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언론의 실체, 이 책에 있다

[서평] 민동기 김용민의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언론인 지침서

등록 2015.06.03 14:34수정 2015.06.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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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김용민의 책 <뉴스를 읽어드립니다>는 한국언론의 현실을 가감없이 평가한다. ⓒ 진민용

"언론인에겐 자화상을, 독자에겐 주권을, 언론지망생들에겐 꿈을 돌려주는 책이다.

적어도 지금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주류 언론이 스스로 숨기고 싶은 판도라의 상자를 거침없이 열어재꼈다."  - 추천사 중에서


<뉴스를 읽어드립니다>가 전국 서점에 배포되며 독자들과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민동기 <고발뉴스> 보도국장과 김용민 PD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미디어토크>의 내용을 요약 및 정리했다.

"진실보도로 연결되지 않는 자기반성은 자위행위다"라는 글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에는,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소송 비용 마련'이라는 다소 '궁색한' 이유가 담겨있다. 그런 솔직함이 민동기, 김용민의 장점이다. 프롤로그만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책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이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미디어토크>의 인트로 중 "저 쪽에 이명박근혜가 있다면 이 쪽에는 민동김용민이 있다"는 내용이 있다. 필자는 이 책을 읽은 후, 이명박근혜와 조중동, 그리고 주류 언론과 대척점에 있는 팟캐스트만의 무모함이 느껴졌다.

우선 이 책은 '신문'으로 대표되는 주류언론들에 대한 구체적인 현 상황을 지적하며, 그 내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김재철 체제의 MBC 몰락, KBS 이사회의 권력입맞춤, 사기업인 SBS가 권력에 길들여져 가는 과정을 소상하게 짚어낸다.

특히 종편에 대해서 거침이 없다. JTBC를 비롯한 TV조선, 채널A, MBN은 미디어악법 날치기 통과와 이명박의 정권옹위를 노린 꼼수의 극치였고, 이들은 그에 걸맞게 정권의 특정 부위를 거침없이 '빨아'줬음을 낱낱이 까발린다.


그래서 읽기가 쉽고 시원하다. 뭔가 속이 후련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는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언론의 굿판을 지켜봐 왔다. 종편은 말 그대로 종합편성이라는 대국민약속을 빌미로 승인을 받았지만, 하루종일 수준 이하의 패널들이 쏟아내는 배설물의 오염을 지켜봐야 했다.

이 책은 그런 종편이 믿는 구석이, 노인들의 자기합리화라고 주장한다. 젊은 세대들이 과거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 할 때, 지식에서 밀리고 힘에서 뒤쳐진 노인세대들에게 종편은 자식보다 더 살가운 '약장수'가 돼 주고, 그런 종편들이 쏟아내는 출처불명의 저질정보들은 "당신들이 옳습니다"라는 거짓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중동 등 1인 지배주주에 경영권, 편집권이 집중된 언론사는 핸들링하기 쉽습니다. 그 1인을 흔들면 되거든요.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 본문 중에서

아울러 이 책은 현재 주류언론 대부분이 1인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고, 이런 사실은 정권이 바뀌면서 언론을 길들이기 쉽도록 해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이사회나 방문진이 있는 KBS나 MBC보다 개인이 사주인 SBS를 더 길들이기 쉬운 것처럼 말이다.

특히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들이 사주가 있다는 점은 그 사주의 약점을 틀어쥐고 있는 권력들이 언제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언론 통제를 가능하게 해 언론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현실은 곧 독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미 조중동 등 주요 종합일간지는 그 발행부수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고, 나머지 신문들과 지역신문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에서, 이들 주류언론들의 권력유착형 논조는 신문의 필요성마저 회의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은 향후 언론의 지형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 라는 미래형 언론이다. 그러나 하드웨어만 바꾼 '디지털 퍼스트'는 오히려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어뷰징'(베껴쓰는 기사)만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은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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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종편의 탄생에 이명박정권의 특혜가 있었고, 이 때문에 종편은 권력을 등에업고 언론의 역할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 진민용


이 책은 우리나라에 '언론'이 출발하게 된 배경에 권력이 있다고 진단한다. 박정희의 문화방송 경향신문의 강탈과 전두환의 언론통폐합 등은 권력이 얼마나 언론을 자신들의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나라 언론역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기록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 오면서 언론은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실을 없애면서 기자들의 '카르텔'을 붕괴시켰고, 그 때문에 언론 기득권을 갖고 있던 주류언론사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150차례 가까운 횟수로 기자회견을 했다.

그에 비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20차례,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4차례 기자회견이 전부다. 언론을 자기들의 입맛대로 '마사지'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숨기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언론에 나서지 않는다. 그야말로 간교한 정권의 모습이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자본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력 이상으로 자본 즉 '광고주' 의 눈치를 봐야하는 언론의 현실, 특히 삼성의 광고여부에 따라 쉽사리 얼굴색이 변하는 언론의 모습 속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위기임에 틀림없다.

"언론이 살아남는 길, 콘텐츠"

이 책은 주류언론의 문제점과 아울러, 언론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는 콘텐츠 시장을 주목한다. 향후 언론은 콘텐츠가 방송의 질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콘텐츠가 뛰어나지 않으면 아무리 거대 자본을 뒤에 둔 주류언론이라도,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MBC 보도국이 시용기자들로 채워지면서 그 생명을 다해가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저자들은 그러면서 지금의 팟캐스트와 <뉴스타파>, <고발뉴스>, <국민TV> 등 대안언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 대안언론은 지금의 시청률 측정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가독층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언론은 지금의 시청률 측정을 바꿀 의향이 없다.

"언론지망생들이여 스스로를 브랜드화 하라"

이 책은 마지막으로 언론지망생들에게 조언한다. 언론은 이미 지각변동을 시작했다. 기사의 총량은 증가했지만 그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저자들은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수 천대 1의 경쟁을 펼치지만 똑같은 멘트와 비슷한 외모로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다.

미래의 언론인은 두 종류로 나뉠 것이다. 지금의 언론기업들에 취직하는 직장인과, 자기만의 방송과 취재, 기사로 팟캐스트와 블로그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저널리스트로 말이다. 물론 후자를 선택한다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웬만한 직장인보다 많은 연봉과 복리후생 등, 그러나 이런 것들이 탐이 난다면 굳이 기자가 되고, 언론인이 될 필요가 있을까.

기자는 철저히 저널리스트가 돼야 하고,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과 싸우고, 철저히 '공정하게 편파적'이어야 한다. 공정하게 편파적인 것이 가장 공평한 것이다. 다만 편파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면 된다.

이 책에서 언론인들은 자신들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고, 독자들은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주류언론에 빼앗겼던 주권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어떤 언론인이 돼야할 지 그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뉴스를 읽어드립니다>(민동기, 김용민 지음 / 휴먼큐브 펴냄 / 2015.06 / 1만5000원)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 내 손으로 그리는 언론 지도

민동기.김용민 지음,
휴먼큐브, 2015


#미디어토크 #민동기 #김용민 #뉴스타파 #뉴스를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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