있나

[분석] '링 위의 선수' 역할했던 조선의 '주제넘는' 비판

등록 2015.05.25 21:34수정 2015.05.25 21:34
154
원고료로 응원
a

노건호 발언에 대한 어느 보수언론의 해석 종편 방송사에서 '이슈진단'으로 노건호 씨의 5월 23일 추도사를 집중분석했다. '친노세력 재결집 의도', '총선 출마 겨냥' 등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제기됐다. 5월 23일자 ⓒ TV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강력하게 제기했던 '김무성 직격탄'에 <조선일보>의 대응이 유독 눈에 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다른 보수언론 역시 기사와 사설을 게재했지만 차이가 두드러진다. <조선>은 <TV조선>에서 보여줬던 것 같이 '노건호 발언의 배후'를 찾고 있는 것인가.

<조선>은 25일자 1면 머리기사로 '막말과 조롱… 원조 친노의 귀환'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한 데 이어, 3~4면 전체를 노무현 6주기 추도식 내용으로 채웠다. 이날 이 신문의 백미는 신문사의 입장이 담긴 사설에 있다.'전직 대통령 아들의 처신'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신문은 건호 씨에게 '주제넘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노씨의 이날 발언은 미리 써 온 원고에 들어 있는 내용이라 한다"며 "상주가 문상 온 손님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려고 작심하고 준비했다는 뜻이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건호씨의 4분 남짓한 추도사에 정치적 해석을 부여했다.

이 신문은 "이날 노씨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 처신하기 보다는 친노의 행동대장으로 나섰다"며 "노씨 눈에는 그저 자신의 비아냥과 냉소, 조롱이 뒤섞인 독설에 환호하는 일부 열성 친노 지지자들만 보였던 모양"이라며 "노씨의 주제넘은 발언이나 문 대표의 침묵은 야당의 위기를 더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a

원조 '친노'의 귀환 노건호씨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는 '원조 친노의 귀환'이라고 비중있게 보도했다. <조선일보> 5월 25일자 1면 ⓒ 조선일보PDF


<조선>, '링 위의 선수'인가?

이 신문의 비판 수위는 매우 높다. 제목도 자극적이다. 이 신문의 맹렬한 비판을 보노라면 궁금해진다. 친노 행동대장, 상주의 예의, 노씨의 주제넘은 발언 등은 분명 건호씨의 추도사에 대한 이 신문의 인상비평이다. 그것 말고는 없는가.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건호씨 발언 중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내용은 없는가.

건호씨의 추도사 중 사법부의 단죄를 받은 건이 두 건이다. 먼저,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대목이 나온다. 바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대화록 유출 건이다. 새누리당에서 'NLL포기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을 몰아세운 이 내용은 12년 대선과 13년 국정원댓글 정국에서 새누리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러분 잘 들으셨습니까. 여러분, 지금 제가 말씀 드리는 기가 막힌 내용을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가 북한의 김정일에게 가서 한 말입니다"라고 2012년 12월 14일 부산 서면유세에서 김무성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이라며 낭독한 내용이다.

13년 11월 13일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소화된 김무성 의원은 "찌라시 형태로 된 문건에 대화록 중 일부라고 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보지를 근거로 대선 유세를 했다는 뜻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a

정문헌 대화록 유출... '유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 1심에서 1천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오마이TV> 14년 12월 24일자 ⓒ 오마이TV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정문헌 의원만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으나, 재판부로부터 정식재판에 회부돼 벌금 1천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후 정 의원과 검찰에서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재판은 마무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김무성, 권영세에게 국정 감사 당시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확인해 준 것은 '누설'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노건호씨가 비판했던 또 다른 사안인 '국정원 댓글 사건'은 좀 더 명확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해 채동욱 검찰은 지난 대선 당시의 국정원이 자행한 불법 정치활동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즉, 건호씨가 추도사에서 언급하며 비판한 두 가지 사안 중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은 없다. 그렇다면 좀 더 궁금해진다. 왜 이렇게 <조선>은 건호씨를 맹렬히 성토하고 나선 것인가.

a

'전직 대통령 아들의 처신' 23일 노건호씨 발언을 '주제 넘다'며 맹렬하게 비판한 <조선일보> 5월 25일자 ⓒ 조선일보PDF


'NLL 대화록 사건' 당시 '링 위의 선수' 였던 <조선>의 비판

2013년 6월 25일자 <조선일보>는 단 한 개의 사설만 실었다. 평소 3개의 사설을 게재한 것과 비교할 때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라도 있었던가. 전날인 6월 24일 국가정보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이를 가지고 이 신문은 '2007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있었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통사설을 게재한 것이다.

이 사설에서 <조선>은 "그 자리에 진정한 '대한민국 대통령'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는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선언하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가했다. 당시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여야의 대립이 심하던 시기임을 고려할 때, 이 신문의 태도는 인상적이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털고 가는 게 맞다'는 사설을 포함해 3개 사설을 게재했다. 

언론 중에서 '링 위의 선수' 역할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할 <조선>이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의 노건호씨 발언에 대해 맹렬히 비판하는 모습은 여간 어색하지가 않다. 노건호씨 추도사에 대해 '주제 넘다'며 비판한 <조선>의 태도는 다른 언론과도 비교된다. 다른 언론에서도 '상주의 예의'에 맞는지는 묻고 있다.

a

<조선> '링 위의 선수' 아니었나? 국가정보원에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다음날 통사설로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있었는가'를 묻는 <조선일보> 13년 6월 25일자 사설 ⓒ 조선일보PDF


<중앙일보>는 25일자 사설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 분열 아닌 통합의 장 돼야'에서 "건호씨의 발언 역시 어려운 걸음을 한 조문객에게 상주로서 할 언행이었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날짜 사설 '노무현 추도식장에서 갈등 불 지른 친노의 자폐정치'에서 "부친을 잃은 자식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인을 애도하러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유족 대표로서 할 말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친노 행동대장, 발언의 배후세력, 주제 넘은 발언 등 <조선>과 TV조선의 노건호씨 발언분석은 집요하고 정치적이다. '증오의 정치'는 도대체 누가 주도하고 부추기고 있는가.
#조선일보 #노건호 #김무성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