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65] 술, 자꾸 마시면 주량 늘까?

등록 2015.05.25 21:33수정 2015.05.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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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술을 마시면 안 돼요. 얼굴이 그토록 시뻘개지는데 그게 바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증거예요." "왜 그래, 나 지금 정신이 멀쩡하잖아. 술도 자꾸 마시면 주량이 늘게 돼 있고, 몸도 어느 적응하게 돼 있어요. 걱정 마세요."

가족 모임과 친구들 모임이 잦은 요즘, 30대 중반의 K씨부부는 술자리가 이어지면 어김 없이 티격태격한다. 남편의 음주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건 결혼 초부터로, 햇수로 5년이 넘는다. 부인은 남편의 온 얼굴이 핏빛이라 할 만큼 벌겋게 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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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xc


술, 마시면 늘까?

술은 마시면 정말 느는 걸까? 또 얼굴이 벌겋게 변해도 문제가 없는 걸까? 술을 마실 때 기분이나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하면 주량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량이 느는 게 곧 술 분해 능력의 증대를 뜻하는 건 아니다. 나아가 술 마시면 얼굴이 시뻘개지는 사람은 음주 경력이 꽤 됐다 해도, 으레 그러려니 하는 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알코올 분해능력은 사람마다 타고 난다. 인종적으로도 상당히 뚜렷한 차이가 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술 분해능력이 향상되기 어렵단 얘기다. 알코올 분해에 관여하는 두 가지 효소의 역할을 보면 이는 명백하다. 두 가지 효소란 '알코올 분해효소'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이다.

술을 마시면 식도를 타고 내려간 알코올은 먼저 위와 간을 거치면서 1차적인 분해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작용하는 게 알코올 분해효소이다. 이 효소로 인해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로 변한다. 이처럼 1차 분해만 이뤄지고, 2차 분해가 뒤따르지 않으면 우리 몸에는 '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알코올보다 독성이 더 강한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잔류하면 해를 끼치는 까닭이다.

아세트 알데히드를 재차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야 알코올은 종국적으로 아세트산이라는 큰 해가 없는 물질로 변한다. '알코올-(알코올 분해효소)-아세트알데히드-(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아세트산'이라는 몸 안의 일련의 화학 공정이 제대로 작동해야 술이 독소가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진짜 주량은 체내 알코올 생화학 공정에 따라 결정되는데, 주량이 큰 사람일수록 알코올 분해에 관한 한 비유해 말하자면 훌륭한 '화학 공장 설비'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타고 난다

술을 먹으면 예외 없이 얼굴이 시뻘개지는 사람은 십중팔구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결핍되거나 극소량만 체내에 분비되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얼굴이 빨개지는 건 아세트알데히드가 혈관팽창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음주로 인해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을 서양에서는 아시안 플러싱, 즉 '아시안 홍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아시안에서만 주로 나타나는 일종의 증후군인 탓이다.

헌데 아시안에게 유독 심한 얼굴 빨개짐이 빈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술 분해에 관여하는 2개 효소, 즉 알코올 분해효소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 중 전자는 많고 후자는 적거나 없는 현상이 도드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시아인들은 일반적으로 흑인이나 백인들보다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꾸는 능력이 월등 뛰어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국내외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중국, 일본인보다는 술 분해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백인이나 흑인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암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트산으로 변하지 않고 체내에 남아 있다면 몸에 해로울 것은 자명하다. 음주 후 얼굴 빨개짐은 '술 먹지 말라'는 경고신호로 봐도 무방하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술 #주량 #알코올 #분해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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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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